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만 알아주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원망하는 이 시대 서러운 2등들에게 전종준 변호사 희망 메시지를 담은 자서전 ‘2등만 해서 서러운 사람들-남이 안 하는 거 해봐’(쿰란출판사)가 최근 출간됐다.

지금은 미국 워싱턴D.C. 근교에서 이민전문 변호사로 명성을 날리는 전 변호사지만 그는 재수생이었고 명문대 졸업생도 아니었으며, 사법고시에 낙방했던 경험도 있는 평범한 2등 인생이었다. 어릴 적 친구들은 “돌대가리가 어떻게 변호사가 됐니?”라는 물음을 던질 정도다.

‘영어 때문에 사법고시 떨어지고, 영어로 미국 변호사 된 전종준의 휴먼드라마’라는 부제의 이 책에는 수많은 실패의 연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도전을 멈추지 않고 결국 꿈을 이뤄낸 눈물겨운 인생역전 스토리가 담겨 있다.

한국 세법의 최고 원로인 전정구 변호사를 너무 동경했던 전 변호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학교 공부는 접고 혼자 고시공부를 하게 된다. 고시공부를 하느라 예비고사에 낙방한 그는 재수를 통해 지방대학에 입학했다. 당시 대구의 한국사회사업대학(현 대구대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그는 총장님이 “남이 안 하는 거 해봐”라고 말씀하시는 순간 가슴이 불덩이처럼 뜨거워졌고, 그 날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대학 재학 중 사법고시에 응시했으나 기초가 없던 영어 때문에 또 한 번 낙방을 경험한 그는 “집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 나가도 샌다”는 지도교수의 말을 뒤로 하고 결국 미국 유학의 길에 오른다. 미국인들과 함께 듣는 수업을 소화하기 위해 교과서를 반복해 읽고 또 읽었으며, 수업시간에 억지로 질문을 하며 영어에 익숙해지려 노력했다. 눈물겨운 노력 끝에 정치학 석사와 국제법 석사, 로스쿨 법학박사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전 변호사는 자신이 2등인 것을 인정하고 자기 나름대로의 개성을 날려 남이 하지 않는 새로운 분야를 찾는 데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국 최초로 미국 이민법을 집대성해 소개해 이민전문 변호사로 자리잡았다. 부당한 비자 거부에 대해 콜린 파월(Collin Powell) 미 국무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약 10년 만에 영주권 신청 여부의 질문이 비자 신청서에서 삭제됐다. 한인 최초로 미 연방하원에 혼혈인 자동 시민권 부여 법안을 제출케 했으며, 최근에는 최초로 탈북자에게 미 영주권 획득을 무료 변론하는 등 인권변호사로도 활약했다.

전 변호사는 남의 꿈, 남의 희망, 남의 행복을 위해 남이 안 하는 것을 하는 과정에서 꿈다운 꿈, 희망다운 희망, 행복다운 행복을 찾을 수 있었다. 현재 워싱턴한인교회에서 집사로 섬기고 있는 전 변호사는 “많은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니지만 예상치 못한 하나님의 계획이었다”면서 “실패와 좌절도 하나님의 계획이었으며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발길 또한 하나님의 계획 안에 있었다”고 고백했다. 남이 하지 않는 인권 이슈를 찾아 해결하는 과정에서도 “’묘한’ 하나님의 섭리가 있었다”며 “하나님의 도구로 쓰여져 감사하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책에는 워싱턴에서 20년 동안 변호사 생활을 통한 실제 경험, 미국인 아내와 살면서 피부로 느낀 미국 사회에 대한 소개도 곁들었다. 다른 자서전과는 다르게 공부로 승부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 미국 유학을 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 로스쿨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글로벌 시대를 위한 대안과 공부 방법 노하우도 공개했다.

전 변호사는 “최고는 아무나 할 수 없으나 최선을 누구나 할 수 있다. 자신이 하는 일에 마음을 다하고 정성을 다하는 사람이 최선을 다할 때 남이 하지 않은 최초도 할 수 있다”면서 “성공의 반대말은 실패가 아니라 ‘포기’다. 포기하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다”고 격려했다. 고엽제 피해자들을 위한 법안 마련이라는 새로운 도전을 최근 시작한 전 변호사는 “’하인스 워드’ 같은 유명인들이 혼혈인 관련 법안 마련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