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성결교회 김종민 목사.
(Photo : ) 애틀랜타성결교회 김종민 목사.

'지구 온난화'로 온 인류가 걱정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 겨울만큼은 그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마치 어마어마한 냉장고의 문짝을 활짝 열어 놓은 듯, 세상이 온통 꽁꽁 얼어 붙은 것 같다. 이번 추위는 극지 회오리바람 '폴라 보텍스'(polar vortex)의 영향이라는데 우리가 그런 것까지는 잘 몰라도 마치 빙하기 시대로 되돌아 온 것 같은 느낌이다.

그러나 온 지구가 공룡의 멸망을 지켜보는 양 다 얼어 붙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렇게 추위에 떨고 있는 이 순간, 우리의 반대편 남반구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심한 더위로 고생을 하고 있다고 하니 지구는 참 오묘한 세계다.

이렇게 어떤 것은 인류가 손 써 볼 수 없는 어려움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연환경 외에도 수 많은 것들이 우리를 벼랑 끝으로 내 몰고 있다. 그러나 그것들은 대부분 인간 스스로가 자처한 문제들이다.

어떤 곳은 아직까지도 절대빈곤에 시달려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반대편에서는 비만이 사회 문제가 되고 건강보조식품이 거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아프리카가 기아에 허덕이는 것은 비가 내리지 않아 농사를 지을 수 없어서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해서 얼른 비가 왔으면 좋겠다고 기도하지만, 사실 이 지구에는 아프리카에 비가 오지 않아도 70억이 넘는 모든 사람들이 먹고 남을 만큼 식량을 생산할 수 능력이 있다.

중동에 부는 자유의 바람은 향긋한 봄바람이 아니라 비릿한 피바람이고, 자유와 평등과 박애의 상징인 혁명의 나라 프랑스에서마저 부는 우경화의 바람은 세상을 한 바퀴 돌며 인권의 도미노를 넘어뜨리는 신호탄이 될까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정치 이념으로 동서를 가르는 냉전의 시대는 끝났지만 이제는 국가적 밥그릇 전쟁이 시작되었다. 이념 전쟁은 그래도 겉으로 내세우는 거창한 명분이라도 있었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곧 죽고 사는 문제가 되는 밥 그릇 앞에서는 체면을 차리는 것 조차 사치다.

이런 인간이 만들어 낸 스스로의 문제는 세상에 일어나는 그 어떤 자연재해의 피해보다 더 크게 인류를 위협하고 있다.

인간이 당면한 진짜 문제는 해결의 능력이 있으면서도 그 문제의 해결을 원하지 않고, 그것을 통하여 이익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모두의 행복보다는 빈부의 격차와 정치적 불평등을 통하여 더 큰 이익을 얻는 사람들은 해결을 원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류의 양심은 한 겨울 추위처럼 얼어 붙지 않았다. 이 거대한 약육강식의 회오리바람 속에서도 그것을 헤쳐 나가려 하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은 오히려 인류 역사의 그 어느때 보다 활활 타오르고 있다.

성공과 출세의 길을 버리고 오지에서 의료 활동을 버리는 의료인, 땅 바닥을 칠판 삼아 배고픈 어린이들에게 빵만이 아닌 진리와 지식을 가르치려는 선생님, 불의의 공포에 싸인 사람들에게 정의가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려고 목숨을 거는 정치인들이 있다.

우리가 비난하는 세상의 반대편에는 우리가 그렇게 바라고 바라던 사람들의 노력이 이 땅에 심어졌을 뿐만 아니라 서서히 자라가고 있고 어떤 것들은 열매를 맺어가고 있다. 천형과도 같은 질병이 치료되고 있고, 노예 근성이 아니라 시민의식이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동전의 양면처럼 악해져 가고 힘들어 가는 만큼, 반대로 더욱 가능성 있는 세상으로 발전하고 있다.

우리의 희망은 벌써 현실이 되고 있다.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가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되어 가고 있는 중이다. 이 세상은 여전히 불의하지만 그 세상을 멋지게 역전시키는 사람들이 있다. 희망을 현실로 만드는 이 세상에, 누군가는 주인공이겠지만 우리도 훌륭한 조연이다.

조연의 역할을 눈에 띄는 것이 아니라 카메라 밖에서도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해내는 것이다. 내가 오늘 최선을 다해 산다면 오늘 우리는 이 세상에서 멋진 조연의 역할을 잘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다 혹시 상도 탈지 모르겠다. 상은 주연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