한수희 상담사
한수희 상담사

어린 시절 잡지책을 뒤적이다 자신의 성격 유형이나 연애 타입을 알아보는 문항들에 Y(예스) 혹은 N(노)으로 답하며 화살표를 따라 마지막 답이 나올 때까지 부지런히 좇아가 보곤 했던 일은 필자만의 경험은 아닐 것이다. 그 답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엉터리라며 괜히 기분 나빠 하던 기억에 혼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뿐만 아니다. 자신의 성격 유형을 알아보는 세미나를 하게 되면, 나이에 상관 없이 참가자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뜨거운 것을 경험한다.

그럼에도 우리 스스로에 대해 잘 모른다고 누군가 이야기 하면, 나 자신에 대해 나 만큼 아는 사람이 어디 있냐며 발끈해서 따지고 들고 싶은 게 우리들이다. 그러나 누구나 자신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고 아는 사람은 없다. 다만, 자신을 이해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자아 탐구의 작업을 부지런히 하고 있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내 삶의 문제들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그 엉킨 실타래를 풀고 싶은 사람들… 삶의 의욕이 자꾸 떨어지는 사람들… 어디를 가나 자신을 힘들게 하는 사람들 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 혹은 자신을 도저히 사랑할 수 없는 사람들…. 자기 이해의 필요성과 중요성은 그런 사람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이해는 속 사람이 변화되길 원하는 사람들, 아니 그것을 넘어 열매 맺는 삶을 살기 원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절대적으로 필요한 과제이며 선물이다.

자기 이해를 돕기 위해 오늘은 ‘조하리의 창’(JoHari’s Window) 개념을 소개하고자 한다. 조하리 창은 심리학자 조셉과 해리가 만든 개념으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상호 정보 교류를 창문 비유를 통해 설명한 자아인식 이론이다. 조하리 창을 잘 이해하면 타자(공동체) 속에서의 자신을 좀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서 자아 인식에 도움이 된다.

조하리 윈도우는 4개의 창으로 설명한다. 첫 번째 창은 나와 상대가 모두 알고 있는 열린 영역이다. 나의 이름과 외모를 포함해서 성격과 인품에 이르기까지 나에 대해 나와 타인이 공히 알고 있는 영역이다. 한 마디로 가장 투명한 영역이다. 하나님과 사람들에 대해 진실하고 투명하게 열려 있으며 그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추구하는 사람일 경우 이 영역이 가장 크게 나타나게 된다.

두 번째 창은 나는 모르지만 상대는 알고 있는 영역이다. 그래서 맹인 영역이라 부른다. 어찌 보면 참 부끄럽고 두렵기도 한 영역이다. 남들은 다 보는 나의 모습을 나만 모르고 있는 영역이니 말이다. 자신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일수록 이 영역이 클 수 밖에 없다. 소위 공주병, 왕자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이 영역에 속할 수 있다. 보통 이 영역이 큰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갖는 게 쉽지 않다. 왜냐하면 많은 부분이 가려져 있기 때문에 자신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관계적 스타일이나 성향은 어떤지 모르기 때문에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세 번째 창은 나는 알지만 상대방이 모르게 숨기는 영역이다. 그래서 비밀영역이라 부른다. 자신만 아는 은밀한 죄와 악한 습성이 이 곳에 속한다. 또한 수치심과 열등감을 갖게 했던 과거의 아픈 기억들이 이 영역에 속한다.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의 존귀한 정체성을 확인할 때, 사랑과 수용이 있는 성숙한 교제를 경험할 때 회복될 수 있는 영역이다.

네 번째 창은 나도 상대방도 모르는 영역이다. 그래서 미지의 영역이라 부른다. 무의식의 자아가 속한 영역이다. 깊은 내면의 문제들이 숨겨져 있는 영역이며 일상생활에 부딪히는 일들의 근본적인 원인들은 이 곳에서 기인하기 쉽다. 나도 상대도 모르지만 하나님만 아시는 영역이다. 또한 자신에 대해 탐구하고 알아나감으로 넓히기에 힘써야 하는 영역이다.

나는 네 가지 중에 어느 창이 넓을까? 바라기는 부끄럽게 감추고 살아가는 비밀 영역도, 남들만 보는 맹인 영역도 작았으면… 더욱 바라기는 나에 대해 무지한 미지의 영역이 성령님의 조명하심을 통해 드러났으면… 그래서 투명하게 드러나는 ‘나’가 정말 ‘나’였으면… 그러나 누구나 예외 없이 4가지 창이 섞여있다.

중요한 것은 줄어들어야 할 영역과 넓어져야 할 영역들이 있다는 것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넓혀야 하는 열린 영역에 하나님과 하나님의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기 이해의 의미는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말한다. 진정한 자기 발견이란 자신도 모르는 내면의 자원과 내면의 비참함을 더불어 발견하는 것이다. 자기 이해란 정보의 나열을 평가하고 해석하는 것 이상의 작업이다. 오히려 경험에 대한 왜곡된 기억과 직면하는 작업이며 그 왜곡된 기억이 우리 자신에 대해 말해 주는 것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래서 자기 이해는 치유의 힘을 갖는다.

누구나 행복하길 원한다. 누구나 가치 있는 삶을 살길 원한다. 그리스도인이라면 하나님의 관심이 곧 내 관심이 되길 원한다. 하나님의 소원이 내 소원이 되길 원한다. 자기 이해가 필요한 지점은 바로 그 바람 가운데 출발한다. 그래서 더욱 하나님 안에서 자기 탐구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