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카레에요. 추운 곳을 좋아해서 추운 곳에 가면 왠지 힘이 솟고 더운 곳에 가면 맥을 못 추리죠. 그런 저를 하나님께서 인도로 보내셨어요. 세상은 준비된 사람을 쓰지만 하나님께서는 준비 안 된 사람도 한번 택하시면, 훈련시키고 능력주셔서 쓰시는 것 같아요. 왜, 하나님의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다는 말도 있잖아요….”

까무잡잡한 피부에 마른 체형, 박상수 선교사를 만나자 마자 ‘아~ 정말 인도에서 오셨구나’ 라는 느낌이 사무치게 들었다. 그래서 이제 겨우 2년 째 사역하고 있다는 말에 내심 놀라기까지 했다. 박 선교사는 제일 싫어하는 음식이 카레라고 했다. 또 더운 곳도 힘들어 한다고 했다. 그런 그가 어떻게 섭씨 40도를 웃도는 더위의 나라, 주식이 카레인 나라, 인도에 가게 된 것일까? 모르긴 몰라도 싫은 카레, 힘든 더위도 이기게 했던 ‘더 좋은 하나님’ 때문이었으리라.

▲11일 한비전교회(담임 이요셉 목사) 단기선교팀이 마련한 재회의 자리에서 박상수 선교사 내외(오른쪽에서 두 번째부터)와 한비전교회 목회자 내외(왼쪽에서 첫 번째부터), 교인들.

지난 11일 오후 6시30분 어둑해진 저녁, 7개월 전 인도를 찾았던 한비전교회 단기선교팀과 갖는 반가운 저녁 식사 자리에서 그를 만났다. 한비전교회 정식 선교사 파송식을 갖기 위해 애틀랜타를 찾은 박 선교사는 시원한 밤 바람이 좋아 걷고 싶다고 했다. 그가 사역하는 인도 웨스트뱅갈의 뜨거운 바람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또 오랜만에 친 테니스로 그 동안의 스트레스도 모두 날려버렸다고 웃었다. 인도에 있는 시간 동안 맛보지 못한 색다른 휴식인 마냥 한 달의 짧은 일정의 반이 지나가는 동안 그는 그렇게 웃고 행복해했다.

그는 미국 생활 24년, 목회생활 14년 동안 3개의 교회를 개척했다. 그러다 3번째 교회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갈 무렵, 하나님께서는 새벽기도 가운데 그를 부르시고 ‘인도’라는 땅에 사명을 다시 한번 옮겨놓으셨다.

“새벽기도를 하는 데 마태복음 24장14절 말씀에 사로잡혔어요. 그리고 선교로 나를 부르신다는 것을 확신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지체했어요. 하나님의 부르심을 마음에 새겼지만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지체했습니다. 그러던 중 알 수 없는 이유로 교회에 심한 불이 나서 성전이 많이 탔어요. 그 때 생각했죠. ‘지금 가야 한다’라고요.”

교회에는 불이 꺼졌지만 그의 순종에는 그때부터 불이 붙었다. 그는 “내 평생 제대로된 순종을 해본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을 것”이라고 했다. 하나님께 철저히 순종할 테니 선교를 가기 전 4가지를 해결해 달라고 조건을 내걸었다. 첫째는 론(loan)없이 교회를 다시 복구할 수 있도록, 둘째 교회 후임자 확정, 셋째 가족을 책임져 주시도록, 넷째 저를 위해 기도하는 100인을 보내주시기를.

놀랍게도 첫째, 둘째, 셋째, 넷째 기도제목이 순식간에 이뤄졌다. 한참 공부할 나이에 딸 2명이 2달 사이에 혼례를 치렀고, 론 없이 교회도 복구됐고, 후임자도 확정됐다. 물론 기도하는 100인도 확보됐다.

▲박상수 선교사 내외.
“네 가지 조건이 되자 마자 바로 나갔습니다.” 인도로 선교를 나간 첫 달에는 생활비도 없었다. 그래도 이 때까지 부족함 없이 채워주신 하나님이다. 선교를 나간 당시 53세, 단어를 외워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나이에 생전 알지 못한 인도어를 배워야하는 척박한 환경에서 하나님께서는 6개월 만에 인도어를 할 수 있는 지혜도 허락하셨다고 그는 간증했다.

“모든 것이 하나님 인도하심 없이는 불가능했어요. 저는 그 분이 쓰시기 편한 도구가 되려 그저 순종했을 뿐이고요…” 그는 재차 이 말을 반복했다. 가장 쓰시기 편하니 많은 열매도 허락하셨다고 했다.

그가 인도에 도착하고 1주일 후부터 사역을 시작하게 하신 하나님의 뜻에 순종했더니 현재 20개 힌두마을, 15개 무슬림 마을에 교회를 개척하고 12개의 학교가 겸해서 세워졌다. 또 고아원도 1개 운영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짧은 시간에 많은 사역의 진보를 이뤘다고 박수를 보내지만 그는 ‘아직 점하나 찍은 기분’이라고 한다.

그는 앞으로 20년을 바라보고 있다. 5년 안에 100개 교회, 20년 안에 1000개 교회를 웨스트 뱅갈 지역에 세울 비전을 품고 제자를 양육하고 있고, 현재 그의 밑에서 50명의 제자가 훈련 받고 있다. 웨스트뱅갈 지역은 인도 29개 주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의 하나로 복음화율도 0.64%에 지나지 않으며 미전도종족도 많다. 그만큼 추수할 때가 되어 희어졌다고 표현한 그는 전하기만 하면 예수님을 영접하는 이들이 많다, 그저 듣지 못해 믿지 못하는 것 뿐이라는 말도 했다.

▲박상수 선교사가 사역하는 인도 지역.
그는 인도 제자화를 통해 백 투 예루살렘을 꿈꾼다. 소련 북방권을 타고 흐르는 실크로드를 통해 예루살렘까지 간다는 비전을 품은 그는 인도 청년들을 제자화 해 하나님께서 놀랍게 사용하실 날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꿈이 큰 만큼 핍박도 컸다. 한 번은 바울처럼 심한 구타를 당하고 몇 주가 지나지 않아 다시 그 땅을 밟기도 했다. 60%가 힌두교, 40%가 무슬림 마을인 웨스트뱅갈 지역에는 아직 예수님을 듣지도, 성경이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한번은 무슬림 청년 15명이 몰려와 옆구리를 걷어차고 많이 맞고 밟혔습니다. 그래도 이상하게 제 마음에 기쁨이 넘치고 두려움이 없었어요. 누군가가 저를 감싸고 있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습니다. 퍽퍽 소리는 나고 맞고 있다는 것도 생생했지만, 집에 돌아와 보니 다친 곳은 하나도 없었어요. 몇 주 후에 그 사역지로 다시 들어가 복음을 전했어요. 그러나 결국 나중에는 그 지역을 포기해야만 했지만요. 그 후 동일한 이름의 다른 마을에 교회를 세우게 하시고 더욱 많은 지역의 열매로 축복하셨습니다.”

14일 스와니 한비전교회(담임 이요셉 목사)에서 박상수 선교사의 정식 파송식이 있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