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보도를 접한 북한 주민들의 반응이 1994년 김일성 사망 때와 사뭇 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만 주로 의존하는 지방 주민들은 오히려 김정일 사망에 따른 슬픔보다는 '애도기간' 시장이 폐쇄된다는 사실을 더 걱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북소식통은 19일 함경북도 회령 주민의 말을 빌려 "기관, 기업소, 학교 등에 모여 '특별방송'을 기다리던 주민들은 김정일 사망 보도를 접하자 눈물을 흘리며 '장군님'을 외치고 있다"며 "하지만 서로 눈치를 보며 억지로 우는 것 같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이 회령 주민은 "가두여성(가정주부 및 무직여성)들은 이날 아침부터 시장에 나가지 말고 인민반에 모여 '중대방송'을 청취하라는 지시가 있었다"며 "인민반에 모여 방송을 듣던 여성들은 오히려 시장 폐쇄를 더 걱정하느라 바빴다"고 말했다.


대북소식통은 애도기간이 끝나는 29일까지는 북한 전역에서 시장을 폐쇄한다는 지시가 있었다고 전했다.


또 김정일 사망보도 직후 양강도 혜산 주민과 통화한 한 탈북자는 "1994년 김일성의 사망 때는 온 나라(북한)가 울음바다가 됐다"며 "하지만 이번에 김정일 사망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이 탈북자는 "주민들은 서로 말을 아끼고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지켜보는 중"이라며 "시장에만 의존하던 사람들은 오히려 시장이 폐쇄돼 쌀값이 오를까봐 더 걱정한다"고 말했다.


그나마 배급을 받는 평양시민과는 달리 지방 주민들에겐 김정일의 사망보다는 쌀값 상승이 더 큰 문제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