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안에는 참 다양한 부모들이 있습니다. 뱃속에 아이를 가진 새내기 부모로부터 얼마있지 않으면 구십 세를 바라보는 부모까지 야주 다양합니다. 시대별로 주어지는 부모의 역할은 다르지만 이 땅에서 부모로 살아가야 하는 사명은 같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대로 부모와 자식은 어떤 계산이나 계약으로 엮어진 관계가 아니라 하나님의 섭리 안에서 사랑으로 엮어진 관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땅에서 맺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관계가 바로 부모와 자식 관계입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의 중요성을 잊어버리고 서로가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안타까운 모습을 너무 자주 대하게 됩니다. 늙은 부모가 짐이 된다고 밖에 내어다 버리는 자녀가 있고, 어린 자녀가 부모의 앞길에 짐이 된다고 밖에 내어다 버리는 부모가 있습니다. 이 모두 다 부모와 자식간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모르고 저지르는 지극히 이기주의적인 행동입니다. 이땅은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모가 없는 자녀가 없고, 자녀가 없는 부모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은 부모를 공경하는 것이 이 땅에서 잘되는 길이라고 했고, 자식은 하나님이 주시는 축복의 상징이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어버이 주일을 맞아 이땅에서 부모로 살아가는 것이 모든 부모님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세 가지로 요약해보았습니다.

첫째로, 부모라고 불리우는 것은 가장 영예로운 호칭입니다. 내가 누구의 어머니, 아버지로 불리울 수 있다는 것을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큰 축복이자 특권입니다. 세상의 그 어떤 호칭보다 가장 고귀하고 아름다운 것이 바로 어머니, 아버지니다. 이 호칭은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을 따라 이땅에 생명을 창조한 사람만이 들을 수 있는 호칭입니다. 이 호칭이 영예로운 이유는 나를 통해 태어난 생명을 통해 이 땅을 다스리고 정복하는 역할을 감당하고 그 생명을 통해 시대를 넘고 넘는 생명 창조의 역사가 이어져가기 때문입니다. 생명에서 생명으로 이어지는 출발점이 바로 부모입니다.

둘째로, 다음 세대의 성공과 실패를 부모가 쥐고 있습니다. 한 사람의 성공과 실패가 아니라 한 세대의 성공과 실패가 부모의 손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물론 이것은 엄청난 부담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이것은 가장 큰 축복입니다. 나로 인해 다음 세대가 변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보람되고 기쁜 일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내 손끝에서 다음 세대를 변화시키는 힘이 나오고, 내 말 한 마디에 다음 세대를 일으키는 역사가 시작된다고 생각하면 그 자체가 바로 가슴 떨리는 축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셋째로, 부모는 축복의 통로이자 근원입니다. 하나님이 부모에게 허락하신 가장 큰 축복은 바로 그들의 자녀들을 축복해줄 수 있는 권한입니다. 자녀는 부모가 축복해주는 만큼 자랍니다. 부모의 칭찬과 인정을 받고 자라는 것보다 자녀들에게 힘이 되는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비록 세상의 기준으로는 실패자로 낙인 찍힐지라도 부모가 그 자녀를 결코 실패자로 인정하지 않으면 반드시 실패를 딛고 일어설 수 있습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녀들은 부모의 입에서 나오는 축복을 먹고 자라나는 존재입니다.

하지만 이런 부모가 되고 싶어도 되지 못하는 아픔이 모든 부모들에게 있습니다. 부모라는 호칭이 자녀들에게 불명예스럽게 들리고, 부모로 인해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녀들에게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축복의 통로가 아니라 고통과 아픔의 통로가 되기도 합니다. 어떨 때는 부모의 자리를 내어 놓고 싶을 때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자리를 박차지 못하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자기의 독생자를 내어주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나를 붙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연약한 부모인 나에게 하나님의 존귀한 자녀들을 믿고 맡기신 하나님의 믿음이 나를 붙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잘 것 없는 나에게 천국의 보석같은 그분의 자녀들을 맡겨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나를 감싸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부모의 노릇을 제대로 못할 때 그들의 진정한 부모이신 하나님 아버지께서 친히 그분의 자녀들을 지키시고 인도하시기 때문입니다. 어버이주일을 맞아 우리 육신의 부모님을 향한 감사와 사랑을 잊지 맙시다. 동시에 영적인 고아와도 같은 우리를 자녀삼으시고 영원한 부모님이 되어주신 아버지 하나님의 사랑도 결코 잊지 맙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