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 천사 (1)

하나님이 지으신 피조물들은 크게 인격적인 존재와 비인격적인 존재로 나눌 수 있다. 인격적인 존재들은 천사들과 사람들이다. 비인격적인 존재는 인격적인 존재들이 활동하는 삶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모든 만물이다. 이 만물은 생명이 있는 생물들과 생명이 없는 무생물로 대분된다. 생물이 동물, 식물을 포함하는 모든 생명체를 지칭한다면, 무생물은 고체, 액체, 기체의 형상으로 나타나 있는 나머지 모든 물질 세계를 가르킨다. 인격적인 존재들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니고 있는 영적인 존재들이다. 비인격적인 존재들은 영적인 존재들인 하나님, 천사들, 사람들의 활동 무대이다.

창세기 1 장은 하나님께서 먼저 인격적인 존재들이 활동 하게 될 활동 무대부터 만드셨다고 하는 것을 보여 준다. 창세기 2 장은 구체적으로 하나님이 사람을 지으신 장면과 사람을 지으실 때 남자와 여자로 지으시게 된 근본적 이유를 설명한다. 창세기 1 장과 2 장의 관계는 마치 죠지아 주 전체 지도와 그 지도 위에 작은 창을 열어 아틀란타 시내를 좀 더 확대하여 보여 주고 있는 주 지도와 같다. 창세기 1장과 2 장이 각각 다른 창조를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같은 창조에 관한 말씀이다. 차이점이 있다고 하면, 창세기 1 장이 죠지아 주 전체를 보여주는 지도와 같다면, 창세기 2 장은 그 지도 위에 창문을 내서 아틀란타 다운타운을 좀 더 세세하게 보여 주듯, 하나님이 사람을 지을 때 하신 일을 좀 더 자세하게 보여 주는 것이다.

그러나 이 창세기 1 장과 2 장에 하나님께서 천사를 지으신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창세기 1 장과 2 장에서 주인공으로 소개되는 존재는 하나님의 형상과 모양을 따라 첫 사람들로 지음을 받은 아담과 이브이다. 성경은 모든 피조물들 중에 하나님이 지으신 사람들의 이야기로 시작하여, 그 사람들 최후의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이야기로 마친다. 물론, 천사들의 최후의 모습에 대한 말씀이 없다는 뜻이 아니다. 선한 천사들과 하나님을 믿는 믿음으로 사는 사람들에 대한 하나님의 최후 배려와 축복은 같고, 타락한 천사들과 하나님을 대적하는 인간들에 대한 하나님의 최후 심판과 형벌은 같다. 그러나, 천사들의 이야기는 하나님과 인간들 사이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이야기들 속에 조연들처럼 나타난다. 성경이 천사 창조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이유 일 수도 있다.

하나님께서 천사를 언제 만드셨을까? 이 질문에 대하여 성경은 확실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다만 만물 창조와 인간 창조 사이 어디 쯤이라고 유추하게 할 뿐이다. 이런 유추를 가능하게 하는 말씀은 욥기 38장 7절이다. “그 때에 새벽 별들이 함께 노래하며 하나님의 아들들이 다 기쁘게 소리하였었느니라.” 해석상 “하나님의 아들들”이 천사들이었다고 하는 데는 이의가 없다. 그러나 “새벽 별들”에 대한 해석은 두 가지이다. “새벽 별들”도 천사들을 뜻한다고 하는 입장과 금성이나 오리온 성좌 같은 밝은 별들을 뜻한다고 하는 입장이다. 후자의 경우는 넷째 날을 연상하게 하고, 전자의 경우는 하나님께서 천지 만물을 짓기 전에 먼저 천사들을 만드셨을 것이라는 짐작을 하게 한다. 그러나, 욥기 38 장 7절의 앞 뒤의 문맥의 흐름을 보면, 하나님께서 물과 뭍을 가르셨던 셋째 날을 연상하게 한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천사들을 지으신 싯점에 대하여 정확하게 “언제”라고 말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새벽 별들”에 대한 해석에 따라서 우주 만물의 창조 이전 일 수도 있고, 넷째 날 이후라고도 할 수 있다.

하나님께서 천사를 만드신 때에 대한 성경 말씀이 애매모호한 것 못지 않게, 천사들 중 얼마가 하나님을 대적하여 범죄하고 타락한 때에 대하여서도 성경은 분명하게 대답하지 않는다. 성경의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으로 보면 첫 사람이었던 아담과 이브가 타락하기 이전에 이미 천사들 중 얼마가 타락하여 하나님을 대적하는 존재가 되어 있었다는 것은 분명하다. 창세기 3 장에 나오는 “뱀”에 대한 요한 계시록의 해석이 “마귀” “사단”이기 때문이다 (12 장 9절, 20 장 2절).

하나님께서 아담과 이브를 만드신 후, 그들이 에덴 동산에서 지내다가 얼마의 시간이 지난 다음에 “뱀”을 만나 하나님의 명령을 어기고 죄를 짓게 되었는지도 알수 없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천사의 타락이 인간 타락보다 선행한다고 하는 것이다. 천사 창조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타락의 때를 정하는 것이 달라 질 수도 있겠지만, 어디에 두든 분명한 것은 천사 창조의 때나, 타락의 때에 대하여 성경이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싯점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이 있다면, 하나님이 지어 놓은 인격체요 영적인 존재였던 천사 중 일부가 하나님께 범죄하여 타락했다는 것과, 타락한 그 천사들 중 하나인 마귀, 사단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을 받은 동일한 인격체요 영적인 존재들인 사람들, 아담과 이브를 유혹하고 미혹하여, 그들과 마찬가지로 하나님을 대적하고 범죄하게 만들었다고 하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하나님께서 인간의 구속과 만물의 구속은 계획 하시면서도, 구속 계획 속에 타락한 천사들을 두시지 않은 이유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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