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동성애자 커플들의 결합식을 교회에서 드릴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검토 중인 가운데, 현지 교계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동성애자들이 원한다면 교회에서도 시민결합(civil partnership) 의식을 치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이 법안은 급진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에 의해 추진되고 있다. 시민결합은 동성애자 커플에 결혼(marriage) 대신 부여하는 법적 지위다.

법안은 기독교 내 성적소수자 단체들의 지지를 받고는 있지만 성공회와 가톨릭과 같은 영국 교계 대다수는 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다.

영국 성공회 존 센타무 요크 대주교는 BBC에 “나는 자유로운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고 나 역시 모두를 위한 평등을 원한다. 그러므로 나는 (법안 지지자들에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명령할 수 없다. 그러나 그런 만큼 그들도 교회에 자신들이 원하는 것을 하라고 지시할 수 없다. 평등이란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법안은 비록 교회들에 결합식을 받아들일 것인지의 여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고 밝히고는 있지만, 교계는 이에 대해 회의적이다.

성공회 단체인 리폼의 로드 토마스 박사는 “교회가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았다고는 해도 법안이 일단 효력을 발휘하게 되면 교회들이 실제로 동성애자들의 결합식을 거부하기 힘든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교회에 대한 강요가 아니라는 것은 맞는 말이지만, 결합식을 거부한 교회에 차별 운운하며 법적 행동을 취하는 이들이 나타나는 것은 시간 문제이며, 우리는 이러한 일들을 이미 다른 유럽 국가들에서 봐 왔다”고 우려했다.

또다른 성공회 내 단체인 앵글리컨 메인스트림의 리자 놀랜드 박사도 같은 우려를 내비쳤다.

그녀는 “어느 날인가 여러분의 교회가 ‘친동성애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는 순간 커뮤니티 프로젝트를 위한 정부 지원금이 끊기는 것과 같은 각종 어려움이 닥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수 없다”며 “법안을 막기 위해서 교회가 더욱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역시 성공회 단체인 포워드인페이스 프렙 데이빗 홀딩 박사는 법안이 선택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는 만큼, 법안이 통과될 때를 대비해 교회가 동성결합식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야 할 필요를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시민결합과 결혼은 전혀 다른 것인데 심각한 문제는 우리(교회)가 이 둘을 혼동한다는 것”이라며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 사이에 이뤄지는 것이며 교회의 이같은 가르침은 정부가 간섭할 수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교회는 사람들의 결혼식을 주재하고 축복할 책임이 분명 있다”며 “그러나 결혼이 아닌 것, 즉 시민결합에 대해서는 책임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