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기까지 채찍질 당하는 14살 딸을 그저 지켜볼 수 밖에 없던 부모 심정은 어땠을까?

지난 1월 방글라데시 샤리앗푸 지역에서 일어난 일이다. 헤나 아크타(14) 양은 40대 사촌에게 납치돼 강간당한 피해자였지만, ‘결혼한 남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죄명을 쓰고 샤리아법(이슬람 율법)에 의해 101대의 채찍질 선고를 받고 결국 목숨을 잃었다.

CNN 보도에 따르면, 장정들에게 채찍으로 70대를 맞고 땅에 고꾸라진 10대 소녀는 온 몸이 피투성이와 멍으로 얼룩진 채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결국 일주일 후 숨을 거두고 말았다. 그녀가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말은 “나는 결백하다” 였다.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헤나 양은 하루 동안의 긴 산고 끝에 맞이한 다베쉬 칸 씨와 아내 아클리마 베검 씨의 소중한 딸이었다.

1년 전 친척 마붑 칸 씨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 썩은 나무와 찌그러진 깡통으로 만들어진 작은 오두막 생활이었지만 일상의 행복을 누리던 가족이었다.

헤나 양의 부친인 다베쉬 칸 씨 증언에 따르면, 헤나 양의 사촌인 마붑 칸은 말레이지아 노동역에서 돌아온 세 아이의 아버지였고, 헤나 양보다 나이가 3배는 많았다. 그런 그가 14살 헤나에게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고, 학교 등교길에 헤나 양을 따라다니며 괴롭혔다.

이 같은 사실을 안 다베쉬 칸 씨는 마을 어른들에게 몇 차례 알리고 조처를 취해 줄 것을 요청했고, 그들은 마붑 칸을 불러 권고한 뒤 1천 불의 벌금을 명령했다. 그러나 다베쉬 칸 씨는 마붑 칸이 큰 형의 아들인 것을 들어, 그냥 없던 일로 하자고 무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그로부터 몇 달 후 벌어졌다. 어느 겨울 밤, 집 밖에 위치한 화장실로 가는 헤나 양을 마붑 칸 씨가 기다리고 있다가 옷으로 싼 뒤, 근처 관목숲으로 끌고가 때리고 강간했다.

헤나 양의 언니인 알야의 증언에 따르면, 헤나는 빠져나가기 위해 발버둥 쳤고, 헤나 양의 소리를 들은 마붑 칸 씨의 아내가 헛간으로 그녀를 끌고가 심하게 때렸고, 발로 밟기 까지 했다.

사건 다음 날, 마을 어른들이 모여 이 문제를 논의했으며,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법에 따라 헤나 양에게 101대의 채찍질이 선고됐다. 마붑 칸 씨에게는 201대가 선고됐지만, 그는 몇 대의 채찍 만을 맞고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다베쉬 칸 씨와 그의 아내 아클리마 베검 씨는 이맘(이슬람 지도자)의 명령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막내 딸에게 내리치는 채찍을 보고 있을 수 밖에 없었다.

70대의 채찍질 끝에 쓰러진 헤나 양은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일주일 후 결국 숨을 거뒀다. 놀랍게도, 병원 측은 헤나 양의 사인 판정을 위해 부검 실시 결과를 ‘자살’로 결론지었고, 그의 가족들의 끈질긴 재조사 요청 끝에 다른 병원에서 공개 부검을 실시하고 결국 ‘채찍질’로 인한 사망이었음이 밝혀졌다. 하지만 여전히 다베쉬 칸 씨 가족은 두렵다. 언론에 알렸다는 질책을 받고, 마을 이슬람 지도자들에 의해 보복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글라데시, 샤리아법 집행 불법이지만 지역에서는 공공연히 집행 중

민주주의 체제를 채택하고 있는 방글라데시는 온건파 이슬람 국가로 알려져 있으며, 국가적으로 샤리아법의 집행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인이자 사회활동가인 샤오입 초드헤리 씨는 “샤리아 법은 교육 수준이 낮은 지방이나 마을 별로 강력한 규제 시스템으로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글라데시 최고법원이 십 여 년 전 샤리아법 재판 ‘파트와(Fatwa)’를 금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 간 여성을 대상으로 한 종교적 처벌은 5백여 건을 훌쩍 넘어서고 있다고 한 인권단체를 전했다.

지난 달 법원은 정부에 이 같은 상황을 설명하고, 파트와를 통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도록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정부는 모든 모스크와 이슬람 학교를 대상으로 서신을 보내고 방글라데시에서 샤리아법은 불법이라고 재강조했다.

국제연합(UN)은 “견고한 가부장적 제도 아래 가정 폭력과 염산 공격, 강간, 심지어 죽음에 이르는 폭력에 시달리는 방글라데시 여성이 전체 여성의 절반에 달할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