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일 당신이 이전의 나이로 돌아가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언제쯤으로 돌아가겠는가? 혹시 13~17살의 청소년기로 돌아갈 의향이 있는가? 아동심리학자 제임스 돕슨은 이 질문을 통해 아주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미국인들 대부분이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은 좋지만 다시 틴에이저가 되는 것은 원치 않는다는 사실이다.

청소년기야말로 미래를 꿈꾸며 준비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인데 이런 기회의 시간을 다시 원치 않는 이유는 바로 청소년기에 우리가 처음으로 겪게 되는 인생 고민의 크기와 충격이 너무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청소년기는 우리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사춘기의 성장통을 겪게 되는 것은 물론 학업과 진로문제, 인생 가치관의 정립이라는 엄청난 숙제들을 요구한다.

미국 이민현장을 사는 우리 자녀들은 과연 청소년기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그 동안 엄마 아빠의 말이라면 무조건 잘 듣고 따르던 아이가 갑자기 부모와 거리를 두고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보다 혼자 인터넷을 붙들고 있거나 아니면 밖으로 돌며 친구들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이유는 무얼까? 요즘 미국사회에 마약, 섹스, 폭력이 난무하는데, 이 ‘위험천만한 청소년기’를 지나는 아이들을 우리는 어떻게 이끌어 줄 수 있을까?

청소년을 돕는 여러 이론들이 많이 나와 있지만 대부분은 이들의 마음을 잘 살펴 그 심정을 공감적으로 이해하고 그들의 입장에서 대화의 물꼬를 틀어 접근하라고 제시한다. 공감적 이해란 나의 판단과 주장을 잠시 보류하고 상대의 생각, 기분과 소망에 대하여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반영해 주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이 공감적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구조적 이해의 작업이 하나 있다. 그것은 상대방이 어떠한 세계관과 가치관으로 삶에 임하고 있는지를 살피는 일이다. 상대의 가치관과 사고를 살필 때에 그의 기분이 어디서 비롯되는지 알게 되며 현재 당면한 갈등과 충돌을 해결할 방법도 함께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 사는 청소년들은 과연 어떠한 가치관을 갖고 살고 있을까? 제러미 리프킨은 “The Age of Access”라는 책에서 현대사회가 소유의 시대를 넘어서 접속의 시대로 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근대문명이 자본주의를 발전시키며 사람들로 하여금 필요하고 좋은 것을 소유하도록 이끌어 왔다면 기술문명이 발달하고 변화의 속도가 빨라진 탈근대문명사회에서는 상품을 소유하기보다는 사용하는 방향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사실, 이민현장만 보더라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에 온 부모세대는 열심히 일해 자식을 좋은 학교에 보내고 전문지식을 축적하게 하여 좋은 직장과 튼튼한 재정기반을 마련하여 더 많은 것을 소유하게 하는데 큰 관심이 있다. 하지만 자식들은 가치관을 달리한다. 지식과 정보는 인터넷에 이미 널려 있고 물건들도 렌트해서 사용만 하면 되지 꼭 소유해서 내 것으로 만들 필요가 없다. 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좋은 것을 소유하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것에 잘 접속하여 사용하는냐의 문제이다.

이런 1.5세, 2세대들의 접속희구 열망은 심리내적으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들은 자기의 공허함을 채워줄 대상을 찾아 접속하기 원한다.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과의 의사소통과 나눔, 자기 반영의 교류야말로 심리적 필요를 채우는 정신적 산소역할을 한다. 부모세대가 자식교육을 위해 미국에 와서 아무리 뼈 빠지게 일을 한다 하더라도 자식과 접속해 사랑의 대화를 나눌 시간조차 갖지 못한다면 청소년들은 그 대상을 찾아 밖으로 돌거나 인터넷 공감에서 그 필요를 채울 수 밖에 없다. 청소년들이 쉽게 마약이나 섹스, 폭력의 문화에 빠져 들어가는 것도 가정 내에서 채우지 못하는 접속의 결핍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가족치료자 버지지아 사티어의 말처럼 “가족은 (하나님의 뜻 아래) 참된 인간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다.

하나님은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의 형상을 주셨는데 우리에겐 그것을 담을 그릇이 필요하다. 가정은 바로 이 그릇, 즉 아이들의 자아를 만들어 주는 공장이다. 어떤 모습으로 하나님의 형상을 닮도록 도울 것인가? 소유에 집착한 일그러진 형상으로, 아니면 사랑으로 접속되고 연결된 아름다운 자아를 통해?


-연합감리교회 교우들의 신앙증진 및 일선에서 수고하는 목회자들의 사역을 위해 섬기며 원활한 의사소통으로 연합감리교인으로서의 연대감을 느끼며 신앙생활 할 수 있도록 독자들을 돕는 [섬기는 사람들] 11, 12월호에 실린 글을 연합감리교회 공보부의 협조로 개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