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한 무신론자 단체가 9.11 테러 현장인 그라운드 제로에 세워지고 있는 추모기념관에 십자가를 설치하지 못하도록 소송을 제기해 논란이 일고 있다.

비신자 시민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것을 사명으로 밝히고 있는 단체 미국의무신론자들(American Atheists)은 추모관에 기독교를 포함한 다른 종교적 조형물들과 무신론자들을 상징하는 조형물까지 모두 세울 것이 아니라면 십자가만 세워서는 절대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등이란 전부 다를 위해서가 아니라면 그 누구도 위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이 단체 대표 데이브 실버맨은 말했다.

추모기념관은 2001년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의 테러로 인해 세계무역센터(쌍둥이 빌딩)가 무너져내린 자리에 건립되고 있으며, 이들이 문제 삼은 십자가는 테러 직후 바로 이 장소에서 발견됐다. 십자가는 이후 원래 뉴욕에서 가장 오래된 가톨릭 성당인 성베드로 성당(St. Peter's Church) 인근에 세워졌지만, 개관을 앞두고 있는 추모기념관 내로 최근 옮겨졌다.

세계무역센터가 붕괴된 현장에서 잔해들이 만들어낸 십자가는 이 때부터 많은 뉴욕 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의 상징이 됐다고 추모기념관 대표인 조 대니얼즈는 설명했다.

그는 “이 십자가는 9.11의 역사를 각인시키고자 하는 우리의 목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는 단지 종교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를 하나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무신론자 단체는 지난달에는 9.11 당시 초기대응반으로 활동하다 순직한 7명의 소방관들을 기리고자 브루클린 리처드 스트릿에 설치된 기념판 문구에 ‘천국(heaven)’이란 단어가 들어간 것에도 반대하며 이를 삭제해 줄 것을 뉴욕 시 당국에 요구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