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깁슨 목사와 아내
(Photo : 출처 = 페이스북) 존 깁슨 목사와 아내

'불륜 조장 사이트' 애슐리 매디슨에 가입한 사실이 공개된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던 한 미국 목회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적인 일이 일어났다. 9일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언론에 따르면, 미시시피 주 펄링턴의 제1남부 침례교회 목사이자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의 침례교 신학대학(New Orleans Baptist Theological Seminary) 교수인 존 깁슨(56·John Gibson)은 지난달 24일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7월 애슐리 매디슨의 모회사인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를 해킹한 단체 '임팩트'가 3,200만 명에 이르는 애슐리 매디슨 가입 회원의 정보를 지난 8월 중순 무차별로 인터넷에 공개한 지 6일만의 일이었다.

폭로된 명단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인한 그는 직업을 잃는 것에 대해 걱정하다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숨져 있는 그를 발견한 것은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그의 아내였다. 아내가 돌아올 때쯤이면 부엌에서 저녁을 준비하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아내를 맞아주던 남편이 없었다. 그녀는 CNN머니에 "있어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났다"면서 당시의 충격을 털어놨다.

유서도 발견됐다. 유서에서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 온 것들에 대해 시기 순으로 적은 깁슨 목사는 애슐리 매디슨도 언급했다.

유서를 살핀 그의 아내 크리스티(Christi)는 CNN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남편은 우울증에 대해 이야기했고, 애슐리 매디슨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했고, 거기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것이 너무 너무 미안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게 품위 있고 늘 자상하며 자비를 베푸는 데 모든 것을 쏟아 부었던 남편이 자신에게만큼은 관대하지 못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시간이 남을 때면 자동차를 수리하는 것을 취미로 삼았던 깁슨 목사는 훌륭한 교수이자 학교에서 학생의 차량을 무료로 고쳐준 상냥한 이웃이었다고 미국 언론은 소개했다.

그러나 동시에 과거에 겪은 우울증과 성중독, 약물 중독으로 힘들어했다고 가족들은 밝혔다. 특히 깁슨 목사는 25년 동안 성중독으로 고통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내도 남편의 성중독을 알고 있었지만, 유서를 읽기 전까지 남편이 애슐리 매디슨에 가입해 있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하고 있었다.

크리스티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가족으로서 무척 힘들다"면서 "사랑의 힘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 아빠이자 남편이며 친구를 잃는 것만큼 가슴 아픈 일은 없다"며 애슐리 매디슨 사태로 고심하는 이들에게 극단적인 선택을 피하라고 조언했다. 크리스티는 가족에게도 수치스러운 일이고 비극적 아픔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실을 자살 후 2주가 지난 시점에서 뒤늦게 공개적으로 밝힌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전했다. "애슐리 매디슨과 같은 사이트들은 익명성의 어두움과 은폐를 생명으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에드 스테처(Ed Stetzer) 박사는 크리스처니티 투데이에 "교회에 매우 당황스러운 순간"이라면서 수백명의 목회자, 성직자, 교회 직원들이 유출된 명단에 포함되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깁슨 목사의 사망 소식을 접한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는 위로 성명을 발표했다. 이 회사는 "깁슨 목사의 사망은 해킹이라는 범죄 행위가 순박한 사람들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가를 떠올리게 하는 참담한 것"이라고 애도했다.

지난달 중순 해킹 단체가 애슐리 매디슨 회원 명단을 공개한 뒤 미국 텍사스 주와 애슐리 매디슨의 본사가 있는 캐나다 토론토 등에서 최소 4명 이상이 자살을 택했다. 아비드 라이프 미디어는 해킹 단체를 기소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이에게 50만 캐나다달러(약 4억5,000만 원)를 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