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위대한 탄생’이나 ‘슈퍼스타K’와 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이 인기다. 방송사가 주최하는 이들 프로그램은 가창력 있는 신인을 발굴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동시에 오디션에 합격하려는 후보자들의 경쟁이 볼 만하다. 게다가 네티즌들이 온라인으로 투표해 경쟁자들을 가려내기 때문에 대중들은 자신이 직접 스타를 선발한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CCM계에도 찬양사역을 원하는 신인들의 등용문 역할을 하는 오디션 과정들이 존재한다. 극동방송이나 CBS 등 방송사가 주최하는 창작복음성가대회는 CCM이 부흥하기 시작한 1980년대부터 시작된 대표적인 CCM경연대회다.

▲지난해 열린 CBS창작복음성가제 대상수상자 공연 모습.

극동방송 전국복음성가경연대회는 지난 2009년 21회째를 맞이했다. 1981년 제1회 유지연(휫셔뮤직 대표), 2회 손영진, 4회 다윗과 요나단(황국명, 전태식), 김영석, 김명식, 정해영, 임미정, 이정림, 6회 박종호, 8회 송정미, 옹기장이를 비롯해 19회 나영환에 이르기까지 한국 CCM계를 대표하는 복음성가 가수들을 배출하는 등용문이 되어 왔다. 2009년 열린 대회에는 200팀이 참가신청을 했으며 3차례 예선을 거쳐 13개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CBS기독교방송이 주최하는 창작복음성가제도 1990년부터 ‘크리스천 음악의 대중화’를 목표로 매년 열렸다. ‘CBS창작복음성가제’는 1990년 첫 대회 이후 20년간 소리엘, 조수아, 위드, 에이멘, 강찬 등의 찬양사역자를 발굴해왔다. 지난해 열린 21번째 대회에는 132개 팀이 참가해 1, 2차 예선을 거쳐 7개 팀이 선발돼 경연을 벌였다.

신인 발굴, 일회성 행사로 그쳐서는 안돼
한 번의 대회만으로 ‘영성’ 검증은 어려워


최근에는 방송사 뿐만 아니라 실용음악학교, 기획사, 개교단(교회)가 주최하는 각종 CCM경연대회가 늘고 있다. 한국콘서바토리 CCM음악학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번째 CCM경연대회 ‘스포트라이트’를 개최해 눈길을 끈다. 서울종합예술학교 CCM학부도 지난해에 이어 오는 2월 CCM콘테스트인 ‘지저스송 페스티벌’을 진행한다. 3월에는 CCM 기획사인 에이치스엔터테인먼트가 주관하고 총회문화법인, 음악전문학원 뮤직브릿지가 주최하는 제1회 CCM루키 선발 경연대회도 열릴 예정이다.

실용음악학부들이 이렇게 CCM경연대회를 개최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학교를 홍보하고자 하는 목적이 크다. 하지만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이러한 경연대회는 차세대 CCM사역자를 발굴하고 양성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찬양사역자연합회 김성호 회장은 “CCM경연대회가 활성화되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대회가 일회성 행사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참가자들이 꾸준하게 사역을 계속할 수 있도록 발전의 장(場)으로서 역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연대회가 늘어날수록 자신을 알릴 수 있는 기회는 많아지지만 예전에 비해 경연대회나 복음성가제 출신들이 실제로 CCM사역자로서 음반을 발표하고 교회에서 활약하는 경우는 찾기가 어려워졌다. 에이치스엔터테인먼트 은희승 대표는 “CCM학부가 개설된 실용음악학교를 졸업하는 학생들은 많지만 이들이 CCM사역자로서 성장할 수 있도록 케어할 기획사는 턱없이 부족한 형편이다. CCM계에는 ‘기획사’라는 개념조차 존재하지 않는다”라며 “CCM루키 선발경연대회를 통해 선발된 1인은 앨범제작부터 사역활동까지 지원해 단순히 ‘퍼포먼스’로서의 경연대회가 아니라 ‘사역자 양성’이라는 목적을 이루려 한다”고 밝혔다.

▲서울종합예술학교 CCM학부가 주최하는 ‘지저스송페스티벌’

하지만 일반 오디션 프로그램처럼 노래실력, 외모, 무대매너 등의 요소 뿐만 아니라 CCM사역자는 ‘영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한번의 경연대회로만 이러한 요소를 평가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스포트라이트’는 온라인 심사제도를 도입했다. 공개 오디션에 참가한 전원은 오디션 이후 동영상이 갓피플을 통해 업로드돼 온라인으로 네티즌들이 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동영상 심사는 전체 심사 기준에서 30%가 적용된다.

‘스포트라이트’ 홍보 기획을 담당하는 마인즈아이 김승용 대표는 “한번의 대회만으로 영성을 검증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세번째 대회부터는 매달 UCC를 통해 예선을 치르고 한 팀을 선정해 연말에 시상하는 형식을 도입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분한 기간을 두고 참가자들의 사역에 대한 마인드나 삶을 나누겠다는 이야기다. CCM루키 선발경연대회는 참가자들의 영성을 파악하기 위해 신앙고백서나 간증문을 제출하도록 하고 오디션 후 면접을 실시한다.

서울종합예술학교 김명식 CCM학부장은 “음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음악을 발표하고 표현할 장(場)이 부족한데 경연대회는 이를 마련하는 좋은 기회”면서 “대회 주최자들이 ‘대회’라는 모양을 넘어 참가자들에게 어떤 것이 중요한지 깊이 공유하고 가다듬을 수 있도록 잘 이끌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