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15 (모든 에피소드는 익명성을 위해서 당사자들의 신분과 이름, 상황 등은 각색이 되었음을 알림)

정철씨는 마침내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30년을 같이 산 아내를 야구방망이로 무참히 폭행을 해 몸에 성한 뼈가 없을 정도로 두둘겨 패고 아내를 의식불명의 중태에 빠뜨렸던 것이다. 경찰이 현장인 정철씨 집으로 출동하여 쓰러진 아내 옆에 넋을 잃고 앉아 있는 그를 발견하고 체포하여 데리고 가는 중에나, 진술을 받는 수사과정에서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다만 침묵과 함께 후회와 안도, 일종의 평안감 등을 보여 주는 것 같은 복잡한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겨우 경목사역자의 도움과 설득으로 경찰이 알게 된 폭행의 이유는, 30여년 동안의 결혼 생활동안 ‘지긋지긋한 아내의 바가지와, 비참한 홀대 그리고 멸시’ 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사실인즉, 정철씨의 아내는 결혼 초기부터 이런 저런 이유로 남편인 정철씨를 홀대하며 소위 바가지를 긁어왔고, 남편을 무시하거나 빈정되는 말들을 습관처럼 해 왔다는 것이다. 50대 중반을 지나는 그의 나이에 이르러 그는 큰 회의를 가지게 되었고,더 이상은 이런 취급과 대우를 받고 살 수는 없다고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지겹게도 계속되는 홀대와 경멸의 소리에 속에서 마침내, “그래 더 이상은 못참아, 아니 안 참아!”라고 외치고 화를 폭발시켜 야구방망이로 끔찍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던 것이다. 그러면서 부연하는 이야기가, “제일 먼저 그 입을 뭉개버렸죠. 나를 30년 동안 괴롭혔던 못된 것이었거든요….”

정철씨가 벌인 사건은 끔찍한 가정폭행 사건 중의 하나이지만, 이 사건과 관련하여 한 두 가지 다른 중요한 요소들을 바라 볼 필요가 있다. 첫째는, 바로 정철씨가 경험해 온 아내의 30년을 지속해온 정신적 가정폭력이다. 통상 가정폭력은 남자의 육체적 폭력이 현저한 결과를 일으켜 법적으로 제재가 되는 일이 우선이지만, 이에 못지 않게 정신적, 정서적 폭력도 육체적 폭력 못지 않은 깊은 상처를 남긴다는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향한 육체적 폭행을 하는 데 못지 않을만큼, 여자가 남자에게 정신적, 정서적 폭행을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장기간 이어져 온 지속적인 스트레스의 문제이다. 옛말에,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는 말이 있고, 낙숫물에 바위가 뚫린다고 하는 말이 있는 것처럼, 아내의 병적이라할 정도의 홀대와 지속적인 언어학대의 스트레스는 결국 정철씨의 인내와 참음의 한계를 넘어 폭발의 위기를 맞게 한 것이었다. 상식적으로 고무줄도 그
한계 이상을 당기면 끊어지게 되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정신건강과 관련하여 스트레스를 잘 응대하고 관리하는 일은 정신건강과 심지어는 신체 건강에 아주 심각하게 중요한 일이 된다. 사람마다 스트레스 관리의 방법과 그 효율도는 다르다. 그러나 그 일은 모두에게 치명적으로 중요한 과제로 주어진다. 어떤 이들은 책을 읽기도, 고전 음악을 듣는 것으로, 영화나 TV프로그램들을 보거나, 운동을 하거나, 등산, 낛시 등등 레저활동들이나 근육 긴장완화의 활동같은 것들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방법들이 다양할 수 있어도 한 가지 중요한 일은, 그 방법들이 폭력적인 육체활동 등과 연계되는 것이면 안된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폭력적 방법을 사용해도 좋다는 ‘학습된 행동들(Learned Behaviors)’을 고착시키기 때문이다.

인생에 있어서, 스트레스를 안 받고 살 수 없는 것이 필연적 현실이라면, 건강한 스트레스 해소와 스트레스 관리의 지혜는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이다. 우리가 다만 그것을 인식하지 못할 뿐이지.

난 내 삶의 상황들과 사건들, 관계들에서 오는 스트레스의 도전들을 어떻게 해소하고 있나? 그 방법들은 얼마나 효율적이고 건강하고 안전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