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후 북한 정부를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이 클수록 심한 우울증과 정신적 외상(trauma)에 시달리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워싱턴침례대학교의 박진욱 상담학 교수는 지난 4월 4일에서 6일까지 오레곤 주 포트랜드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 CAPS(Christian 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tudy) International에서 '탈북자에게 있어 사회 불의와 용서에 대한 연구'(A STUDY OF SOCIAL INJUSTICE AND FORGIVENESS IN THE CASE OF NORTH KOREAN REFUGEES)라는 주제로 진행된 세미나에서 이같이 발표했다.

박진욱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많은 탈북자가 "북한에서 가족과 친척, 이웃이 기아로 죽어가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상처를 받았다"고 응답했으며, 가장 높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는 직계가족이나 친척의 공개처형을 볼 때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탈북자의 우울증, 외상후 장애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탈북 후 북한 정부에 대해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이 매우 심각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한 정부를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이 크면 클수록 심각한 우울증과 트라우마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연구결과로 증명된 것이다. 반면에 신앙생활을 잘하는 탈북자일수록 남한사회에 더 잘 적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을 세분화해서 연구해 본 결과, 과거의 아픈 경험에 대한 반복적인 생각 (rumination)이 다른 비용서인 회피 그리고 복수에 대한 감정보다 더 크게 나타났다. 이것은 강압적이고 폐쇄된 북한 사회의 특성상 북한 주민들이 자신이 가진 북한에 대한 분노를 잘 표현하지 못하고 내적으로 인내하며 반복적 생각과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을 가진 이들의 정신건강에 가장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극단적 집단주의 문화 속에서 자란 탈북자는 개인주의 사회에 정착하여 살지만 자신의 분노에 대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는 '분노의 내재화' 상태에 놓여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정권자체가 체계적으로 국가적 차원에서 저지르는 반인류적인 죄를 어떻게 북한 주민들이 용서할수 있도록 도울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탈북자들을 위한 '용서테라피' 제공을 제안했다.

또한 박 교수는 "통일된 이후 북한주민들이 용서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알게 될 때, '어떻게 기독교적인 용서 개념을 소개하고 북한사회와 주민들에게 용서와 화합을 이끌 것인가'가 우리 기독교인 모두가 안고 가야할 중요한 과제임"을 강조하며 "신앙적 관점에서 통일 이후를 준비해야 할 것"을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