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Photo : ) ▲권혁승 교수. ⓒ권혁승 교수 블로그

"야곱은 홀로 남았더니 어떤 사람이 날이 새도록 야곱과 씨름하다가 자기가 야곱을 이기지 못함을 보고 그가 야곱의 허벅지 관절을 치매 야곱의 허벅지 관절이 그 사람과 씨름할 때에 어긋났더라. 그가 이르되 날이 새려 하니 나로 가게 하라. 야곱이 이르되 당신이 네게 축복하지 아니하면 가게 하지 아니하겠나이다. 그 사람이 그에게 이르되 네 이름이 무엇이냐? 그가 이르되 야곱이니이다. 그가 이르되 네 이름을 다시는 야곱이라 부를 것이 아니요 이스라엘이라 부를 것이니 이는 네가 하나님과 및 사람들과 겨루어 이겼음이니라"(창 32:24-28)

야곱의 마지막 화해 전략은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는 기도였다. 지금까지 야곱이 보여 준 두 단계 화해 전략은 매우 지혜롭고도 최선을 다한 것이었다. 그러한 준비와 함께 야곱이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은, 형 에서와의 화해를 성취하실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점이다. 그것이 야곱이 마지막 단계로 기도의 전략을 세웠던 근본적 이유다.

야곱의 기도 전략은 화해의 사절단을 파견하고 예물을 보내는 과정에서도 나타나고 있다(32:9-12). 모두 네 절로 되어 있는 야곱의 기도 내용은 다음 네 가지로 요약된다.

(1) 그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이며, 하나님께서 자신에게 은혜를 주시겠다고 약속하셨음을 상기하고 있다(9절). 이는 현재 그가 하나님의 뜻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과, 그런 자신에게 하나님께서는 은혜를 베풀어 주셔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2) 그는 고향을 떠나 있는 동안 하나님께서 많은 복을 베풀어 주신 것에 대하여 감사하였다(10절). 지팡이 하나만 가지고 고향을 떠났던 그가 두 떼를 이루며 돌아오게 된 것이 모두 하나님께서 주신 복이라는 것이다.

(3) 그는 구체적으로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였다(11절). 겁에 질려 있는 자신과 가족들을 형 에서의 손에서 구하여 주실 분은 하나님이시라는 고백이다.

(4) 야곱은 그의 자손들을 바다의 모래와 같이 셀 수 없도록 번성케 하시겠다는 하나님의 약속을 인용하였다. 이는 하나님께서 자신을 구해 주시는 것이 곧 하나님의 뜻을 이루시는 것임을 의미한다.

야곱의 기도 전략은 절박하게 배수진을 친 기도로 이어진다. 그런 야곱의 모습은 32장 24-32절에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서의 기도는 앞의 것과는 전혀 분위기가 달랐다. 앞선 기도에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하나님의 약속을 재확인하는 등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였다면, 여기에서는 밤이 새도록 천사와 씨름하는 필사의 기도였다. 구하는 기도 내용 역시 '내게 축복하여 주소서' 외에 다른 것은 없었다. 야곱은 하나님의 응답을 받지 않고는 결코 물러날 수가 없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이는 실로 얍복강을 뒤로한 채 버티는 배수진 기도였다.

야곱의 기도는 응답을 받았다. 기도대로 형 에서의 마음은 변화를 받아, 20년간 누적되었던 감정의 골은 메워졌다. 그리고 서로 원수로 지냈던 형제 간의 갈등은 해소되고, 감격스러운 화해의 포옹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그러한 기도의 응답보다 더 먼저 주어진, 더 중요하였던 응답은 야곱의 이름이 이스라엘로 바뀐 것이다. 그것은 야곱이 받은 복 중에서 가장 큰 것이기도 했다. 야곱은 형 에서와의 갈등관계에서 가장 근본적 원인 제공자였다. 그런 야곱이 간사한 옛 모습을 벗어 버리고 새로운 이스라엘로 다시 탄생한 것이다. 에서에게 20년 동안 누적된 분노를 푸는 변화가 있었듯이, 야곱도 새로운 인물로 변화되었다. 기도 응답 가운데 가장 우선적인 것은 기도하는 자신의 변화이다. 그것이 예레미야가 강조한, 부르짖는 자에게 주어지는 '네가 알지 못하는 크고 은밀한 것'일 수도 있다(렘 33:3).

야곱이 형 에서와의 갈등관계를 해소하기 위하여 주도면밀하게 세운 세 단계 화해 전략은 우리가 함께 묵상할 주제이다. 우리의 감격적 해방은 곧 남북 분단의 비극적 역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회해를 향한 야곱의 적극적인 자세가 몹시도 부럽게 느껴지면서 우리의 모습이 초라하게 보이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일까? 지금 우리들이 경험하고 있는 남북 사이의 갈등에 너무도 큰 장애물들이 많아서일까? 아니면 새로운 통일시대를 향한 우리의 비전이 선명하게 세워지지 않아서일까?

어떤 상황 속에서도 우리와 함께하시는 하나님께서는 모든 것이 가능하신 분이시다. 그래서 야곱의 마지막 화해 전략인 기도가 우리에게는 가장 앞세우는 전략이 되어야 한다. 그것은 기다리거나 준비할 필요 없이, 지금 당장 있는 그 자리에서 실천할 수 있는 손안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권혁승 교수는

충북대학교 사범대학 영문과(B. A.)를 나와 서울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M. Div.), 이스라엘 히브리대학교(Hebrew University, Ph. D.)를 졸업했다. 현재 서울신학대학교에서 구약학을 가르치고 있고 엔게디선교회 지도목사, 수정성결교회 협동목사, 한국복음주의신학회 회장으로 있다. 권 교수는 '날마다 새로워지는 것'(고전 4:16)을 목적으로 '날마다 말씀 따라 새롭게'라는 제목의 글을 그의 블로그를 통해 전하고 있다. 이 칼럼 역시 저자의 허락을 받아 해당 블로그에서 퍼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