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도 송구영신 예배의 말씀을 준비하다가 그런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왜 한국교회는 꼭 밤 12시에 모여서 함께 새해를 맞이할까? 그러면서도, 역시 교회는 한 가족이구나 하는 생각에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 그렇다면 12월 31일과 1월 1일은 어떻게 달라야 하는가 생각해보았습니다. 그저 똑 같은 태양이 떠오르는 것뿐인데……

그러고 보니 아침에 맞이하는 새로운 날에 대한 여러 말씀 중에서 에베소서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구절이지요!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 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4:25)

이 말씀 때문에 반드시 잠들기 전에 화를 풀고 (특별히 부부 사이에) 잠자리에 든다고 하셨던 성도님이 생각납니다. 따지고 보면 오늘 내가 “악독과 노함과 분냄과 떠드는 것과 비방하는 것”은 (4:31), 어제의 분을 오늘까지 짊어지고 왔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어제의 것들이 내 속에서 썩어서 악취를 내고 있는 것 아닙니까?

어제도 그랬고, 오늘도, 또 내일도 나를 분노로 지치게 하는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나를 분노하게 하는 일들은 차고도 넘칩니다. 오늘 나를 분노하게 하는 일만도 사실 말끔하게 처리하기가 쉽지 않은데, 어제 것까지 아니 몇 년 전 것까지 가득 짊어지고 산다면 – 어떻게 살겠어요? 화병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습니다.

성경은 우리에게 삶의 구체적인 지침을 이야기하지는 않습니다. 부부를 상담해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힘들어하고 고민하는 부부라고 해도 똑 같은 처방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성령 하나님께서 우리 안에 계시면서 우리와 매일매일 이야기하기를 원하십니다. 어제 고민했던 문제가 오늘 또 나를 힘들게 한다고 해도, 어제 내가 그 문제를 대하던 방법과 오늘 내가 그 문제를 대하는 방법은 같지 않을 수 있으니 – 나보나 나를 더 잘 아시는 성령하나님과 상의하면서 (기도하면서) 가장 적절한 방법으로 문제들을 대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실 문제만이 아닙니다. 은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제 받은 은혜로 오늘 사는 것이 아닙니다. 광야에서 이스라엘을 먹인 만나는 오직 하루치일 뿐입니다. 오늘 우리를 살리시는 하나님의 은혜도 오직 하루치입니다.

물론 오늘의 은혜를 가슴에 담고 기뻐하며 감사하는 삶을 살아야 하지만, 어제의 삶이 내 삶 속에 공식이 되어버린다면, 새벽예배를 드렸더니 뭘 해주셨더라, 무슨 봉사를 했더니 더 많은 뭔가를 주셨더라는 식으로 은혜가 공식이 되어버리면 – 우리의 삶은 죽은 삶이요, 화석과도 같은 삶이 되고 맙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자판기 커피와 같은 건가요?

어제 드린 예배의 감격을 간직하되, 오늘 새로운 모습으로 나를 찾아와 만나주시는 하나님을 향하여 간절함과 가슴 뜀이 없으면 – 예배조차도 형식적으로 흐르고 맙니다.

2011년 첫 주일예배입니다. 일주일 내내 이 시간을 목이 빠져라 기다리고 사모하셨습니까? 마치 연애 때처럼! 이 시간을 타는 목마름으로 기대하고 사모하지 못했다면 – 에베소서는 그 이유를 우리가 오늘의 짐을 내일로 짊어지고 가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오늘 버릴 것을 버려야 (십자가에 못박아야) 다시 담을 것을 담지요?

어제의 것 (에베소서는 이것을 “분”이라고, 즉 “분노”라고 표현했습니다), 오늘날 우리 식으로 말하면, 스트레스, 상처, 좌절, 소외 등등 (아마도 교회에서 더 적절한 말은 “시험 들었다”는 말일 것입니다!) – 어제 받은 그러한 것들을 버리지 못하고 가득 등에 짊어지고 오늘 아침 새롭게 떠오르는 태양을 바라보아야 – 세월이 그저 무겁기밖에 더하겠습니까?

버릴 것을 버리는 것이 지혜입니다. 특별히 나를 나 되게 하지 못하는 그 더러운 것들은 매일매일 버려야 하고, 혹 그렇게 살지 못했던 2010년이었다면 2011년을 맞이하면서 – 하나님께서 전혀 새롭게 부어주시는 은혜가 있음을 기대한다면 – 무거운 짐은 털어버려야 합니다.

짐이 가벼워야 먼 길을 갑니다. 하루 살고 말 것이 아니라면, 오늘 이 예배 가운데 우리의 모든 것을 받아주시는 주님께 던져버리십시오.

이젠 지난 달에 아내에게서 받았던 상처를 제게 들고 오지 마시고요, 교회 내의 누군가에게서 몇 일 전에 받았던 상처를 제게 들고 오지 마십시오. 그러한 짐을 내려놓고 새롭게 바라보면 – 나를 힘들게 한 그 아내에게서, 나를 시험에 들게 했던 그 형제에게서 오늘 하나님의 얼굴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할렐루야!

하나님께서 아무 이유 없이 12월 31일과 1월 1일을 구분하셨겠습니까? 정말 새로운, 기가 막힌 것을 주시기 위해서 새롭게 2011년이라는 틀을 만드시고 우리를 기다리시는 그 하나님의 은혜를 가득 담으시는 2011년이 되시기를 우리 인생의 주인이신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담으세요! 그리고 참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