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고 어두웠던 긴 터널을 지나, 따스한 봄볕 곁에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기지개를 펴며, 대지 위에는 이제 곧 열풍을 예고하는 아지랑이가 서서히 자태를 드러냅니다. 봄의 중심에서 향기가 만발하는, 사랑의 고운 찬양이 울려 퍼지는 행복한 계절입니다. 5월은 봄과 여름을 연결해 주는 안내의 달이자, 모든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벅찬 감동의 달이기도 합니다.
더구나 5월은 기념일이 13개나 되는 놀라운 달입니다. 특히 가정과 연관되는 기념일은 5월 1일 근로자의 날, 5월 5일 어린이날, 5월 8일 어버이날, 5월 15일 스승의 날, 5월 21일 부부의 날, 5월 셋째 월요일은 성년의 날입니다.
근로자의 날은 근로자가 있는 모든 가정의 행복과 삶의 질 향상을 바라며 만들어진 날입니다. 근로자들은 국가적으로 나라를 부흥케 하는 귀한 일꾼들입니다. 그러므로 사명감을 갖고 최선을 다해 열정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내가 일하는 곳에서 주님을 모시고, 신실하고 정직하게 일하며 인정을 받아야 할 것입니다. 믿지 않는 자들의 눈엣가시가 돼선 안 되며, 이기적인 생각이나 고집불통으로 손가락질받는 일이 있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내가 좀 손해를 보더라도, 마음과 시간을 할애하여 회사와 동료들의 이익 창출을 위해 성실하게 근무해야 하겠습니다. '아, 기독교인들은 정말 성실한 분들이야!'라는 인정을 받으며 신뢰를 쌓는 인간관계를 이룰 때, 비로소 복음의 문도 열릴 것입니다.
5월 5일은 어린이날입니다. 주님께서는 어린아이들을 사랑하셨고, 자신 때문에 희생된 아이들을 생각하시며 매우 안타까워하셨습니다. 특히 요즘은 교회마다 주일학교 학생들이 감소세여서 더욱 마음이 무겁습니다.
'어린아이가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고 하신 주님의 간절한 부탁을 따라,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위해 많은 시간을 들이고 수고를 해야 할 것입니다. 대개 교회에서는 어른들 위주의 사업을 진행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우리의 미래입니다. 내 아이를 다 키웠다고 방심하고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들은 어느 누구의 자식도 아닌 '주님의 자녀'들이며, 우리 모두의 자녀들이자 나라의 기둥임을 명심 또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5월 8일은 어버이날입니다.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명령하신 십계명 중 다섯 번째가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것입니다.
어린 시절, 길을 가다 어른을 만나면 인사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어르신들이 무거운 짐을 들고 가시면 재빨리 대신 들고 목적지까지 갔던 일들이 비일비재했습니다. 어르신들이 길을 묻거나 난처한 일을 당했을 경우, 곧장 그 고충을 해결해 드렸던 기억이 아련히 피어오릅니다.
하지만, 오늘날 젊은이들은 예전 같지 않습니다, 세상은 많이 변했어도, 부모를 공경하는 일에는 시대가 없는 것 아닐까요.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듯, 이 땅에서 부모에 대한 공경이 사라져서는 안 될 것입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면,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들을 구경하기 힘듭니다. 스마트폰 때문에 아예 주위를 쳐다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은 물론, 배려하는 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 같습니다. 자신들의 부모가 함께 있다면 이러지는 않을 텐데 말입니다. 그들도 언젠가 어머니가 되고 아버지가 될 텐데 말입니다.
특히 우리 믿는 자녀들은 부모님을 내 뼈와 살 같이 공경해야 합니다. 부모가 세상을 떠난 후 후회막심할 일을 만들어선 안 될 것입니다.
필자 역시 생전 어머니께 불효했던 일을 생각하면, 막심한 후회로 언제나 마음이 편칠 못합니다. 특히 5월이 오면 더욱 가슴이 뭉클해집니다. 어머니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늘 마음이 아픕니다. '좀 더 잘해 드려야 했는데...' 하면서 말입니다. 자식이 아무리 잘한다 해도 늘 잘못 해드린 것 같아, 죄스러울 뿐입니다. 그만큼 어머니의 사랑은 깊고도 넓기 때문입니다. 그 깊고 넓음이 곧 하나님의 무한하신 사랑이 아닐까요?
우리 기독교는 5월 각 주일을 어린이주일, 어버이주일, 스승의 주일, 성년주일로 지키면서 세상의 기념일보다 더욱 뜻깊게 보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요즘 같이 아이를 가르치기 매우 힘든 시절에, 교회학교 교사 여러분들에게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가 있어야 하겠습니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시간과 물질, 그리고 아이들을 위한 열정 어린 사랑을 쏟아 부으시는 교사들에게, 모든 성도가 시선과 관심을 두어야 합니다. 특히 '교사의 날'은 교사의 노고에 감사하는 취지로 제정된 날로 많은 나라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매년 10월 5일은 '세계 교사의 날(World teachers' day)'로 기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사의 날(스승의 날)은 5월 15일로, 세종대왕 생일에 맞춰 제정됐습니다. 각 교회는 보통 5월 셋째 주일을 스승의 주일로 지킵니다.
이 밖에 많은 기념일이 있으며, 이들을 모두 합쳐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하여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예수님께서는 성령으로 잉태되셔서, 육신의 어머니인 마리아를 통해 이 땅에 오셨습니다. 30년이란 긴 세월을 가정을 위해 모든 수고를 감당하셨습니다, 아버지 요셉과 어머니 마리아, 그리고 동생들과 함께 가정을 지키셨던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땅에서 마지막 3년의 공생애를 위해 무려 30년이라는 세월을 준비하시며, 하나님의 철저한 계획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실행하셨습니다. 그 계획 속에서도 부모에 대한 은혜와 존경심을 잊지 않으셨으며, 십계명 중 다섯째 되는 '네 부모를 공경하라'를 손수 이행하셨음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우리 기독교인들은 주님의 사랑과 은혜에 대한 감사의 보답으로, 이웃을 향해 적극적인 사랑을 전해야 하겠습니다. 내가 받은 은혜와 사랑은 말로가 아니라, 깊은 가슴과 열정으로 해야 합니다.
말은 쉽지만, 실제 현장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내가 서 있는 곳에서 주위를 둘러 보면, 할 일들이 보일 것입니다. 산업화와 도시화, 핵가족화, 그리고 점점 퇴색되는 어른 봉양과 경로사상을 다시 확산시키고, 이를 국민 정신 계발의 계기로 삼아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사회 건설에 기여하는 일들을 교계에서 해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해마다 다가오는 푸른 5월의 따사로운 햇빛을 받으며, 둥둥 떠 가는 은빛 구름과 강물에 반짝이는 은빛 물결에 하나님의 놀라우신 사랑을 싣고 이 세상을 향해 떠가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온 산과 들을 메운 개나리와 진달래, 철쭉꽃이 만발한 대지 위에 하나님을 향한 고운 음악이 5월의 녹음과 함께 사랑을 싣고, 이웃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이효준 장로(부산 덕천교회,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