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정신씨는 남편의 잔소리가 이젠 신물이 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살다가는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다. 군인출신인 남편이 완벽주의여서 그런지, 괴벽성으로 그런지 몰라도 도대체 하루도 마음을 편히 하고 살지 못하겠다는 마음이 든다. 집안의 물건들의 정리도, 심지어 아이들의 옷장정리도 군대식으로 하라고 요구하고, 물건들이 흩어져 있는 꼴들을 용납하지 못하며 볼 때마다 화를 낸다. 군대의 당직사령보다 더한 남편 진수씨의 요구에 여기가 무슨 군대냐고 항변하기도 했고, 뭐든지 왜 꼭 당신 방식대로 해야만 하느냐고 마침내 항변하다 결국 뺨을 맞는 폭행을 당하고 만다. 내가 남자고 내가 먹여 살리는 내 집안에서 깨끗하게 정리하고 살라는 말이 뭐가 잘못되었냐는 남편에게, “당신은 비정상이예요, 우리가 무슨 훈련소에 온 군인들이예요?”라고 고함치는 정신씨에게 남편 진수씨는 “내가 어때서, 나는 정상이야 왜 그래?”라고 소리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모두 정상이라고 생각하며 살아 간다. 인격과 가치관, 생활습관과 양식, 인간관계 등의 모습 등에서 현저한 차이들을 보이고 다양한 면들을 가지고 있지만, 우린, 모두 스스로를 정상이라고 생각한다. 정신건강 전문인들이 통상하는 이야기가, 우리는 우리가 속한 사회 속에서 ‘정상성의 정신병리 (Normalcy of Psychopathology)’를 가지고 산다고 말한다. 다시 말하면, 그 소속한 사회가 수용하는 영역 안에서 정상이라고 간주해 주는 영역들 안에서 살 때는 ‘정상인 (Normal Person)’이라고 간주해 준다는 것이다. 또, 다시 말하면, 이 말은 정상인이라고 생각하는 우리도 어떤 한도 안에서이지만 일련의 정신병리들을 가지고 산다는 말이다.

물론, 이런 정상성의 한계를 넘을 때는 그에 따른 정신병리를 인지하고 치료하는 전문적 도움을 필요로 한다. 군인출신 진수씨가 집 안에서 조차 가족들을 훈련소의 훈련병 취급하는 일은 앞의 양자의 경계의 자리에 있는 한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다. 군인이어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신의학적 분류에서 소위, 인격장애의 일종, 특히 ‘강박성 인격장애’로 인하여 완벽함을 요구하고 그에 집착하는 모습들을 드러내므로 이런 일들을 야기할 수 있다. 그것이 어떻게 발전되어 이런 모습에까지 이르렀느냐 하는 것은 더 깊은 성장배경과 인격형성, 가치관, 그리고 겪은 인생의 주요한 사건들이 어떤 것들이었는 지를 알아 보아야 하지만, 인격장애의 문제는 사소한 것들로 부터 심각한 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제들을 일으킬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자기 자신을 포함하여, 자기 주변의 가족과 지인들 등 중요한 사람들에게 고통을 초래하기도 하고, 건강한 대인관계를 가지지 못하거나 지속하지 못하게 하는 결과들을 초래하기도 한다.

진수씨의 경우는 이로 인하여 가정폭력이라는 자리에 가 버렸다. 그런데 어려운 점은, 특히 인격장애라고 하는 문제는 오랜 시간 동안 형성되어 그 당사자 안에 각인되고 자리하여 간단히 바꿀 수가 없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하는 우리의 속담이 너무 지당한 지혜가 되는 것이, 최근 학자들에 의하면, 세 살 정도의 나이에 이르면서 벌써 아이가 대인관계를 어찌갖고 어떻게 응대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틀이 거의 확립이 된다는 이해를 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인격장애에는 종류가 여러 가지인데, 특이하거나 괴벽한 특징들을 가지는 편집성, 분열성,분열형 등의 것들과, 정서적 혹은 혼돈성의 특징들을 가지는 반사회성, 히스테리성, 자애성 등의 것들, 그리고 불안성 혹은 공포성의 특징들을 가지는, 회피성, 의존성, 강박성 인격장애 등의 종류들이 있다. 정신건강 혹은 상담 전문인들이 도울 수 있는 것은 지금 현재 가지고 있는 조건들 속에서 어떻게 하면 야기될 수 있는 갈등의 문제들을 최소한으로 줄이며, 이해를 증진시키도록 하고, 전환적 변화들을 어찌 할 수 있을 지를 점진적으로 도울 수가 있고, 영적 각성 등의 경험들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그러나, 만병통치 기적의 특효약이 없다는 우리들의 문제다.

나는 정상인가? 내가 통상 스스로와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들 속에서 어려움을 경험하거나 힘들어 하는 일들이 어떤 것이 있을까? 나는 얼마나 “정상”일까? 그런 생각이 또한 얼마나 “정상적”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