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50대 여성이 가장 불행한 집단이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조선일보가 한국갤럽·글로벌마켓인사이트와 함께 실시한 10개국 5190명의 여론 조사에서다.

신문은 이러한 결과가 나타난 원인에 대해 “중년 한국 여성의 불행 뒤엔 평생 축적된 경제적 부채의 굴레, 삶을 바쳐 뒷받침해온 가족에 대한 부담감이 자리잡고 있었다”고 분석했다.

또 신문은 “전통적인 가치관 아래 평생 가족을 보살피는 데 힘써온 한국의 50대 여성은 가족에 대한 애정과 피로감을 동시에 드러냈다”고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 50대 여성들에게 가족은 대체로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74.1%)이었지만 ‘필요에 의해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 ‘인생의 큰 부담’이라는 답이 한국인 평균을 웃돌았다.

특히 한국의 중년 여성은 삶의 위안을 종교에서 찾으려는 성향이 강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마음의 안정을 얻기 위해 종교를 가졌다’는 비율이 77.8%로 대상 집단의 평균(61.8%)을 크게 웃돌았다는 것.

그러나 종교의 본질인 ‘진정한 믿음’을 좇는 50대 여성은 7.4%에 불과했다. 이와 관련, 신문은 “종교를 종교 자체로 믿는 사람은 높은 행복감을 보이지만, 현실 탈피를 위한 도구로 종교를 활용할 경우 행복감은 거의 상승하지 않는다”는 외국 전문가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한국상담심리치료센터 원장인 강선영 목사는 “한국의 50대 여성들을 상담하다보면 신앙이 있음에도 그렇지 않은 이들과 같은 고민에 힘들어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며 “특히 경제적으로 안정돼 있지 못할 경우 노후에 대한 불안으로 우울증을 겪는 부분에 있어선 기독교인과 비기독교 사이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강 목사는 “흔히 신앙이 있으면 세상적인 문제에 덜 불안함을 느끼거나 아예 불안함을 느끼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론 그렇지 않다”며 “교회에서 만나는 분들 중에도, 직접 상담실을 찾진 않지만 상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분들이 많았다. 신앙의 힘이 특별히 강하지 않은 이상, 이런 분들이 스스로 회복되기란 굉장히 힘들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강 목사는 “한국 50대 여성의 대부분은 자식들이 품을 떠나고 남편과도 소원해지면서 외로움과 자괴감을 느낀다. 이런 부분들이 더욱 불안감을 주는 게 아닌가 한다”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당사자들이 단순히 종교 생활 자체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신앙을 진지하게 돌아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