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자
(Photo : 기독일보) 이성자 목사.

지난 주간 고 이근우 형제님의 장례식이 많은 친지들이 참석한 가운데 은혜스럽게 치루어졌습니다. 우리 교회 초기부터 있다가 좋은 아내를 교회에서 만나 결혼도 하고 성협, 준협, 태협 세 아이를 낳아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며 우리 교회 떠오르는 젊은 일군중의 하나로 기대되던 성도였습니다. 이근우 형제님은 의리있고 정이 많고 마음이 따뜻하여 많은 성도님들에게 사랑받던 형제였습니다. 그의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연일 교회에는 그를 위해 기도하는 크고 작은 모임이 끊어지지 아니하였고 그의 안부를 묻는 전화들이 쇄도하였습니다. 이근우 형제님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하여 유가족은 물론 저와 우리 성도님들은 말할 수 없는 아픔으로 슬퍼하며 하나님의 뜻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이근우 형제님의 사고가 있던 날부터 날마다 우리 교회 큐티를 통하여 이 죽음이 의미하는 바를 깨우쳐주셔서 슬픈 중에도 말씀을 통하여 위로를 받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그의 죽음은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지는 것과 같은 값진 죽음이라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당신의 십자가 죽으심을 이렇게 표현하셨습니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져 죽지 않으면 그대로 있고 죽으면 많은 열매를 맺느니라." 한 알의 밀이 땅에 떨어지고 나면 춥고 외롭고 어둡고, 소망이 보이지 않고, 그 누구와도 단절된 것 같은 과정을 통과합니다. 바로 차가운 땅 속에 묻혀지는 육체의 죽음이 우리에게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신기한 것은 바로 이 소망의 빛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땅속에 새로운 생명을 싹트게 하는 양분과 수분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죽음 자체에 놀라운 축복의 요소가 담겨 있다는 의미입니다. 땅에 떨어진 한 개의 씨앗에서 수많은 밀이 생겨납니다. 조 이삭 한 개에서는 무려 26,000 개의 조알이 나온다고 합니다. 이 처럼 한 알의 밀 비유는 예수님의 십자가 죽으심을 통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죄사함받고 구원을 받게 됨을 예표하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믿는 자들의 죽음도 마찬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많은 보이지 않는 열매들이 한 성도의 죽음을 통하여 맺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하나님은 성도의 죽음을 귀하게 보신다고 하셨습니다. (시 116:15)

이근우 형제님의 죽음을 통하여 벌써부터 아름다운 열매들이 맺어지고 있음을 보며 저는 슬픈 중에도 큰 위로를 받습니다. 무엇보다 사고 소식을 듣고 한국에서 급히 오신 그의 어머님이 아들의 병실에서 예수님을 비로소 영접하셨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어머님은 병실을 떠나는 아들의 시신을 붙들고 이렇게 고백하셨다고 합니다. "근우야, 네가 믿던 천국 이제 나도 믿을게, 우리 그 좋은 천국에서 꼭 다시 만나자!" 평소, 근우 형제님, "우리 어머니 예수 믿게 기도해주세요." 늘 주변 사람들에게 부탁하곤 했는데 그 기도제목이 죽음과 함께 응답된 것입니다. 장례식을 마치고 근우 형제 어머님이 이렇게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평소 근우는 자기의 가장 큰 소원이 내가 교회가는 것이라고 말하곤 했어요." "엄마가 예수 믿어야 우리가 천국에서 만날 수 있지." 늘 이렇게 말하며 전도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아들의 소원을 죽음의 현장에서 들어주신 것입니다, 어머님은 계속해서 이렇게 말씀합니다. "이제 한국 가면 교회 나가고 기도하면서 살겠어요." 어머님 외에도 교회다니지 않던 여러 친지들이 근우 형제님 소식 듣고 이제 교회 나가겠다는 연락을 받았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얼마 전에 한국 나가서 부지런히 일가 친척들에게 전도한 모양입니다. 그 전도의 열매가 그의 죽음과 함께 맺어지고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요.

또한 근우 형제님 사고를 통하여 우리 교회 많은 젊은 부부들이 영적으로 깨어나고 있음을 봅니다, 그저 아이들 키우고 집안 살림 하느라 바빠 하나님 나라에 대하여 미처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 처럼 보이던 저들이 삼삼 오오 모여 아침부터 밤까지 기도하는 모습들이 슬픈 중에도 얼마나 제게 위로가 되었는지 모릅니다. 또한 근우 형제님은 미리 장기 기증 약속을 하였기 때문에, 그의 육체는 현재 1,260 군데에 기증이 되어 많은 사람들을 살리고 축복하는 일에 쓰임받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사랑하는 고 이근우 형제의 죽음과 함께 아름답고 선한 열매들이 맺어지고 있음에 위로를 받습니다. 계속해서 땅에 떨어진 한 알의 밀처럼 아름답고 풍성한 열매들이 그가 몸담았던 삶의 주변에서 맺어지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