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천사 (3)

성경에 나타나는 천사들의 세계는 일종의 군대 조직처럼 묘사되고 있다. “천사장”이라고 하는 말이 그 쉬운 실례이다. 또, 구약 성경에 나타나는 하나님은 자주 “만군의 여호와”로 불리고 있다. 열왕기상 22장의 말씀을 보면, 선지자 미가야가 본 하늘에 계신 하나님의 모습이 나온다. 그는 말하기를 “여호와께서 그 보좌에 앉으셨고 하늘의 만군이 그 좌우편에 모시고 서 있더라”고 했다 (19절). 고대 중동에 왕이 군대를 거느리고 있는 모습을 연상하게 한다. 다른 것이 있다면 사람들이 아니라 천사들이 늘어 선 것이다.

천사들의 이런 군대 조직의 모습은 선지자 엘리사가 아람 왕의 침략 위협으로부터 이스라엘 왕을 보호하던 활동 속에서도 소개되고 있다. 아람 왕은 이스라엘을 침략하고 싶었다. 그러나 아람 왕의 속내를 미리 미리 이스라엘 왕에게 알려 주고 있었던 하나님의 종 엘리사 때문에 그의 군사 작전은 성공 할 수가 없었다. 마침내 아람 왕은 먼자 엘리사를 사로 잡기로 결정하고, 말과 병거와 많은 군사를 보내 성을 포위했다. 그 때, 엘리사가 그것을 보고 겁에 질려 두려워하는 자기의 시종을 위해 기도한다. 그리고, 여호와 하나님께서는 그 기도의 응답으로 시종의 눈을 열어 그 성을 포위하고 있는 아람 군대를 둘러 싸고 있는 “불말과 불병거가 산에 가득한 것”을 볼 수 있게 해 주셨다 (열왕기 하 6장 17절). 어떤 모양으로 불이 말들과 병거를 둘러 싸고 있었는지는 말하기 어렵겠지만, “말과 병거”라는 말에서 누구나 다 쉽게 천사들이 진을 치고 있는 군대의 모습을 연상 할 수 있다.

천사들이 군대 조직을 하고 있었다고 하는 것은 신약 성경에서도 볼 수 있다. 복음서에는 예수님께서 거라사인 지방에 왔을 때 군대 귀신이 들렸던 사람을 고쳐주신 이야기가 나온다. 무덤 사이에서 밤낮으로 자기 몸을 상하며 지내던 귀신 들렸던 사람에게 “네 이름이 무엇이냐”고 묻자, “내 이름은 군대”(마가복음 5장 9절)라고 대답을 하는데, 그 이유가 그들의 수가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군대”라고 하는 말은 당시 로마의 군대 조직을 놓고 볼 때 육천명 규모의 수를 말한다고 한다. 귀신들렸던 사람의 상태가 얼마나 중태였었는지를 보여주는 수치이다.

물론 성경은 천사들의 수가 선악 간에 얼마나 되는지를 명시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그 수가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는 것은 쉽게 미루어 짐작 할 수 있다. 믿는 성도들이 믿음으로 들어 가 서 있는 “시온 산과 살아 계신 하나님의 도성인 하늘의 예루살렘”에 “천만 천사”(히브리서12장22절)가 함께 있다고 한다. “천만 천사”라는 말은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천사”라는 뜻이다. 하늘의 예루살렘에 있는 천사의 수가 그러하다면, 하늘에서 쫒겨나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속에서 역사하는 타락한 천사들의 수 역시 그에 못지 않게 많다고 볼 수 있다.

천사 조직이 군대의 모습으로 소개되었다는 것은 천사들의 세계에 나름대로의 계급이 있다고 하는 것을 암시한다. 에베소서 6 장에 나오는 마귀와의 영적 싸움을 묘사하는데 나오는 천사들에 관한 말씀은 타락한 천사들에 관한 말씀이지만, 역시, 각각 다른 계급이 있음을 보여주는 말씀으로 해석된다. 사도 바울은 믿는 자들에게 마귀와의 영적 싸움을 위하여, 마치 로마 군인들이 그들의 전투복인 전신갑주를 입었던 것처럼,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고 명령한다. 그리고 이 영적 존재들인 타락한 천사들을 지칭할 때, “정사와 권세와 이 어두움의 세상 주관자들과 하늘에 있는 악의 영들”(12절)이라는 용어들을 사용하는데, 이런 호칭들이 타락한 천사들의 계급을 뜻하는 것이라고 해석되는 것이다. 선한 천사들에게 그룹, 스랍, 하나님의 사자와 같은 호칭이 주어졌다면, 타락한 천사들에게는 사단/마귀, 악한 영, 더러운 영, 귀신들 등의 호칭이 주여져 있는데, 그것들은 암시적으로 그들의 계급과 하는 일과 그 영향력을 보여 준다.

천사들의 계급을 말하면, 그것과 연관하여 그리스도인들이 알아야 할 것도 있다. 천사들의 세계 속에 계급이 있다고 하는 것은 그들의 세계 속에 영적인 위계질서가 있다고 하는 것이다. 사도 베드로나 유다는 바로 이 점에 착안하여 그들 당시에 하나님의 교회 내에 영적 권위 질서를 어지럽히던 거짓선지자들과 그들의 추종자들에게 엄히 경고했다.

“육체를 따라 더러운 정욕 가운데서 행하며, 주관하는 이를 멸시하는 자들에게 특별히 형벌하실 줄을 아시느니라. 이들은 담대하고 고집하여 떨지 않고 영광 있는 자를 훼방하거니와, 더 큰 힘과 능력을 가진 천사들이라도 주 앞에서 저희를 거스려 훼방하는 송사를 하지 아니하느니라. 그러나 이 사람들은 본래 잡혀 죽기 위하여 난 이성 없는 짐승 같아서 그 알지 못한 것을 훼방하고, 저희 멸망 가운데서 멸망을 당하며…” (벧후2장10절 이하). “…천사장 미가엘이 모세의 시체에 대하여 마귀와 다투어 변론할 때에 감히 훼방하는 판결을 쓰지 못하고 다만 말하되 주께서 너를 꾸짖으시기를 원하노라 하였거늘, 이 사람들은 무엇이든지 그 알지 못하는 것을 훼방하는도다” (유다서9절). 왜냐하면, 타락한 천사들이란 다름아닌 “자기 지위를 지키지 아니하고 자기 처소를 떠난 천사들”(유다서 6절)을 지칭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눈 여겨 볼 것은, 천사장 미가엘이 마귀와 다툴 때도 감히 훼방하는 말을 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이다. “권위”라고 하는 말만 들어도, 자라 보고 놀란 사람이 솥뚜껑보고 놀라듯 토끼 눈을 하는, 이런 시대를 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영적 권위 질서에 대하여 한 번쯤 깊이 생각하도록 만들어 주는 말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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