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내 삶을 드려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나를 더 드릴 수 있을까 늘 마음에 부담이 있었어요. 하나님의 부름에 대한 고민은 계속하면서, 시기는 머뭇거렸는데, 올 해 결심했을 뿐 특별한 것은 아니에요.”

올 12월 말로 성약장로교회 담임 목사직을 사임하고 선교사로 헌신하는 심호섭 목사를 어렵사리 만났다. 지난 월요일, PCA 한인동남부노회(노회장 김영환 목사) 임시노회가 성약교회에서 열려 사임서가 최종 수리된 심 목사는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 자칫 ‘자기자랑’이 될 것 같아 인터뷰를 망설여 온 심호섭 목사는 “지난 7년 10개월 동안 성약장로교회에서 교우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고, 애틀랜타 지역사람들에게도 책이나 신앙강좌를 통해 과분한 사랑을 받은 행복한 목사였다. 교단이나 연합회 활동을 통해서도 좋은 목회자 친구와 선배, 후배를 만나 교제하게 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감사의 말을 남겼다.

심호섭 목사는 12월 31일까지 성약장로교회 담임목사로 재직하며, 이번 주말 교회 공동의회에서 후임목회자가 결정된다. 후임 목회자는 뉴저지에서 부목사로 사역하던 젊은 목회자로 내정됐다.

지난 10월 갑작스럽게 사임의사를 밝힌 이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던 교회 측은 심호섭 목사의 뜻을 귀하게 여겨 그를 선교사로 파송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심 목사는 자칫 교회와 새로 부임하는 목회자에게 짐이 될까 싶어 정중히 사양했다. 다만 후원 선교사로 남아 교회와의 인연은 이어간다.

심호섭 목사가 선교사로 섬기게 될 단체는 알타이선교회(대표 유기남)로 2000년 설립돼 아직 작은 규모지만 한국어가 속한 우랄알타이언어계열을 사용하는 문화권을 섬기고 있다. 특별히 선교가 가장 절실히 필요한 1040창 에 속한 나라와 민족이 많아 집중적인 선교가 필요한 지역이기도 하다. 심 목사는 주로 선교 지원사역(Mission Mobilizer)을 감당하게 되며, 선교지를 방문해 돌아보고 선교사들을 돌보며, 선교지망생을 발굴해 훈련시키는 일 등을 포함한다.

“신학대학원 시절 선교학회 소속돼 함께 선교사를 꿈꿨던 친구들이 저를 빼고 다 선교사로 헌신해 지금은 한국의 크고 작은 선교단체 대표로 사역하고 있어요. 또 목회를 하면서 많은 선교사들을 초청하고, 돕고, 교회가 선교현장을 이해하도록 선교지를 다녀온 것들 그리고 개인적으로 다양한 선교단체를 도우면서 쌓은 행정과 운영 경험이 앞으로 사역에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하나님께서 그 동안 이런 일들로 준비시켜오셨다고 느껴요.”

심호섭 목사는 선교를 앞두고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고단하고 힘든 삶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하나님 앞에 나를 다시 세우고, 평생 주신 부르심을 이제야 좇아 갈 수 있다는 기쁨이 더 크다는 그는 “저의 결정에 묵묵히 따라준 사모와 ‘멋있다’고 해준 아들, 그리고 ‘아빠가 기도하고 결정한 것이면 무조건 좋다’고 지지해준 딸이 있어 가벼운 마음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나이가 들면서 편안한 생활에 안주하려는 제 자신을 발견할 때마다 영적으로는 오히려 죽어갈 수도 있겠다는 걸 느꼈어요. 편안하다 좋다 생각하다 문득 이래도 되나 싶고, 남들이 박수를 보낼 때 솔직히 싫지 않았어요. 그러다 이렇게 감각 없이 원하지 않는 길로 흘러가도 되나 하는 두려움들이 이제 그만 광야에서 나를 세워야 할 때라는 걸 결심하게 됐습니다. 한참 목회가 재미있고 교회가 안정되게 성장해갈 때 결심한 것이라 여러 분들에게 충격이 된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결심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고, 하나님께서 사람마다 쓰시는 방법은 다르다고 말씀 드리고 싶어요.”

아프리카에서는 조랑박 속에 먹이를 넣어 원숭이를 잡는다고 한다. 움켜쥔 먹이만 포기하면 도망갈 수 있지만 그걸 내려놓지 못해 사냥꾼들이 오는 것을 보고도 잡히고 마는 원숭이… 보이지 않는 천국을 사모하면서도 보이는 이 세상 욕심을 버리지 못해 결국은 순전한 신앙을 잃어버리고 마는 오늘 우리 크리스천들의 모습이 아닐까? 심호섭 목사는 잔잔하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을 영적인 파장을 남겨 놓고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