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관 생활 20년 동안 가장 힘들었던 점은 '만남과 헤어짐'입니다. 발령이 나서 가방 하나 들고 그 나라에 딱 떨어지면 막막합니다. 외교관으로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게 일인데, 주춤거리기도 하면서 열심히 하다 보면 사람도 사귀고 좀 할만하다 싶으면 또 떠나야 해요. 어디에서나 성심성의를 다해서 일하면 헤어질 때는 너무나 적막하지요. 애틀랜타에서는 정말 큰 사랑을 많이 받았는데 벌써부터 헤어질 때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이지요(웃음)."

나라사랑어머니회(회장 박경자) 6월 모임이 27일(금), 애틀랜타성결교회(담임 김종민 목사)에서 열렸다. 이날 모임에는 유복열 부총영사가 '대한민국 외교관과 어머니의 길'을 주제로 여성 외교관으로의 삶과 가족, '외규장각 의궤' 반환에 숨겨진 이야기 등을 풀어내며 회원들의 많은 공감을 얻었다.

유복열 부총영사는 20년 동안 여성 외교관으로 프랑스와 튀니지 등에서 외교관 생활을 하며 겪었던 에피소드들과 가족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으로 서두를 뗀 뒤, 나라사랑어머니회 회원들과는 '여성'이라는 공통분모뿐 아니라 '어머니' '아내'로서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짠하게 통하는 부분들이 있다면서 편하게 마음을 나누고 싶다고 밝혔다.

"어릴 때 어머니께서 항상 '세상 어느 순간, 어떤 장소에서 어떻게 놓이더라도 헛되지 않은 사람이 되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릴 때는 그 말씀이 너무 추상적이어서 의미를 잘 몰랐는데, 어쩌면 인생의 가장 큰 축을 만들어 준 조언이 아닌가 싶어요. 인생에서 늘 최고일 수 없고, 좌절과 아픔이 있지만 또 다른 미래를 기대하며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고 사랑할 때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도 미국 땅에서 늘 최선을 다해 살아 내셨고 그렇게 살아갈 것을 믿고 있습니다."

나라사랑어머니회 6월 모임에서 강연하는 유복열 부총영사
(Photo : 기독일보) 나라사랑어머니회 6월 모임에서 강연하는 유복열 부총영사

대한민국의 여성 파워가 날로 신장하고 있지만 애틀랜타 한인사회는 여전히 남성중심적인 분위기가 남아있다고 언급한 유 부총영사는 처음 부임하고 여러 단체에서 환영식을 해줬는데, 여성 부총영사는 처음이라 단체장들이나 회원들이 당황하고 힘들어하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이민사회 여성 지도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어머니회 회원들을 격려했다.

이어 유복열 부총영사는 '외규장각 의궤'에 대한 이해, 프랑스에 약탈된 과정,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국립도서관 별관에 방치돼 있다 발견된 가슴 떨린 순간들을 묘사했다. 대한민국에서 1991년 정식으로 반환요청을 했지만 프랑스 측에서 응답하지 않았고, 지지부진하던 양측은 2008년 다시 테이블에 앉아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 협상을 이어갔다. 아슬아슬한 협상이 이어지고, 깨지는 듯한 위기의 순간마다 제 역할을 충실히 감당해 온 유 영사는 반환협상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145년 만에 돌아온 의궤를 대면했을 때의 벅찬 감동을 풀어내자 어머니회 회원들 역시 탄식과 안도의 한 숨을 내쉬며 박수로 동일한 기쁨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