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호 박사(고신대 석좌교수)가 북한을 대하는 그리스도인의 자세에 대해 “이념이라는 우상숭배에서 벗어나, 인권과 기아 문제를 똑같이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손 박사는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담임 오정현 목사)에서 열린 기독교통일학회 제11차 정기 학술심포지엄 기조강연에서 이같이 밝히면서 “한국 사회가 이념 갈등이 심각한 상황에서 그리스도인들마저 세상의 기준에 따라 각각 보수나 진보로 나뉘어 서로를 비방하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어떤 학문적 이론이나 정치적 고려도 성경의 기준 위에 있을 수 없고, 성경을 해석하는 기준도 될 수 없다”며 “비록 아무도 이념의 편견에서 완전히 해방될 수 없을지라도, 적어도 해방되도록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할 의무는 있다”고 덧붙였다.

어떠한 이념이나 제도도 인간이 만든 것이어서 전적으로 성경에 의해 정당화될 수 없고, 이에 따라 그리스도인들이 세상의 이념에 따라 독단적으로 행동하고 평가한다면 이념의 노예가 된다는 것이다. 손 박사는 “진정한 그리스도인이라면 이념의 눈으로 성경을 읽을 것이 아니라, 성경에 따라 이념을 상대화하고 비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박사는 현재 북한을 놓고 보수는 인권을, 진보는 기아를 더 심각하게 취급하고 있다고 전제하면서 “한국에서는 지금 북한의 인권과 기아에 대한 태도가 보수적인가 진보적인가를 식별하는 시금석이 되고 있지만, 성경의 가르침에 의하면 인간의 생존(기아)과 존엄성(인권)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고 양측을 같은 무게로 바라봤다.

현재 보수는 식량 지원이 굶주린 주민들에게 돌아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인권을 더 강조하고, 진보는 인권을 비판하면 북한을 자극한다는 이유로 대북지원을 더 강조하고 있다. 손 박사는 “양측 모두 일리가 있지만, 아마도 자신들의 이념 때문에 상황이 그렇게 보이고 이를 합리화하는 측면이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굶는 사람을 먹이고 인권유린을 막는 일은 조건 없는 무상명령이고, 만약 어떤 이념이 둘 중 하나라도 무시하게 한다면 아무 소용없는 쓰레기일 뿐 아니라 심각한 독극물”이라며 “그러므로 인권과 기아 문제를 통일, 핵무기, 무력도발, 북한 정권과 연계해볼 것이 아니라 다른 모든 문제들을 인권과 기아의 관점에서 이해하고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한 비판이나, 굶는 주민들에게 식량을 보내는 일이 통일에 도움이 될지 않을지를 고려하는 것도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 박사는 “우리가 한 민족이기 때문에, 경제·군사적으로 더 강해질 수 있기 때문에 통일해야 한다는 주장도 기독교적인 통일관이 아니다”며 “오직 남북통일은 남북한 주민의 인권보장과 생존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고 단언했다.

손봉호 박사는 “그러므로 인권과 기아는 둘 다 똑같이 한국교회의 가장 중요한 관심사가 돼야 하고, 진보와 보수를 초월해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맹렬히 비판함과 아울러 굶고 있는 주민들을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이념 때문에 어느 하나라도 게을리한다면 이는 이념의 우상을 섬기는 것이고, 성경이 제시하는 가치 순위를 뒤집는 잘못을 범하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