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월 25일 화요일, 이스라엘 문화 유적 위원회(Israel Antiquities Authority)는 통곡의 벽 광장 아래에 있는 고대의 배수로 발굴을 모두 마무리했다고 발표하였다. 이 고대 배수로는 2차 성전 시대의 것으로, 다윗성의 가장 남쪽에 위치한 실로암 연못에서 성전산으로 연결된 고대 포장 도로 아래 만들어진 배수로(drainage channel)이다. 참고로, 실로암 연못에서 성전산으로 연결된 고대 도로는 남쪽에서 예루살렘 성전으로 올라가는 가장 중요한 길이었다. 이 길은 1년에 세 차례 성전을 방문하는 절기(유월절, 칠칠절, 초막절) 때나 기타 다른 목적으로 성전을 방문하던 순례자들이 가장 많이 이용한 길이다. 예수님께서 이 길을 이용하셨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 포장된 도로(사진) 밑으로 형성된 고대의 배수로가 발굴되어, 통곡의 벽 남쪽 전체 배수로가 드러난 것이다.

▲발굴된 고대 배수로 모습.
이 고대의 배수로가 발견된 것은 100년이 넘는다. 이미 여러 고고학자들이 이 고대의 배수로를 발굴하였다. 1867년 영국 고고학자인 찰스 워렌(Charles Warren), 1890년 블리스와 디키(Bliss and Dickey)에 의해 부분적으로 발굴되었다. 고대 배수로의 남쪽은 몇 년 전부터 일반에게 부분적으로 공개되었지만, 이번의 발굴로 말미암아 약 600m에 이르는 배수로의 전체 구간이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은 70년 예루살렘이 멸망한 이후 처음이다.

고대 배수로의 발굴은 7년 전, 다윗성 보호 위원회, 이스라엘 자연보호 협회의 기금 마련으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배수로 발굴은 순조롭지 않았다. 2천 년간 배수로에 쌓인 진흙, 오물을 제거하는 것이 어려웠던 것이 아니라 실반(Silwan) 마을에 사는 아랍 주민들의 소송과 음해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랍 주민들은, 배수로 발굴은 다윗성 지역의 지반을 약화시킬 것이고, 그것은 주택 붕괴로 이어져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유대인들로 구성된 고고학자들의 배수로 발굴을 반대하였다. 아랍 주민들은 잦은 시위와 함께 이스라엘 대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다. 그래서 대법원 판사는 고고학자들에게 다윗성 고대 배수로 발굴을 즉시 중단하라고 법적 명령을 내렸다. 이에 고고학자들은 담당 변호사 새미 아쉬드(Sami Arshid)를 통하여 배수로 발굴은 이미 형성된 배수로 내의 오물을 제거하는 것으로 땅을 파 헤치는 불필요한 일은 없을 것이라며, 이것은 발굴이라기 보다는 배수로 청소에 가깝다며 소송에 응했다. 그래서 배수로 발굴은 약 1년간 중단되었다가 2009년 9월 대법원 판사 Edna Arbel는 아랍 주민들이 염려하는 것처럼 지반 붕괴 위험이 전혀 없음을 확인한 후에 고고학자들이 배수로 발굴을 계속해도 좋다는 최종 판결을 내렸다. 이후 배수로 발굴은 다시 진행되었다가 지난 주에 마무리되었다.

배수로 발굴과 관련하여 아랍인들에게 퍼졌던 음해도 있었다. 유대인들이 발굴을 기회로 삼아 성전산을 차지할 것이란 루머였다. 그러나 고대 배수로의 정확한 방향은 실로암 연못에서 통곡의 벽 광장으로 향해 있으므로 아랍인들이 염려하는 성전산으로 향할 것이란 루머는 사실이 아니다. 유대인과 팔레스타인 간에 통곡의 벽은 잦은 충돌의 현장이 되어 왔다. 2007년 2월, 예루살렘 시 당국은 성전산으로 들어가는 문인 Mugrabi Gate에 임시 다리를 설치한 적이 있었다. 이 일은 각종 루머로 발전되어 아랍 시위의 기폭제가 되었고, 이 사안은 예루살렘을 넘어 전 세계 무슬림 국가로 확산되어 긴장이 계속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2011년 1월 25일 고대 배수로 전체 발굴이 마무리되었을 때, 고고학자들은 혹시나 모를 팔레스타인의 시위를 걱정했지만, 다행히 그날은 평일처럼 조용히 지나갔다.

2천년 된 고대 배수로 발굴이 마무리되었으므로, 약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예루살렘을 찾는 모든 사람들은 이 고대의 배수로를 따라 통곡의 벽 남쪽 Archaeological Park and Davidson Center에서 실로암 연못까지 갈 수 있게 되었다.

고대 배수로(사진)는 너비 약 1/3 미터, 높이 1-2 미터, 지면으로부터는 약 15-20미터 아래에 있다. 요세푸스는 70년 예루살렘이 로마에 함락되었을 때, 성안의 유대인들이 비밀 통로(고대 배수로)를 이용하여 도망했던 상황을 자세히 묘사하였다. 이 배수로를 이용하여 도망에 성공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나 비밀 통로로 이용되었던 배수로가 로마 군인들에게 발견된 이후 배수로는 심하게 파괴되었고, 도망 중이던 유대인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노예가 되었고, 또 일부는 다른 유대인들을 찾기 위한 밀고자로 이용되었다.

다음은 고대 배수로(비밀 통로)에 대한 요세푸스의 유대 전쟁사에 기록된 내용이다.

The Romans killed some of them, some they carried [away as] captives, and others they made a search for underground, and when they found where they were, they broke up the ground and killed all they met wi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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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섭 목사(멤피스장로교회)는 성경의 사실적 배경 연구를 위해 히브리어를 학습하였고, 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 대학에서 10여년에 걸쳐 이스라엘의 역사, 지리, 고고학, 히브리인의 문화, 고대 성읍과 도로를 연구한 학자이다. 그는 4X4 지프를 이용하여 성경의 생생한 현장을 연구하기도 했다. 문의 jooseob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