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연합뉴스) 지지율 추락으로 재선 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선거캠프가 전임자인 조지 W.부시의 2004년 재선 전략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22일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부시는 2004년 대선을 앞두고 이라크 전쟁에 대한 지지 여론이 식으면서 위기에 몰리고 있었다.


민주당 후보로 나선 존 케리 진영은 이라크 침공 명분인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보유의 허구성을 부각시켰다. 베트남전의 영웅인 케리가 애국성 면에서 병역 기피자인 부시에 절대 우위에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궁지에 몰린 부시의 선거브레인 칼 로브가 택한 돌파구는 "그럼 케리 너는 뭐가 잘 났느냐?"라는 역공법이었다. 로브는 케리가 후세인이 대량살상무기 개발을 계획하고 있다고 주장한 과거 발언을 끄집어냈다. 이랬다 저랬다 하는 사람을 일컫는 플립플로퍼(flip floper), 즉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상습적으로 신념을 바꾸는 정치꾼의 이미지를 케리에게 덮어씌운 것이다.


한편으론 케리가 베트남전에서 숱한 무공을 세운 영웅이라지만 사실은 전투 중에 도망가기 바빴다는 루머를 언론에 퍼트렸다. 케리가 부시를 병역기피자이자 전쟁광으로 비난하고 있지만 알고보면 더 나쁜 인간이라는 인식이 급속도로 확산됐고, 결국 케리는 다잡은 승리를 눈앞에서 놓쳤다.


오바마 측은 부시의 이 같은 네거티브 전략을 공화당의 유력 주자인 미트 롬니에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롬니는 지금은 오바마에 각을 세우고 있지만 매사추세츠 주지사 시절 건강보험 등 주요 이슈에 대해 대부분 오바마와 같은 태도를 보였다. 부시가 케리에게 그랬던 것처럼, 이는 롬니를 시시각각 말을 바꾸는 정치꾼으로 낙인찍기에 충분한 소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오바마 캠프의 역공법이 2004년에 이어 다시 먹혀들지는 미지수다. 우선 8년 전 부시에 비해 국정 지지도가 낮고 대중에 대한 호소력과 결단력 또한 턱없이 모자란다. 지지부진한 정치개혁과 사회개조 노력,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었는데도 살아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 지리멸렬한 경제로 인해 지지기반도 크게 흔들리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이 `오바마 대 공화당 후보'가 아닌 오바마 정책에 대해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 성격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8년 전 부시 때와는 다른 환경이다.


공화당에서 힘 있는 후보가 나오는 것이 오바마가 선거전략을 짜는데 더 유리할지 모르는 희한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따라서 일부 선거통들은 오바마 캠프가 로브의 네거티브 전략을 공부하는 것보다 오바마 정책 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 메시지 연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