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9월 11일 센터빌 와일드부룩의 내집 마당은 청명한 가을 하늘에 상쾌한 아침이 열리고 있었다. 뉴욕에 중국손님들을 모시고 관광을 떠난 아들 동욱이 다급한 전화로 TV을 켜 보라는 아우성이 들려 리모컨을 작동시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온 거대한 비행물체가 육중한 펜타곤 건물에 충돌하는 장면이 클로즈업으로 잡혔다.

마치 그것은 흘러간 영화를 재방하는 듯한 착각을 가지게 할 만큼 슬로모션의 동영상이었다. 이어서 뉴욕의 쌍둥이 무역빌딩이 화염과 함께 무너져 내리고 원폭의 낙진같은 흙먼지를 뒤집어 쓴 수 많은 사람들이 우왕좌왕으로 달리는 모습들이 믿기지 않는 현실로 심장을 강타하였다.

평생에 이런 카오스적 경험은 처음으로 당하는 일이라 아들의 안위를 챙기는 일도 잊은체 주여! 주여!를 외치며 걷잡을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었다. 후에 차를 버리고 워싱턴브릿지를 걸어서 건너 뉴저지로 탈출한 아들의 소식을 듣고서야 안도의 한숨을 길게 내쉬었던 초조한 순간들이었다.

수년전 친구 문정선 목사 교인의 오피스가 있는 80몇층 사무실을 방문하여 까마득히 내려다 보이는 뉴욕의 장관을 보며 감탄했던 바로 그 화려무비한 빌딩이 맥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결과 무수한 유무명의 사람들이 희생되고 아이로니컬하게도 9월 11일 용감한 다수의 911 대원들이 희생되었다.

그 참혹한 사건이 역사안에 안치되어 언 1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3천명에 가까운 무고한 생명을 앗아갔던 9.11 테러 현장 ‘그라운드 제로’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공원이 희생자 2983명의 이름이 새겨진 연못이 들어서는 가운데, 오바마 대통령이 참석하여 10주기 되는 날에 개장할 예정이라 한다.

뿐만아니라 전 세계에 여보란듯이 6개의 무역센터가 새롭게 세워지고 있다. 미국의 자존심의 회복이라 할 것이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위로 전문을 보냈다 한다. 참으로 가족과 친지를 잃은 희생자 가족들에게는 무슨 말로도 위로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긍휼에 풍성하신 하나님의 은혜가 저들에게 풍성할 것을 기도할 뿐이다.

그러나 10년동안 진정 세계 평화를 위해 미국은 무엇을 하였으며, 전 세계인은 무엇을 하였을까? 그 답은 이것이다. 여전히 미국과 전세계는 테러위협아래 맥놓고 있다는 것이다.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이라크전과 아프가니스탄전에 쏟아부은 전비가 최대 4조4000억달러에 달한다고 한다. 미국 브라운대 왓슨 국제관계연구소의 보고서에서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지출한 전비가 3조7000억~4조4000억달러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미 의회예산국은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때 지출한 전비를 현재의 물가 기준으로 환산해 4조1000억달러로 평가하고 있다. 대테러전쟁의 전비가 2차 대전 전비보다 많은 셈이다. 이런 천문학적 전비를 사용하고도 아직 테러와의 전쟁은 계속되고 미국 경제는 하향곡선을 그리며 추락하고 있다.

테러 10주년에 맞춰 알카에다가 테러를 할 것이란 정보가 입수되면서 미국 전역에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로 테러위협은 워싱턴 D.C와 뉴욕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차량폭탄을 사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희생자들에 대한 추모열기와 테러위협이 버무려진 이 혼란스런 상황을 미국민들은 온 몸으로 감수해야 한다. 아마도 9.11테러를 직접 체험한 사람들 보다야 못하겠지만 미국민과 미국에 체류하는 모든 인종들은 사회공포증 (Social Phobia)하에 생활하는 것이 분명할 것이다. 9.11 10주기를 맞이하여 미국민은 물론 전 세계인은 평화에 대한 신개념을 수립하지 않으면 안될 시점에 도달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