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 뿐인 제도, 뒤에서는 부정적 방식이…”

자신을 장로회신학대학교 학생이라고 밝힌 L 씨가 올해 군복 선발 시험에서 비리를 목격했다고 주장, 관련자들 사이에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4일 L 씨는 학교 게시판에 ‘더 이상 비밀은 없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은 L 씨가 지난 7월 23일 군목 선발 2차 시험인 면접 과정에서 특정 교단 소속 후보자들에게 특혜를 주는 비리를 목격했다는 게 주 내용이었다.

L 씨에 따르면 당시 면접을 치르기 전, 그는 총회(예장 통합) 군선교 업무 담당인 K 목사로부터 ‘선배 목사님께 인사 드리라’는 전화를 받았고, 해당 ‘선배 목사’인 H 목사가 그에게 따로 “면접 볼 때 한 쪽 주먹만 살짝 쥐어라. 통합 애들에게만 알려라. 그 외에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해라”는 말을 전했다.

L 씨는 “이번 연도 선발시험부터는 면접 볼 때 면접관들이 보는 자료에서 학생 이름이나 교단, 학교 등을 다 뺐다”면서 “ 면접 때 교단 영향이 끼치는 경우를 막기 위해, 즉 공정성을 위해 그렇게 제도가 바뀌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결국 제도가 바뀌었음에도 H 목사가 자신에게 특정 교단임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줬다는 게 L 씨의 주장이다.

L 씨는 “허울 뿐인 제도였으며 뒤에서는 부정직한 방식이 진행되고 있었다”며 “면접을 다 끝내고 가려는데 면접관 중 한 분이셨던 W 군목과 H 군목께서 통합 소속 응시자들을 불렀다. ‘오늘 있었던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해라, 이것이 알려지면 너희도 끝이고 나도 옷 벗는다’는 내용의 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L 씨는 신앙적 양심에서 H 목사가 알려준 방법을 쓰지 않았고 군목 시험에서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 글을 쓴 이유에 대해 “침묵하면 이런 부정한 방법은 끊이지 않고 계속될 것”이라며 “공론화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늦기 전에 진실을 알리고 올바른 길을 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L 씨가 올린 글에 해명하며 H 목사가 올린 글. 역시 많은 조회수를 올리고 있다. ⓒ장신대 홈페이지 캡쳐


“한쪽 주먹만 쥐라 말한 적 없다”

이 글이 파장을 일으키자 L 씨가 자신에게 부정행위를 알려준 인물로 지목한 H 목사가 지난 5일 같은 게시판에 ‘진실은 이렇습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H 목사는 먼저 자신이 L 씨에게 한 쪽 주먹을 살짝 쥐라는 등 부정행위를 하라고 말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대기실로 L 학생을 데리고 가면서 조심스럽게 선배로서 전에 면접시험을 치르면서 면접관들이 끝나고 나서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생각나 면접에 도움이 될까 해서 이야기해 주었다”며 “면접보는 자세가 중요하다. (면접관들은) 군에 계신 성직자들이다. 그래서 절도있고, 단정한 모습을 좋아한다. 주먹쥐고 똑바로 정자세로 앉으라고 이야기하면서 면접 자세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 학생이 말한 것처럼 ‘한쪽 주먹만 살짝 쥐어라’ 이렇게 말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그 외에 ‘통합 애들에게만 알려라’ ‘그 외에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해라’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시국에 대한 질문 나올 수 있다. 이 때 정부입장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다. 이런 이야기를 잘 다른 애들에게 이야기 해줘라(라고 했다)”며 “‘아무도 알지 못하게 해라’ 이런 말은 안했다. 아마 조심스럽게 다른 애들에게 이야기하라는 것이 이렇게 와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면접 후 L 씨 등에게 ‘오늘 있었던 일은 아무도 모르게 해라, 이것이 알려지면 너희도 끝이고 나도 옷 벗는다’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도 “(함께 자리했던) W 목사님이…(중략)…다른 교단(사람들)도 있는데 면접 전에 (후보자들이 같은 소속) 교단 선배님을 만났다 하는 자체는 덕스럽지 못하다. 오해의 소지 있으니 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다른 애들에게도 전달하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것 같다”며 “그리고, 모두가 헤어졌다.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후 L 씨를 따로 만났다는 H 목사는 L 씨에게“너도 힘들겠지만 나도 힘들다. 선배로서 왜 네가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에 대해 진솔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미안하다. 네가 오해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며 “전후상황을 설명하며 그런 일(군목 선발 시험 비리)이 없었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L 씨에게 “만약 네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그 다음에 생기는 문제, 여러 목사님의 명예, 군선교, 교단의 실추된 명예에 대해서 네가 책임질 수 있느냐(고 물었다)”며 “여기에는 대답이 없었다. 학생(L 씨)은 학교 채플에 가야 한다고 해서 그냥 헤어졌다”고 밝혔다.

H 목사에 따르면 L 씨는 자신과의 대화가 끝나고 40분 후 학교 게시판에 군목 선발 시험에 비리가 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