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연합뉴스) 폭동이 발생한지 닷새째인 10일 오후(현지시간) 영국 런던을 비롯해 잉글랜드 중북부 지방에서는 젊은이들의 방화와 약탈 등 폭력행위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폭동의 진원지였던 런던에서는 이날 이틀째 1만6천여명의 경찰관이 집중 배치된 가운데 차량이나 쓰레기통 방화, 상가 약탈 등의 폭력 행위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9일밤 청소년들이 몰려다니며 방화와 약탈을 일삼았던 맨체스터시티, 버밍엄, 웨스트 브롬비치, 레스터, 샐퍼드, 노팅엄 등은 긴장이 감돌았으나 상당수 상가들이 일찍 문을 닫으면서 차분한 모습이었다. 한인 상가가 몰려있는 런던 남부 뉴몰든 지역도 이날 평소와 다름없이 영업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이날 이틀 연속 비상각료회의를 주재한 뒤 "(범죄행위에 대한) 정부의 반격이 진행되고 있다"면서 "영국의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두려움을 느끼는 문화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물대포 같은 비상계획은 24시간 내에 이용할 수 있다면서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쓸 수 있음을 시사했다. 북아일랜드를 제외하고 영국 본토에서는 아직 물대포가 사용된 적이 없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물대포는 많은 시위대가 움직이지 않고 멈춰 있을 때 효과가 있고, 고무 총탄은 경찰이 생명의 위협을 느낄 때에 국한해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지금 상황에서는 사용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했다.
런던 북부 토트넘에서 지난 4일 발생한 경찰 총격 사건에 항의하면서 6일밤 시작된 이번 폭동은 9일밤까지 나흘간 런던을 거쳐 버밍엄, 맨체스터, 레스터, 리버풀 등으로 번졌다. 지금까지 사망자는 모두 4명으로 집계됐다.
이날 오전 1시(현지시간) 버밍엄시 윈슨 그린에서 폭도들로부터 상가를 보호하기 위해 길에 모여있던 주민들을 차량이 덮치면서 형제를 포함한 남성 3명이 숨졌다. 이 지역은 아시아 출신 무슬림들의 상권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경찰은 인근에서 발생한 폭동의 와중에 이번 사건이 불거진 것으로 보고 남성 용의자(32)를 살인 혐의로 붙잡아 조사중이다. 앞서 8일 밤 런던 남부 크로이던에서는 승용차 안에 있던 한 남성(26)이 폭도들이 쏜 것으로 보이는 총에 맞아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중 숨졌다.
경찰은 지금까지 방화와 약탈 등의 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런던에서 750명, 맨체스터와 샐퍼드에서 113명, 웨스트미들랜즈에서 300명 등 모두 1천200여명을 체포해 조사중이다. 체포된 사람들은 10~20대 청년들이 대부분이며 11~15세 청소년이 20% 정도인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CCTV 화면을 분석해 약탈 및 방화 용의자를 언론에 공개하고 신원을 확인해 추적하는데 주력했다. 중앙 정부로부터 경찰권이 독립돼 있는 스코틀랜드 자치 정부는 250명의 경찰을 잉글랜드 중서부 지역에 파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