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 주의 한 성공회 교회가 사제를 포함해 전체 교인들이 가톨릭으로 개종하기로 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이는 2009년 성공회 통합을 위한 교황청 규정이 제정된 이후 미국에서는 첫 사례다. 교황청은 이 규정을 통해 성공회 교인들이 예배 의식과 사제의 결혼과 같은 성공회만의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가톨릭으로 개종할 수 있게 허용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이 아프리카와 카리브해 지역 출신인 블레이든스버그의 성 누가 교회 소속 1백여 교인들은 지금까지 지켜 오던 성공회 전통은 고수하면서 앞으로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영도 아래 신앙 생활을 하게 된다. 이 교회 마크 루이스 주교 역시 현재의 결혼 생활을 지속하면서 가톨릭 사제로 서품을 받을 예정이다.

성 누가 교회측은 “교황의 단일한 영도 아래서 신앙 생활을 하기 원하기 때문”이라고 개종 이유를 밝혔다. 이 교회 평신도 회장인 패트릭 델라니는 “성공회의 경우 어느 한 지역의 주교가 이 말을 하면 다른 지역의 또다른 주교는 저 말을 한다”며 “각 주교가 자신만의 왕국을 세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최근 성공회에서는 동성애자 사제 임명과 동성결혼 축복, 여성 사제 임명 등을 허용하고자 하는 움직임에 반발을 품은 교회들이 교단을 탈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그 어느 나라 성공회보다 동성애에 포용적인 미국 성공회에 반대하는 교회들이 교단과의 관계를 끊는 일이 적지 않게 발생해 왔다. 이들 교회들은 보다 보수적인 다른 나라 성공회의 지도 하에 들어가거나 탈퇴한 교회들끼리 연합해 독자 노선을 구축해 왔다. 그러나 아직까지 한 교회 전체가 가톨릭으로 개종한 사례는 없었다.

한편 성 누가 교회측은 이번 개종 결정이 동성애나 여성 사제와 관련된 불만 때문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번 결정은 성 누가 교회가 개신교 신앙을 버린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델라니와 몇몇 교인들은 “16세기 종교개혁 당시의 영적인 분열을 극복하고 지난 500여년간의 역사를 바로잡게 됐다”며 흥분을 표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