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와니에서 바나나 농장을 가꾸는 한 목회자가 있다. 신기하게도 그 농장의 ‘바나나’들은 도심 한 가운데서도 잘 자란다. 바로 ‘예수 바나나’를 키우고 있는 우리교회와 이형구 담임목사의 이야기다.

예수 바나나 한 그루만 제대로 심으면

“바나나 한 그루를 제대로 키워서, 그 순을 꺾어 옆에 꽂아 놓기만 해도 다시 잘 자랍니다. ‘예수 바나나’ 한 그루만 제대로 키운다면 그 열매와 순들로 인해 주변 지역은 온통 예수를 믿는 바나나 농장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세워나가는 교회학교 교육부가 ‘바나나 농장’입니다.”

보통 ‘바나나’는 겉은 아시안처럼 노랗고, 속은 백인처럼 하얗다는 은어로, 외모는 한국인이지만 생각과 문화는 미국인인 한인 1.5세, 2세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우리교회에서는 오히려 자녀들에게 100% 한국인, 100% 미국인이 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말이 안 통한다고, 문화가 다르다고 자꾸 1세와 2세를 나눠 놓으니 갈등이 생깁니다. 우리 자녀들이 100% 한국인이 되길 바란다면, 부모들이 먼저 100% 미국인이 되야 합니다. 저는 2세들에게 2세는 왜 1세를 섬기지 않는지 되묻습니다. 1세가 부족한 점도 있지만 그 헌신에 있어서는 2세들이 오히려 배워야 한다고요. 또 1세들은 2세들에게 맞춰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사고방식을 배워야 하고, 대화의 기술도 알아야 합니다. 부목사 사역할 때, 풋볼 하면 장로님들도 무조건 오라고 해서 같이 보고, 축구 할 때는 2세들도 와서 같이 응원하라고 하죠. 봉사도 같이 하고요. 서로 너무 좋아합니다.”

우리교회는 100% 한국인, 100% 미국인을 만들기 위해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예수 마을, 청소년들 대상으로 하는 예수 파워 교실을 따로 열고 있다. 6명의 교사들이 이끄는 작지만 내실 있는 교육과 어린이들에게 중점을 맞춘 환경, 교회 모든 어른들의 사랑과 관심을 받는 ‘바나나 농장’은 날마다 성장해 가고 있다.

교회에서 신앙 좋던 아이, 가정이 깨지자…

이형구 목사는 청소년 시절 어린이 사역을 서원했고, 실제 1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어린이 선교회 등에 헌신했던 ‘베테랑 어린이 사역자’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서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중학생 때부터 주일학교 교사로 봉사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 인격적으로 예수님을 만나면서 ‘청소년과 어린이를 위한 교육전문 사역자’가 되겠다고 기도했다.

그는 서원대로 어린이 대상 기독교 교육을 전문으로 하는 파이디온선교회 소속으로 수많은 교사 강습회를 인도하러 전 세계 곳곳을 다니고, 다양한 시청각 자료를 개발하고, 교재도 만들었지만 선배들의 조언에도 불구하고 담임목회에 대한 소망이나 계획은 없었다. 하지만 한 아이를 통해 목회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어린이 사역을 하던 한 교회에서 ‘디모데 집사’라는 어린이 집사를 임명하고 사역하게 하는 프로그램이 있었어요. 이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주일학교 예배 한 시간 전에 와서 기도로 준비하고, 조끼를 딱 입고 각종 봉사를 하면서 신앙을 키웠죠. 이후 다른 사역지에 있다 우연히 그 교회에 들렸는데 회장이었던 아이가 안보여서 수소문해서 찾아보니 고등학생이 됐는데 완전히 신앙을 잃고 술에 젖어 있어요. 자신은 더 이상 예수 안 믿기로 했다고요. 그 이유가 부모님의 이혼 때문이더라고요. 가정을 세우지 않으면 어린이, 청소년 사역에서 열매 맺을 수 없다는 걸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우리교회 본당.

교회 개척을 위한 100가지 질문

2007년 개척을 결심하고 연고 없는 애틀랜타로 온 이형구 목사는 그 해 여름, 가족을 한국에 보내고 한 달간 기도하면서 ‘어떤 교회를 세워야 합니까?’ 묻고 또 물었다. 이때 하나님께서 주신 ‘교회 개척을 위한 100가지 질문’에 하나 하나 답을 찾아 가면서 개척이 이뤄졌다. 기도하고 기다리면 이루시는 분은 하나님이라는 믿음으로 ‘개척 쉽게 했습니다’라고 말하지만, 개척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100가지 질문 중에는 교회의 정체성이나 우리 교회의 비전, 목표들도 있고 재정에 관한 것도 있어요. 특히 재정에 관해 답을 찾았냐고 묻는다면 아직 찾는 중이라고 답해야 할 거에요. 목회에 전념하기 위해 일은 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하나님께서 때에 따라 사람을 통해서 혹은 예상치 못한 일로 저희를 먹이고 입히십니다. 여유 있는 생활은 아니더라도 부족함 없는 삶을 살고 있지요. 개척을 시작하고 나서야 답을 주시는 경우도 있어요. 나중에 이걸 책으로도 출판할 계획입니다.”

그가 하나님 앞에 몸부림 치며 얻어낸 답 가운데 분명한 것은 미션과 비전이다. ‘미션’은 성도들을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 가운데 성장 시키는 것이고, 이를 위한 ‘비전’은 임재를 경험하는 예배, 예배를 통한 회복, 회복된 이들의 양육, 지속적인 교육과 선교에의 헌신이다.

교회가 더 커지면 할 수 있을까요?

우리교회는 매년 가을, 실력 있는 음악인들이 펼치는 가을음악회를 열고 있다. 지난 해에는 넓은 교회 앞마당에 무대를 만들고, 전 세대가 함께 할 수 있는 따뜻한 공연을 펼쳤다. 작은교회니까 더 커지면 하자고 미루면 결국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일단은 시도한다는 것이 우리교회의 모토다.

▲이형구 목사와 우리교회 성도들은 올 해를 시작으로 선교사 자녀를 위한 크리스천 스쿨을 꿈꾸고 있다.
“우리교회에서는 누가 뭔가 해보자고 제안했을 때, 그건 안 된다고 막는 사람이 없어요. 제안한 사람이 주도적으로 그 일을 시작하면 되는 거죠(웃음). 그리고 일단 시작하면 전 성도가 한 마음으로 함께 해요. 올 해는 오지 선교사 자녀들을 여름방학 기간 동안 교회로 초청해 SAT 강좌와 수학캠프를 제공하려고 해요. 중간에 한번 우리교회 자녀들과 함께 플로리다도 가보려고 합니다.”

어린이 선교회에서 사역하던 시절, 이형구 목사는 전 세계 곳곳 선교지를 다니면서 선교사의 삶을 속속들이 볼 수 있었다. 이때 그들의 자녀들, 일명 MK(Missionary Kids)로 불리는 이들을 위한 비전을 갖게 됐다. 작지만 부족한대로 올 해부터 시작하는 MK사역은, 장기적으로는 교회 안에 기숙사를 만들어 크리스천 스쿨을 만들고 싶은 꿈을 위한 첫 걸음이다.

문제 없는 교회는 없다. 핵심은 ‘관계’

‘관계’를 빼 놓고는 우리교회를 설명할 수 없다. 교회 존재의 이유라 할 수 있는 미션 선언도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것’일 정도로 이형구 목사는 성도들에게 올바른 ‘관계’를 강조한다.

“문제가 없는 교회는 없어요. 사실 그 문제 때문이 아니라 그걸 해결하다가 리더들의 관계에 금이 가니까 교회가 깨지는 겁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회의부터 할게 아니라 리더들이 먼저 기도하고 금식하면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살펴야 합니다. 또 성도의 삶에서도 어떤 문제라도 이를 극복할 하나님과의 깊은 관계를 갖도록 양육해야 합니다.”

우리교회는 손을 잡고 빙 둘러서 서로를 보던 위치에서 점차 바깥을 보는 위치로 바꾸고 있다. 안으로 다져지는 기간도 필요하지만, 어느 정도 양육 받고 성장한 이후에는 밖을 바라봐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관계를 통한 선교로 가는 길이다.

일주일 내내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교회, 교회 어른들이 청소년들의 고민과 SAT성적을 속속들이 꿰고(?) 있는 교회, 예수 그리스도와의 올바른 관계를 통해 성장하고 선교에 힘쓰는 교회, 바로 우리교회 이야기다.

우리교회는 302 Satellite Blvd. NE Suwanee GA 30024 #122, 123에 위치하고 있으며 주일 1부 오전 9시, 2부 오전 11시 예배를 드리고, 바나나농장(교육부)에서는 예수마을(어린이)과 예수파워(청소년) 예배가 각각 오전 11시에 드려진다. 새벽기도회는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5시 45분, 큐티 모임은 화요일 오전 10시, 수요제자훈련은 오후 8시, 금요찬양예배는 오후 9시다. 문의 (678) 908-9191, (678) 559-2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