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현지시간) 유럽의회에서 통과된 '동성애 혐오 반대 보고서'가 성소수자들을 위한 평등만을 강조한다는 주장이 현지 인권 전문가들에 의해서 제기됐다. 이 보고서는 오스트리아 녹색당 소속 울리케 루너섹 의원에 의해 발의되어 '루너섹 보고서(Lunacek Report)'라 불린다. 동성애자를 포함해 양성애자, 성전환자 등 성소수자(LGBT)에 대한 차별과 이들에 대한 혐오감 표시를 금지하기 위한 절차를 마련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 보고서는 이 날 찬성 394표, 반대 176표로 통과됐다.
보고서의 지지자들은 이에 "보고서는 유럽에서 성적 지향에 상관 없는 평등을 마련하기 위한 로드맵을 창조해낼 것"이라고 환영했으나, 반대자들은 "보고서는 모두를 위한 평등이 아닌 일부 사람들을 위한 특권과 특혜만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지적은 인권 전문가들에 의해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인권 관련 국제법과 정책을 전문으로 다루는 블로그 '터틀 베이 앤 비욘드(Turtle Bay and Beyond)'를 운영하고 있는 J. C. 본 클레파흐는 "보고서는 동성애자들을 위한 법적 특혜를 옹호하면서 EU 국가들에 살고 있는 모든 시민들이 향유해야 할 권리를 보장하지는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종교적 또는 개인적 신념으로 인해서 동성애나 양성애, 성전환 등에 반대하는 이들이 보고서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에 의해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제재당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이다. 클렘파흐는 "오늘 유럽의회의 투표 결과는 다시 말해 인권의 보편성이라는 원칙을 깨뜨린 것이다"며, "정말 수치스러운 날이다"고까지 비판했다.
또 다른 인권 연구단체인 디그니타티스 휴마네(Dignitatis Humanae)의 대표인 루카 볼롱테는 "루너벡 의원은 EU의 사법체계의 기반이 되는 근본적인 평등을 파괴하고 있다"며, "우리의 보편적인 인권에 대한 정의를 넘어서서 일부 집단에 대한 특혜를 제공하고 동시에 다른 집단들에게는 동일한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보고서는 심각한 오류를 안고 있다"고 말했다.
볼롱테가 이끌고 있는 이 연구단체는 활동 목적을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진리의 기반 위에 인간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는 이번 보고서의 통과로 "유럽의회 내에서 성소수자들의 이익만을 위한 법 제정이 이뤄지도록 LGBT 단체들의 로비가 더욱 강력해질 것"이라며 우려를 내비쳤다.
영국 국제인간존엄성위원회(ICHD) 대표 니르즈 데바 역시 "루너섹 의원의 보고서는 자신들의 사회적 독트린을 모든 유럽 국가들에 강제하려는 일부 유럽인들의 야망을 잘 보여주는 예"라고 비난했다. 그는 "영국인의 권리는 동성애자이든 이성애자이든 상관 없이 모두에게 법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들 반대자들은 보고서가 "유럽의 자연스러운 가족 제도에 매우 심각한 반감을 일으키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한 승리는 유럽의 전통가족 지지 운동이 차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터틀 베이 앤 비욘드'의 클레파흐는 "루너섹 보고서는 법적 효력이 없고 이에 반대하는 이들의 운동은 강력하다. 시민들은 이제 각성했고 정치인들은 이를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