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교회 내에는 1세와 2세 간에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언어, 사고방식 등 ‘문화적 차이’에 더해 ‘세대 차이’까지 더해지면서 ‘생긴 것만 비슷하지 완전히 다른 존재’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나마 한인교회 내에서는 외모라도 비슷하지만, 아예 외모도 다른 다민족이 다세대로 섞여서 한 교회를 다닌다면 어떨까? 일대 혼란이 일어날까? 그런 교회는 존재가 불가능할까?

리빙호프크리스천센터에서 시무하는 벤자민과 선희 로빈슨 부부
리빙호프크리스천센터에서 시무하는 벤자민과 선희 로빈슨 부부

벤자민 이스라엘 로빈슨(Benjamin Israel Robinson) 목사는 2003년 캘리포니아 에머리빌에 은사주의 교회인 리빙호프크리스천센터(Living Hope Christian Center)를 개척해 리드 목사(Lead Pastor)로 시무하고 있다. 이 교회는 다민족 다세대 성도 300여 명으로 구성된 선교 지향적인 교회로, 로빈슨 목사는 아내와 공동으로 사역하고 있다. 아내의 이름은 선희 손 로빈슨(Sunhee Son Robinson)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로빈슨 사모는 한인 2세다. 둘 다 풀러신학교를 졸업했다.

흑인 남편과 한인 아내가 다민족과 다세대를 아우르는 목회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은 미국 내에서도 주목을 받으며 각종 컨퍼런스에 강사로 초대받고 있다. 최근에는 한인 2세 대학생들의 집회인 하이어 콜링에서도 메시지를 전한 바 있으며 오는 4월 10일-11일 은혜한인교회와 4월 24일-25일 충현선교교회에서 열리는 아바 컨퍼런스(Abba Conference)에도 강사로 초대됐다.

먼저 세대 간의 차이에 관해 로빈슨 목사는 “우리 교회가 세대 간 고립을 방지하는 방법은 교육”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하나님께서 각 세대마다 주신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는다. 그 어떤 세대도 그 전 세대로부터 지혜를 얻고 그들을 의지하지 않고는 성숙해질 수 없다. 그리고 이전 세대는 이후 세대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세대적(multi-generational)이 아닌 전세대적(trans-generational, 傳世代) 목회를 제안했다. 단순히 노년-중장년-청년-청소년-유년 등의 성도가 있다면 다세대이겠지만 이 세대들이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면 이것은 전세대적이라 볼 수 있다. 즉, 한 세대로부터 다음 세대로 무엇인가가 전수되는 것이다.

“청년 세대가 장년 세대와 친밀해지는 방법은 많아요. 가장 쉬운 것은 청년들이 컴퓨터나 스마트폰 사용법을 장년에게 가르쳐 주는 것이죠. 새 전자레인지 사용법도 가르쳐 줄 수 있지요. 청년들이 장년들을 도울 일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반대로 장년이나 노년 세대는 청년들에게 삶의 경험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지혜를 나눠줄 의무가 있습니다.”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그는 할 말이 많았다. 일단 그는 성령의 임재를 답으로 꼽았다. 은사주의 교회 목사이기 때문에 이런 대답을 하는 것만은 아니다. 경험했기 때문이다.

“우리 교회는 특별히 설교 통역을 제공하지 않아요. 그러나 저는 우리 성도들이 제 설교를 이해하고 있음에 놀랍니다. 얼마 전, 저와 아내는 우리 교회에 1년 반 이상 출석한 한 한인 가정을 심방했습니다. 그들은 영어에 그다지 능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내가 ‘어떻게 설교를 이해하시나요’라고 물었어요. 그러자 그 가정의 부인께서는 ‘참 신기하죠. 설교를 들을 때에는 더 잘 이해가 되어요. 가끔 이해를 못할 때도 있지만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 있음을 느낍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성령의 임재는 현실입니다. 살아계신 하나님의 임재가 있다면 어떤 문화적 차이도 극복이 됩니다.”

그는 이 대목에서 중요한 개념을 소개했다. “다민족(multi-ethnic)이 출석한다고 다문화적(multi-cultural)인 것은 아니다.” 그는 많은 미국 교회들이 다민족으로 구성돼 있지만 그 중 어떤 교회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문화적(mono-cultural)이라 지적했다. 교회의 주를 이루는 하나의 문화가 있어서 모든 멤버들이 어떤 식으로 말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백인, 흑인, 동양인이 함께 예배드리지만 성도의 다수가 백인이라면 교회의 백인적 문화를 모든 성도들이 따라간다는 것이다.

로빈슨 목사는 “우리는 교회 내의 다양한 문화를 존중한다. 어떤 문화, 어떤 배경에 속한 사람이라도 환영받을 수 있다. 그래서 어느 민족이 다수를 이룬다는 그런 개념 자체가 없다. 우리는 우리 성도들이 교회에서 진정 그들 자신이길 바란다. 우리는 중남미나 아프리카에서 온 이민자들도 자신들의 문화를 즐기길 원한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다양성을 존중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그는 문화적, 세대적 갈등에 처한 한인교회 2세 목회자들에게 조언했다.

“잘 견디세요. 상황은 좋아질 것입니다. 주님께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계시기 때문이죠. 저는 대학생 때 한인교회를 접해 봤고 목회를 하는 한인 친구들도 많기에 이 문제를 익히 알고 있습니다. 한인 2세 교회는 아직 초창기이며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해 가고 있습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현재는 이 문제로 인해 많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지만 이것은 한인교회만이 아니라 서구 교회의 문제이기도 해요. 지금 우리 자녀들에겐 선생님은 있을지 몰라도 영적 아버지는 없습니다. 누구도 헌신하려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그들을 향해 ‘나는 너희와 함께 걸으며 내 삶을 나눌 거야’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