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석학들의 강의와 멘토링이 강점
치유와 화해, 변화 위한 과정으로 주목받아
클래어몬트신학교를 수식하는 수많은 단어가 있다. 그들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 두 가지를 꼽는다면 바로 역사성과 학문성이다. 1885년 맥클레이신학교라는 이름으로 캘리포니아 샌퍼난도 시에 세워진 후, 1900년 남가주대학교(USC)의 종교학부로 편입됐다가 다시 1956년 분리돼 현재 클래어몬트 시에 캠퍼스를 마련했다. 무려 120년이 넘는 역사는 서부 지역 최고(最古)다.
또 미 연합감리교회의 13개 산하 신학교 중 서부 유일의 신학교이지만 이들 가운데 가장 초교파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명문 신학교를 졸업하고 해당 분야에 연구 업적을 쌓은 이들이 교수로 초빙돼 가르치고 있지만 이들 중 다수는 연합감리교단 소속이 아니기에 당연히 에큐메니컬 할 수 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학문성이 강할수록 자유주의에 가깝다는 일반 대중의 시각이 이 학교에도 그대로 적용돼, 클래어몬트신학교를 서부에서 가장 자유주의적인 신학교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수십명의 동문들이 한국의 감리교신학대학교, 협성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등에서 가르치고 있다는 사실만 보아도 한국교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단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클래어몬트신학교는 목회학박사(D.Min.) 프로그램을 가장 먼저 시작한 학교이기도 하다. 이 학교는 미국에서 최초로 D.Min.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Doctor of Religion 학위를 개설한 바 있다. 현재 이 학교의 D.Min. 과정은 북미신학교협의회(ATS, The Association of Theological Schools in the United States and Canada)의 인가뿐 아니라 신학교 가운데 드물게 서부지역대학협회(WASC, Western Association of Schools and Colleges)의 인가까지 받았다. 클래어몬트신학교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국교회를 위해 개설한 한국어 D.Min. 역시 이 인가를 갖고 있다.
한국어 D.Min. 과정의 주제는 바로 치유, 화해, 변화이다. 한국교회는 물론, 많은 현대의 교회들이 갖고 있는 관심사인 인간의 전인적 치유, 갈등 속 화해, 변화의 문제를 다루는 특별한 D.Min.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어 D.Min. 과정 책임자인 이경식 교수는 “현재 3기, 총 35명의 학생이 D.Min. 과정을 밟고 있다. 학위의 특성상 교수들과 집중적인 멘토링이 이뤄지고 있으며 학교 측에서도 최고의 교수진을 배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학교에서는 주로 미국인 교수와 함께 한국인 교수가 가르치도록 팀을 짜 놓았다. 한국인 교수의 역할은 단순한 통역이 아니라 수업 자체를 한국의 실정에 맞게 디자인해 가는 것이다. 학교 측은 이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는 한국인 석학들도 최대한 많이 초빙했다.
UTS(United Theological Seminary)의 박성호 교수는 클래어몬트신학교에서 석사 학위(M.A.)를 받고 버클리에 소재한 GTU(Graduate Theological Union)에서 Ph.D. 학위를 받았다. 연세대학교의 유영권 교수는 반더빌트대학교에서 Ph.D. 학위를 받았다. 그는 자살 방지 운동과 관련해 대한민국 보건복지부 장관상까지 수상한, 한국을 대표하는 목회상담학자다. 한신대학교 정태기 명예교수는 클래어몬트신학교에서 D.Min. 학위를 받은 동문이다. 그는 치유목회 사역에서 큰 두각을 드러내는 현장전문가다. 텍사스크리스천대학교 강남순 교수는 드류신학교에서 Ph.D. 학위를 받았다. 그는 감신대학교 교수, 캠브리지대학교 교수를 역임한 바 있다. WOCATI(World Conference of Associations of Theological Institutions)의 회장으로 있으며 세계적인 여성신학자로 꼽힌다.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경식 교수는 4대째 목회자 집안이며 고등학생 때 하와이로 이민했다. 예일대학교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아리조나주립대학교에서 상담심리학으로 Ph.D. 학위를 받았다. 예일대학교, 웨슬리신학교에서 교수를 역임했고 2004년부터 클래어몬트신학교에 교수로 와 있다. 1990년대 초반 LA한인연합감리교회에서 영어부 목회를 했고 담임목회도 했다.
이 과정이 쟁쟁한 교수진으로 구성돼 있지만 이경식 교수는 “학문적인 것만 다루는 것은 D.Min. 프로그램답지 않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 과정은 목회 현장에서 변화를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교회를 성장시킬 것인가? 어떻게 해야 새 신자를 잘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등은 일반적인 워크샵이나 세미나를 가도 얼마든지 배우고 연구할 수 있는 주제다. 그러나 이를 환대의 신학(Hospitality Theology)으로 확대해서 해석하면 나의 목회, 나의 설교, 나의 교회 행정이 전 신학적인 관점에서 조명될 수 있으며 이에 더해 목회의 방향과 이해, 목적까지도 변화를 겪을 수 있게 된다. 이런 변화를 가져 오는 것이 바로 D.Min.의 초점이다. 한편, 한국의 한 대형교회에서는 부목회자들에게 D.Min. 학위를 장려하는데 클래어몬트신학교에서 공부한 부목회자의 변화를 보고 올해 5-6명의 부목회자가 한번에 입학할 예정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어 D.Min.이 한국 목회자들에게 큰 유익을 줄 수 있다고 본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연장교육 차원에서 한국에서 D.Min.을 할 경우 아무래도 시각이 특정한 틀 안에 갇히기 쉽다. 그러나 미국 신학교에서 D.Min.을 하면 한국을 벗어나 보다 넓은 세계 속에서 목회의 문제를 바라 볼 수 있게 된다.
“미국까지 와서 한국어로 공부하느냐”는 비판에 관해 그는 “저는 오히려 왜 신학공부를 영어로만 해야 하는가 묻고 싶다”고 답했다. “미국 교육의 수준이 아무래도 타 국가에 비해 높기 때문에 미국에서 공부하는 것은 큰 장점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교육을 반드시 영어로 받아야 한다고 볼 수는 없다. 왜냐면 신학을 공부하는 것이 목적이지 영어를 공부하는 것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업을 위한 자료들이 한국어보다 영어가 훨씬 풍부하기 때문에 영어가 필수적이긴 하다”고 말했다. 물론, 클래어몬트신학교의 한국어 D.Min.도 토플 성적을 별도로 요구하지는 않지만 영어 원서를 읽고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영어 능력은 필요로 한다.
이 과정은 총 5번의 인텐시브 코스로 구성된다. 미국에서 3번(6월), 한국에서 2번(1월) 강의가 개설돼 코스웍이 진행된다. 논문은 1년에서 2년 정도 걸린다. 총 10과목을 수강해야 하며 논문은 한국어로 작성한다. 현재 학생은 35명이며 장로교, 감리교 등 다양하게 구성돼 있다. 여성이 전체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한국에서 목회하는 학생이 3분의 2이며 미국에서 목회하는 학생도 3분의 1이다.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코스웍을 해야 하지만 2년마다 강의 내용이 번갈아 진행되기 때문에 한 곳에서 끝내는 것도 가능하다. 한국 학생의 경우 반드시 본교를 방문해 수업받을 것을 권하고 있다.
문의: 이효주 목사 973-713-3009, koreandmin@cst.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