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중반의 김은실씨는 도무지 살을 더 이상 영위해 나갈 자신이 없었다. 모든 것이 뒤엉킨 것 같고, 어디서 부터 무엇을 해야 할 지 알 수 없었고, 절망감만이 자신을 압도하고 있었다. 식욕도 없고 수면도 제대로 취할 수 없었고, 게다가 가슴도 답답하고 걸핏하면 눈물이 앞을 가려 그칠 줄을 몰랐다. 앞으로 먹고 사는 일도 캄캄하기만 하였다. 생활의 모든 것을 챙기고 꾸려가던 정말 하늘같던 남편이 갑작스런 질병으로 인하여 얼마 전에 돌아가신 것이다. 나이 차이가 아주 많이 났어도 비교적 건강한 편이었던 남편이 그렇게 갑작스럽게 떠나버릴 것이라고는 상상조차도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사별한 남편과는 뒤늦게 결혼하여 미국에서 산 지가 20여년 정도 되는 데, 그동안 자영업과 증권투자같은 일들이 주수입원이 되어 가정경제 생활을 다 고인이 꾸려왔고, 은행구좌 관리부터 모든 집안관리, 정원손질, 통역과 운전에 이르기까지 모두 남편이 다 해 주었었다. 본인은 정작 부엌살림 외에는 영어도 못하고 아무 것도 아는 것도 할 줄 아는 것도 없고 직장을 가져 본적도 없이 가정 문제 대소사를 다 남편이 알아서 처리해 주었었는 데 그런 남편이 급작스레 돌아가신 것이다. 그러니 살 길이 막막하고 소망도 없게 되고, 게다가 가슴아래가 답답하고 소화도 안되고 뭘 제대로 먹을 수도 없는 것이 위암같은 병으로 자기가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더 이상 살 의욕도 없고 죽고 싶기만 하였다.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여러가지 일들을 경험하는 중에 여러 차례의 위기들을 경험하기도 한다. 한 연구조사는 한 사람의 평생에 통상 40여번의 주요 위기상황을 경험한다고 보고하기도 한다. 결국 위기 혹은 위기적 사건들이 우리네 인생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응대해 나가느냐가 결국 관건이 된다. 위기나 위기적 상황들은 예측불가능한 ‘상황적 (Situational) 위기’와 예측이 가능한 ‘발달적 (Developmental) 위기’의 두 종류가 있다. 물론 두 가지 다 위기적 상황들을 초래할 수 있다. 김은실씨는 남편의 갑작스런 죽음이라는 예측불가능한 ‘상황적 (Situational) 위기’를 겪고 위기적 상황들을 경험하고 있는 중인 것이다.

사별이나 이혼, 갑작스런 사고 등은 왕왕 큰 위기적 상황들을 경험하게 하고 그 비통의 경험들은 신체상에도 현저한 이상증상들을 나타나게 한다. 본인이 실제 질병적 문제가 있어 겪는 것이 아니라도 신체에 특정한 주요 증상들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본인이 위암인가 걱정하는 것과 관련한 증상들도 소위 ‘심인성 (Psychosomatic, 정신, 정서상의 이유로 몸에 증상들이 일어나는)’일 수 있다. 본인이 경험하고 걱정하고 드러내는 일들은 모두 설명이 가능한 일들로 본인 자신이 현재 정서적(비통의 감정), 현실적(생활과 진로), 신체적 (심인성 증상들) 문제들을 다 경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기사건으로 인한 위기상황들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인데, 이것은 그 사람이 위기적 상황들이라는 1. 도전들을 어찌 평가 (Appraisal)하는 가와 2. 가진 자원들 (Resources), 그리고 3. 인생 문제 들에 대한 대응의 기술 (Coping Skills)들에 달려 있다. 은실씨는 교회와 교회식구들의 다양한 도움들 그리고 위기상담에 대한 훈련을 가진 크리스챤 상담자의 적절한 도움으로 장례절차, 채권채무 정리, 정부생활 보조 신청, 통역, 운전, 상담 등의 도움들을 배려로 받아 남편의 사별이라는 그 위기 사건이 항구적 혹은 심각한 상황으로 위기가 더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던 경우였다. 하지만, 적절한 도움과 대응의 기술과 자원이 없는 상황에 있는 사람들은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도 초래할 수 있다.

어쨌든 위기상황들을 다루는 데 적절한 교육과 훈련이 된 위기상담자나 목회사역자들은 이런 상황을 이해 하고 사별을 맞은 가족들이 적절한 ‘비통의 과정’을 경험하고 난 후 그 다음의 인생의 단계로 성장,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자원 중에 경제적 능력은 한 주요 요소가 되지만, 우린 우리가 가진 재력외의 다른 자원들을 얼마나 가지고 있고 인식하고 감사하고 있는가?. 우리는 인생에서 어떤 인간관계들을 구축해 왔고 어떤 가치관들과 대응의 기술들을 알고 있는 것일까? 위기는 또한 성장의 기회인데 우리는 이제까지 그것들을 어떻게 다루어 왔고,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들을 해 왔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