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한국 그로서리에 들러 모종 몇 개를 샀습니다. 집사님들이 뒤뜰에 텃밭 만들 때 쓰라고 만들어준 멋진 화분에 심을 요량으로 깻잎 다섯 개, 고추 두 개, 그리고 오이 한 개를 샀습니다. 벌써 많이 팔려나갔는지 튼실한 놈들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그 중에서 제일 싱싱한 놈들을 찾기 위해 두 눈을 부릅뜨고 눈이 아프도록 찾았습니다. 사고 싶었던 상추가 없어서 좀 섭섭했지만 그래도 값을 치르고 나오는데 묘한 흥분이 찾아왔습니다.

내친 김에 하드웨어 스토어에 가서 흙도 사고 거름도 샀습니다. 흙이란 것이 퍼다 쓰는 것이지 사다 쓰는 것이라곤 생각지도 않았던 저였는데 작년에 깻잎, 상추, 고추를 심었지만 얻어먹은 것이라곤 고작 깻잎 네 장이었던 기억이 떠올라 미국 생활 19년 만에 처음으로 돈을 주고 흙을 샀습니다. 흙 다섯 포대와 거름 다섯 포대를 차에 싣고 돌아오는데 마음이 조급해졌습니다. 천석꾼, 만석꾼의 마음이 이럴까 싶었습니다.

모종 하나를 들고는 아내가 물었습니다. “여보, 이건 뭐야?” “어 그거, 오이…” “오이? 그러면 줄기가 이렇게 치렁치렁 뻗고 오이가 주렁주렁 달릴 텐데 여기 이렇게 심어도 되나?” 벌써부터 김칫국을 사발로 마셔대는 아내에게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우리 거라지에 지지대로 쓸만한 작대기들이 많으니까 걱정하지마…” 흙과 거름을 화분에 담으면서 무심코 쳐다본 씨애틀의 파란 하늘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갑자기, 말씀으로 세상을 지으시던 하나님의 마음이 이러시지 않으셨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하나님이 보시기에 좋았더라…”하신 그 마음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씨 뿌리는 자들의 마음은 행복합니다. 씨를 뿌리는 일은 희망을 뿌리는 일이요, 또 그것은 자기 자신을 뿌리는 일과 같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 이런 기도를 드렸습니다. “교회를 섬기고 세상을 섬길 때, 이런 마음을 갖게 하소서. 씨 뿌리는 자의 마음이 되게 하소서. 아이 셋을 키우는 일이 깻잎, 고추, 오이 심는 일보다 훨씬 더 가슴 벅찬 일이 되게 하소서. 씨 뿌리는 자의 마음을 갖게 하셔서 늘 행복하게 하소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어버이주일입니다. 사랑하는 부모님들의 주름진 얼굴을 기억하고 또 감사할 수 있는 하루가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처럼, 아니 우리보다 훨씬 더 힘든 인생을 사셨을 그분들에게, 그 험한 세파 속에서도 마음을 졸이며 아름다운 꽃을 피우기 위해 애쓰고 수고해주신 그분들께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는 하루가 되실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머니…늘 가슴 절절한 이름, 아버지…늘 애틋한 이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여러분들을 사랑합니다. 장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