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준 장로.
▲이효준 장로.

한 여인이 향유를 담은 옥합을 깨뜨려,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닦고, 그 발에 입 맞추고 향유를 부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복음이 전파되는 곳에 이 여자의 행한 일도 널리 알려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눅 7:36-50).

당시 유대인들은 집에 귀한 손님을 초대하면 손님에게 평화를 기원하는 입맞춤을 하고 발을 씻기며, 향료를 피우거나 향유를 손님의 머리에 부어 발랐다고 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예수님에게 바리새인인 시몬은 진심 어린 환영의 표시를 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해 봅니다.

죄를 지은 이 여인은 예수님을 만나면서, 심령에 뜨거운 믿음이 생겼을 것입니다. 그 보답으로 진심을 다한 사랑을 쏟아 부었습니다.

진심에는 감추인 진심이 있고, 드러나는 진심이 있습니다. 요즘 같은 첨단의 시대에는, 거짓말과 감추는 기술이 갈수록 발전을 거듭합니다. 얼굴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화장도 짙게 하고, 값비싼 성형수술도 감행합니다. 불안해하면서도 자신을 포장하려 합니다.

특히 연예인들은 얼굴을 감추고, 정치인들은 양심을 감춥니다. 내면은 감춘 채 애먼 말을 하면서, 눈길만 사로잡는 언색으로 기교를 부립니다. 하지만 결국 악의 잔재주만 질퍽거릴 뿐, 속이며 감추려는 모든 시도는 오래지 않아 교묘한 짓거리에 지나지 않음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진심을 감추는 기술은 복음과 무관합니다. 신앙은 진심으로 드러내야 합니다. 감추어짐이 드러난 사건이 '계시'이고, 이 계시를 받아들여 조명된 가르침으로 다시금 계시를 드러내는 일이 신앙일 것입니다. 숨지 않습니다. 복음의 빛 앞에 스스로를 드러내야 참된 신앙인입니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죄를 가렸던 사람은 아담이요, 스스로 감추려 했던 이는 그 아들 가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리고 감추려 했던 것은 바로 '죄'였습니다. 그들은 영리한 것 같았으나, 어리석은 실수의 창시자로 변했습니다.

무엇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었겠습니까? 감추려 하는 모든 것은 죄일 뿐입니다. 신앙인에게 복음을 통해 숨기라고 한 것은 오직 한 가지뿐입니다. '자선'을 감추고, '기도'를 숨기며, '금식'을 티내지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감추고 숨기라 명하신 것은 도리어 드러내고 과장합니다. 부끄러운 줄 모릅니다. 그러면서 정작 드러내야 할 것들은 감춥니다. 자신들이 지은 죄와 잘못을 꾸미고 포장하여, 합리화하고 당당해합니다.

죄와 악을 드러낸 자들은 불이익을 당하고, 감춘 자들이 도리어 큰소리를 칩니다. 교회 안에서 뻔뻔한 사람들이 춤을 춥니다. 그러나 누가 드러내었는지, 누가 감추고 있는지, 그리고 누가 구원을 받았는지를 본인만은 알고 있을 것입니다.

주님께서는 시몬의 집에서 여자들을 둘러보시며 시몬에게 말씀하십니다. "이 여자를 보느냐 내가 네 집에 들어왔을 때,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그 머리털로 닦았으며, 너는 내게 입 맞추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그 머리털로 닦았으며, 너는 내게 입 맞추지 아니하였으되 그는 내가 들어올 때로부터 내 발에 입 맞추기를 그치지 아니하였으며, 너는 내 머리에 감람유도 붓지 아니하였으되 그는 향유를 내 발에 부었느니라".

그 여인은 비록 죄를 지어 주님 앞에 나왔지만, 회개의 참된 모범을 진실하게 보여 주었습니다. 건성으로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한 미지근한 상태가 아니라, 구원의 감격이라는 내면의 진실을 벅찬 감동으로 적극 쏟아 부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그 여인은 구차한 가운데서도 삼백 데나리온이나 되는 거금을 주님께 쏟아 부었습니다. 한 데나리온은 인부들의 하루 품삯이니, 삼백 데나리온은 1년치 임금에 해당되는 큰 액수입니다. 그 여인이 아마 큰 일에 사용하려 비축해 놓은 물질이었을 테지요.

하지만 주님께 받은 은혜에 대한 보답으로, 전 재산을 주님을 위해 사용함으로써 값진 구원의 영광을 안았습니다. 그리고 복음이 전파되는 곳마다 자신의 행동이 알려지게 되는, 주님께 최고의 선물을 받았습니다.

우리 신앙인들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그 방향을 이 여인에게서 배워야 합니다. 그리고 교회와 성도 간에 더욱 열정적인 믿음으로 사랑해야 합니다. 감추려 하는 신앙에서 드러내는 신앙의 삶으로 바뀌어, 진심을 다하는 신앙인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효준 장로(부산 덕천교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