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베네딕토 16세가 24일(현지시간) 바티칸 성 베드로 광장에서 마지막 삼종기도를 집례했다.

교황은 “주님은 내가 산에 올라 더욱 기도와 명상에 헌신하길 원하셨다. 이는 교회를 떠난다는 의미가 아니고, 하느님이 원하시면 나이와 체력에 맞는 방식으로 교회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달 초 베네딕토 16세는 “교황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정신적·육체적 건강이 필수적인데, 하느님 앞에 제 스스로 끊임없이 성찰한 결과 고령으로 저의 힘이 더는 교황직을 적절히 수행하는 데 적합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며 “지난 몇 달간 저는 기력이 약화돼 주어진 직무를 제대로 이행할 능력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아챌 정도에까지 이르렀다”고 사의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새 교황 선출과 교황청을 둘러싼 루머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언론 역시 “교황의 사임이 이같은 의혹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마의 라레푸블리카(La Repubblica)는 21일 교황의 실제적인 사임 이유는 교황청 내 부패 등에 대한 충격적 보고서 때문이라고 전했다. 교황은 지난해 12월 17일 자신의 지시로 부적절한 자금 관리나 정실 인사, 동성애, 공갈 협박 등을 조사해 온 추기경 3명이 올린 300쪽 분량의 비밀 보고서를 받은 후 충격을 받았고, 오랫동안 숙고해 오던 사임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전날 베네딕토 16세가 로마 교구의 성직자들에게 “세상의 악, 고통, 타락이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를 훼손하고 있다”고 언급한 것도 보고서와 관련된 발언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이와 관련, 바티칸은 “교황의 사임을 둘러싼 보도들은 확인되지 않은 완벽한 날조”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페데리코 롬바르디(Father Federico Lombardi) 바티칸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수백 년을 지나오면서, 추기경은 많은 형태의 압력을 받아왔다. 이러한 보도들 역시 새 교황 선출에 개입하려는 계획”이라고 주장하면서 “교황 선출을 위해 콩클라베(비밀회의)를 시작할 즈음 이같은 내용이 보도된 것에 대해 개탄한다. 확인되지 않고, 확인할 수 없고, 완벽히 날조된 보도는 사임하는 교황과 교황청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고 전했다.

롬바르디는 그러나 언론이 교황 선출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세한 언급을 피했다.

교황은 오는 28일 물러나며, 후임자는 추기경단 비밀회의인 ‘콘클라베’를 통해 선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