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여전히 불편한 하나님.
(Photo : 기독일보) 내겐 여전히 불편한 하나님.

전도를 하기 위해 비신자들과 대화를 시도하거나, 리처드 도킨스를 비롯한 ‘새로운 무신론자’들의 주된 논리를 듣다 보면, 그들 속에 ‘구약의 하나님’에 대한 불평 또는 불신을 찾아볼 수 있다. 예수님을 통해 바라보는 신약 속 하나님은 좋지만, 구약 속 하나님은 ‘잔인하고, 폭력적이고, 배타적’이라는 것이다.

기독교인들도 성경 속에 실제 그러한 장면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마땅한 해명 또는 변증을 해내지 못하고, 그러한 구절들을 굳이 꺼내놓고 이야기하지 않으려 한다. 최근에는 「자유로부터의 도피」, 「사랑의 기술」, 「소유냐 존재냐」 등을 쓴 에리히 프롬(Erich Fromm·1900-1980)이 “구약을 하나님 말씀으로 보지 않는다”고 주장한 「너희도 신처럼 되리라(휴)」가 발간되기도 했다.

이러한 추세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는 책이 데이비드 T. 램 美 비블리컬신학교 구약학 교수의 책 「내겐 여전히 불편한 하나님(IVP·원제 God Behaving Badly)」이다. 램 교수는 기독교 초기(결국 이단으로 정죄된) 마르시온(Marcion·주후 80-160) 학파로부터 2천년 가까이 계속돼 온 이러한 ‘오해’를 풀기 위해 “구약의 하나님은 항상 은혜롭고 자비로우시며 노하기를 더디하시고 인애가 크신 반면, 예수님은 성경에서 누구보다도 지옥에 관해 많이 말씀하신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저자는 수레에서 떨어지려는 언약궤를 붙잡다 그 자리에서 ‘즉사’한 웃사(삼하 6:7), 자신의 딸을 강간당하게 하면서 천사를 보호하려 했던 롯(창 19:8), 노예 제도에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오해를 받는 노아의 함 저주(창 9:25), 자신을 놀린 아이들을 저주해 곰의 습격을 받게 한 엘리사(왕하 2:24) 등을 모두 불러내고는, 당시 문화와 풍습, 성경 말씀 정확하게 읽기 등을 통해 진실을 파헤친다.

저자의 방식은 ‘도킨스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다. “나는 구약 성경이 하나님을 묘사하는 방식대로 하나님 성품의 긍정적 측면을 강조할 것이다. 그러나 구약 성경 전체를 충실하게 살피려면, 자신의 주장을 약화시킬 것 같은 본문을 비롯한 다른 본문도 검토해야 한다. 도킨스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는 하나님을 호의적으로 말하는 본문을 피한다. 성경을 왜곡하지 않으려면, 많은 본문을 살피고 문제가 되는 구절의 양 측면을 연구하며 그 문맥 안에서 본문을 읽어야 한다.”

예수님도 구약 성경을 사랑하셨고, 자주 인용하셨다는 점도 근거로 삼았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가장 기대하시는 것이 사랑임을 증명하기 위해 예수님이 향하신 곳도 ‘구약 성경(신 6:5, 레 19:18)’ 아니었냐는 것. 뿐만 아니라 예수님은 구약 성경의 하나님과 동일시하셨고, 그의 아들이심을 선포하셨다.

저자는 ‘진노의’, ‘성차별주의자’, ‘인종차별주의자’, ‘폭력적인’, ‘율법주의자’, ‘완고한’, ‘멀리 있는’ 등 구약의 하나님에게 사용되는 수식어들을 하나 하나 꺼내놓고 이것들이 정당하게 붙은 것인지 현미경으로 살피고 있다. 그리고 당부한다. “하나님을 이해하려면, 하나님을 부정적으로 드러내는 것 같은 구절을 무시하는 대신 연구하고, 토론하고, 가르쳐야 한다. 우리의 모든 의문이 완전히 풀리지는 않겠지만, 하나님과 예수님을 조화시킬 수 있다는 것과 신·구약의 하나님이 모두 사랑의 하나님이심을 발견할 것이다.”

구약의 하나님은 여자를 인정하시고 외국인에게 친절하시며, 검이 아닌 화평을 주신다. 또 율법주의자가 아니라 은혜로운 분이시며, 완고하지 않고 유연성 있으시며, 가까이 계시는 ‘멋진 분’이시다. 정리하자면 ‘매력적이고, 관계를 맺으시며, 선하신 분’이시다.
책을 읽고 나면, 우리가 얼마나 성경 본문을 한 글자 한 글자 똑바로 읽지 않았는지 알게 된다. 또 구약 성경 속 하나님을 오해케 한 것이 크리스천 개인이나 교회 공동체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