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철(Ki Kim)이는 11학년 남자아이이다. 소위 Middle School이라는 중학교 기간 동안은 비교적 안정적 성장을 해 왔고, 공부도 비교적 잘 했으며 친구들도 여러 아이들과 잘 사귀어 온 그런 아이였다. 부모가 아이의 말썽으로 인하여 학교에서 연락을 받고 달려갔던 적이 없는 소위 모범적 학생이었다. 그런데 어제 학교의 교장 선생님으로 부터 급작스런 연락이 와서 사연을 들은즉, 기철이가 학급의 다른 그룹의 아이들과 집단으로 싸움을 하는 데 끼어들어 다른 아이들에 상해를 일으키고, 학교에 상주하는 경찰에 의해 잡혀서 부모를 호출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철이와 함께한 아이들은 다 한국 아이들이었고, 흑인 아이들의 그룹과 다툼이 생겨 패싸움같은 것이 벌어졌던 것이었다. 엄마를 보면서도 여전히 씩씩거리던 기철이는, “그 시커먼놈들이 우리를 눈째진 원숭이들이라고 불렀던 말이에요! “라고 볼멘 소리를 여전히 해댔고, 자신들의 싸움이 정당하다는 것이었다. 어머니 조씨는 도대체 이것이 무슨 일인가 너무 황망하여 어찌할 수 없었다.

흥미롭게도, 미국같은 전형적인 다문화권 사회에서 사는 이민 가정들의 어른들과 특히 그 자녀들은 나름대로, 소위 문화적응(Cultural Adaptation), 혹은 문화동화(Cultural Assimilation)의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안된다. 그것이 어떤 양상으로 진행되고 어떤 특징들을 가지는가가 그 가정이 어떤 적응성을 가지고 어떤 유형의 삶을 영위하느냐를 결정한다. 특히 실제로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청소년의 시기 자체가 ‘격변의 시기, 질풍노도의 격랑의 시기’ 등으로 표현되는 많은 극적인 변화들을 경험하는 시기가 되는 데, 거기에다가 이 엄청난 ‘문화’라는 요소까지 첨가되어 ‘문화적응’을 하고 ‘건강한 정체성’을 확립해 한 사람의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한다는 일은 또 하나의 큰 역동성을 동반한 예측불허의 격변의 일들을 포함할 수 있다.

기철이는 한국인 부모밑에서 성장하였으나 어린 나이 에 미국에 이민와서 ‘미국아이’로서 성장하였다. 한국부모의 말과 교육, 음식 등의 문화의 요소들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결정적인 중요한 영역인 교육과 생활양식에 있어서는 ‘미국아이’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이상적인 사회 환경, 학교에서의 상황과 사람들은 이런 ‘얼치기 미국인’을 미국인이라기 보다는 눈에 보이는 대로 판단하고, 응대하고, 심지어는 부당하게 취급하거나 놀리고 해를 끼치기도 하는 것이 오늘날 이 사회의 어두운 현실의 실제여서, 이런 민감하거나 첨예한 갈등과 대립의 상황이 벌어지면 성숙지 못하거나, 폭발적인 반응으로 큰 문제를 만들거나, 나쁜 일에 연루되기도 한다.

그래서 다른 여러 가지의 일들보다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이런 환경 속에서의 ‘건강한 자기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알고, 그것을 수립할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 우리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사실 그리고 그 뿌리와 영향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첫번째 중요한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그리고 나면, 이 다문화권 사회인 미국이라는 땅에서의 나의 존재는 어떤 것이고, 어디에서 그 의미를 찾겠느냐하는 질문과 그 대답을 도출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전자와 후자가 잘 조화를 이룰 때 안정된 정체성을 확립하면서 건강한 사회의 일원으로 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에게는 이런 면에선 더 크고 분명한 인식이 자리한다. 즉, 우리는 이 땅에서 나그네이면서 이 땅에 속해서 살아가는 ‘코리안 어메리칸’이지만 그러나 동시에 믿음의 수용을 통하여 ‘천국 시민권자’요 ‘하나님나라’를 기대하고 사는 사람들이라는 더욱 분명하고 포괄적이며 궁극적인 삶의 목표와 정체성을 가질 수 있다. ‘하나님 나라에 속한 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코리언인가? 어메리칸인가? 아니면 코리언 어메리컨인가? 나는 어떤 의식과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가? 나의 궁극적인 존재의 소속은 도대체 어디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