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 전문사업을 하는 30대 중반인 조성민씨는 늘 자기 주변에 사람들이 많은 것 같으나 실상은 친구가 없어 외로워 한다. 아직도 미혼인 성민씨는 데이트를 하는 것 같아도 사람을 깊이 사귀지 못하고, 오래 가지 못한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벌써 돈도 제법 모았고, 생활에도 여유가 있지만 늘 긴장감이 가시지 않고 우울하기만 하다. 사람들을 만나면 자신을 내세우고 드러내기 위해 혼자 대화를 독차지 하기도 하고, 심지어는 관심을 끌려고 사실이 아닌 허풍과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어떤 때는 단순한 사실조차 자기의 생각을 위하여 바꾸어 말하거나, 허풍으로 말하거나, 부인을 하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이 좀 있고 식사를 같이 할 사람이 있는 것도 같은 데 그건 자기가 돈을 낼 경우들이고, 사업과 관련한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의 만남들 뿐이다.

성민씨는 사람들이 자기를 이용하려 한다고 생각하고, 그러기에 자기도 그들을 적당히 이용하여 필요한 것들을 얻으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것이 처세의 최고라 생각하며 산다. 법을 어기는 일도, 걸리지만 아니하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고, 약빠르게 남의 사업 아이디어를 채용해 새로운 것을 시작하여 돈을 벌었던 일들도 여러 번 있다. 그는 세상에서 정작 자신을 도와 줄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고 생각하고 결국 나 자신 밖에 나를 위할 사람이 없다고 믿는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성민씨는 소화불량으로 늘상 약을 먹어야 했고, 잠도 숙면을 취하지 못하였다. 늘 몸은 뻣뻣하고 마음도 편치 못하고 항상 불안하였다. 돈이 있으니 불편할 때마다 의사를 찾아가지만 검사들을 해도 어딘가 특별히 질병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이제는 이런 상태가 정말 지긋 지긋하다는 생각이 들건만 어찌 해야 할 지 모른체 답답하기만 하다.

조실부모한 성민씨는 어려서 상당히 척박하고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났다.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 눈치들을 보며 살아야 했고, 돌보는 사람이 없어 어떻게 해서든 살아 남아야 한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하며 성장하였다. 도와주는 사람도 없고, 동정과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도 없었다. 부모가 일찍 돌아가셨으며 누가 올바른 인성 교육같은 것을 제대로 시켜주는 사람도 없었고 잘못한 것을 야단치고 고쳐주는 사람도 없었다. 친척 집을 전전하다 쫒겨난 후 어느 공장에서 먹고 자고 일하면서 혼자 성장하여 어려서 부터 뼈저리게 돈을 알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사람들을 대하는 그의 가치관과 인간관계를 맺는 일이 이득을 취하는 것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다. 모든 사람이 그러는 것은 아니나 그는 모든 사람들을 향한 은근한 분노감을 의식, 무의식 중에 가지고 있었다. 성장 배경 속에 어려운 환경으로 인해 소위 자기를 지키기 위해 건강치 못한 가치관과 삶의 원칙들을 개발해 냈고, 이 속에서 진실성이 없고, 인간적인 교제와 관계보다는 손익만 따지는 대상으로 사람들을 보게 된 것이다.

인간의 기본적인 필요 중의 하나가 순후한 인간 관계이건만 그는 어려서 부터 지금까지 상대를 순수한 마음으로 위하는 관계를 가지지 못하였고, 심지어는 데이트를 하는 대상들도 이런 성민씨를 원치 않았다. 그래서 그는 친구들도 애인도 없이 30대 중반을 지나고 있었다. 하나 그런 성민씨의 삶은 정말로 외로운 것이었고, 속으로는 그런 친인들이 뭐가 필요하냐 항변해 보지만 자신의 처지가 점차 인식되어지면서 그는 인생에 공허한 마음이 들기 시작하였고 지금의 우울증과 불안증상들을 경험하는 것이었다.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했던 말은 상당한 의미를 가지는 것이 틀림없다. 조용히 홀로 있는 시간도 중요하지만, 건강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사는 일도 우리 모두에게 아주 중요한 일이 틀림없다.

성민씨는 상당한 조정과 변화의 일들을 노력하지 않으면 만성 우울증 같은 어려움을 벗어날 수 없는 경우이다. 성장환경에서 형성한 재물과 인간관계 등과 관련한 가치관의 변화를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고, 순후한 인간관계의 가치와 의미를 발견하는 노력과 실천이 절실히 요청된다. 타인을 신뢰하는 법을 배우며, 댓가없이 남에게 베푸는 일들과 그 기쁨과 보람을 경험해 보기도 해야 한다. 인간 관계에 있어 건강한 경계들(Boundaries)을 설정하는 일도 필요할 것이다. 책들을 읽고 좋은 영화들을 본다는 등의 감성을 풍부케 하는 일도 할 필요가 있다. 실상 알맹이가 없는 것 같은 자신을 용납하고 자기 자신과의 평화를 이루는 일도 일어나야 한다. 결국 사람이 바뀌는 크고 중한 일이니 천지가 개벽하는 것 같아도, 변화는 가능하다!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얼마나 잘 알고 있을까? 나의 연약과 부족을 제대로 이해하고 지정의의 영역들에서 원만한 인격자가 되어가고 있는가? 나는 환경의 희생자가 아니라 환경을 극복하는 자로 살고 있는가? 그리고, 진정 중요한 나의 심령의 모습은 어떤 상태에 있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