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한 언론에서 자국 내 탈북자들의 열악한 삶을 소개하는 장문의 특집기사를 실어 화제가 되고 있다고 VOA(Voice of America·미국의소리방송)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나 서방 언론이 탈북자들의 열악한 삶을 취재하는 경우는 있었지만, 중국 언론이 기획취재를 통해 탈북자의 삶을 자세히 보도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VOA에 따르면 중국 남부 유력지인 '난팡두스바오' 산하 주간지 '남팡저우칸'은 지난달 26일자를 통해 중국 동북지방에서 약 20년간 지내온 40대 탈북 여성을 통해 탈북자들의 삶을 자세히 조명했다.
이 매체는 중국 투먼(도문)과 북한을 잇는 두만강대교 사진과 함께 탈북자들이 중국에서 불안한 삶을 살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훈춘에서 조선족 남편과 살고 있는 한 탈북 여성 정씨가 오랫동안 중국에서 폐쇄적인 생활을 계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씨는 외출할 때 꼭 마스크를 써야 하고, 아들을 학교에 배웅하거나 장을 보는 일 외에는 거의 외출을 하지 않는다. 정씨는 1990년대 후반 강제북송을 당한 경험이 있어, 사진이 한 장이라도 찍힐 경우 체포될 수 있다며 불안해했다고 한다.
'남팡저우칸'은 탈북자들이 강제북송되면 수감시설에서 강제노동을 당하며, 상황이 엄중할 경우 무기징역이나 처형을 당한다는 소식도 있다고 전했다. 또 중국 내 탈북 남성들은 대개 농촌에서 힘든 일에 종사하고, 여성들은 술집이나 식당, 목욕탕에서 일하거나 농촌으로 팔려가고 있다고 했다. 특히 "여성들은 나이 많은 노총각이나 장애인들에게 팔려가고 있다"며 최근 모 지역 50대 남성이 돈을 주고 젊은 탈북 여성을 데려왔다고 했다.
이어 "탈북자들이 중국어를 모르고 신분도 불확실하기 때문에, 대개 중개인을 통해 탈출하고 있다"며 "중개인들이 체포될 경우 밀입국 조장 혐의로 징역형을 선고받지만, 수입이 좋기 때문에 출소 뒤 다시 일을 시작한다"고 소개했다. 또 "탈북 행렬이 늘면서 북·중간 국경지역 경비가 강화되고 있고, 도강을 감시하는 국경경비대 초소가 과거보다 늘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매체는 중국 정부의 구체적인 탈북자 정책을 소개하거나, 강제북송 문제를 비판하지는 않았다. 매체는 마지막으로 정씨가 불안한 중국 생활을 끝내기 위해, 먼저 한국에 간 동생 부부를 따라 한국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