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크바 AP·AFP=연합뉴스) 내년 대선을 통해 대통령직 복귀 의사를 밝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총리가 자신이 2차대전 이후 가장 열심히 일한 러시아 지도자였다고 자찬하고,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에 비교하며 3선 도전을 정당화하는 등 대선 행보를 본격화했다.


지난 9월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 발표한 푸틴 총리는 17일(현지시간) 전국적으로 중계된 3개 텔레비전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옛 소련 공산주의 정권시절의 지도자들은 육체적으로 노쇠해 능력이 없었다고 지적하면서 스탈린이나 흐루시초프 등 공산주의 시대의 지도자들보다 자신을 높게 평가했다.


푸틴 총리는 "2차대전 이후 열심히 일한 소련 지도자로 기억나는 사람이 없다"면서 "그들은 노쇠하고, 잘못된 판단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몰랐다"고 지적한 뒤 내년 3월 대선을 통해 대통령에 복귀해 러시아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경영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옛 소련 공산주의 정권시대의 지도자들은 국민을 불안케 하고, 이념과 경제권력을 독점해 결국에는 체제의 해체를 초래했다면서 "이에 따라 국민이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자신을 대공황기와 2차대전 기간에 4선을 기록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미국 대통령과 비교하면서 루스벨트는 효과적으로 통치를 했으며, 그의 재임기간이나 재선횟수는 중요치 않다고 강조한 뒤 "국가가 어려운 상황이나 위기에 직면했을때 정치적 안정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자신의 3선 도전을 우회적으로 합리화했다.


그는 이어 오랜 측근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총리직과 대통령직을 교대하는 차기권력구도에 대해 "러시아의 보통 사람들이 이에 대한 찬반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국민은 늘 선택을 해왔다"고 말했다.


푸틴은 인터뷰에서 최근 격변기를 맞고 있는 러시아에 밝은 미래를 보장할 적임자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차기 대통령 당선 이후 추진할 대외정책과 관련, 러시아는 슈퍼 파워를 추구하지는 않겠지만 러시아의 국익은 철저히 보호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이 끝난 뒤 총리직을 넘겨받을 가능성과 관련, 오는 12월4일 실시될 총선에서 집권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의 총선 성적에 따라 결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450명의 국가두마(하원) 의원을 뽑는 러시아 총선은 각 정당이 미리 의원 후보 명부를 발표한 뒤 정당별 득표율에 따라 의석수를 배정받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로 치러지는 가운데 통합러시아당은 메드베데프 대통령을 12월 총선의 여당 의원 후보 1순위로 추대했다.


푸틴 총리는 "유권자들이 이 명부를 보고 투표해 통합러시아당에게 다수당 지위를 부여하면 메드베데프는 효율적인 정부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