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간의 이사회를 마친 토요일 오후였다. 주말 황금 같은 시간에 6명의 고등학생들이 시간을 내어 샘소식지 발송작업을 돕겠다는 전화를 받았다. 몸은 좀 피곤했지만, 어린 학생들의 봉사가 너무 기특하여 사무실에 나갔다. 처음이라 아직 손놀림이 서툴렀지만 서로가 파트를 나누어 부지런히 오늘의 할당량을 향해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다. 흐뭇한 마음에 필자도 책상에서 밀린 업무를 보려는데 부재중 전화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전화번호가 우리 지역의 번호가 아닌 타 지역(AZ)의 번호였다.

궁금한 마음으로 번호를 눌렀다. 중년 남자의 목소리였다. 먼저 나의 소개를 했고, 전화주신 용건을 여쭈었다. 그랬더니 그(이하 K)는 샘의 선교지에서 어떤 봉사도 하고 싶다고 했다. 이유는 자신의 현재 삶이 너무나 힘들었는데 얼마 전 K가 사는 지역에 비취 된 샘 소식지를 읽고 큰 감명을 받았으며 샘의 선교이야기가 용기를 주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한 가지 큰 충동이 ‘자살’이었다고 했다(전 부인의 부정과 그로 인한 큰 재산손실로). 그 말에 순간 필자도 당황이 되었다. 이런 마음에서의 봉사와 선교는 일종의 도피 일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상담적인 접근 기술로 K에게 물었다. “그런 생각이 언제부터 들었습니까?” “한 일년 전부터 그런 충동이 들었습니다.” 비교적 솔직하게 말했다(통계적으로 자살자들은 평균 3~6개월 이상 그런 생각을 한다). 필자의 마음은 그의 대한 선교와 봉사차원보다 한 사람의 내담자를 먼저 해결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는 듯했다. 잠시 K가 눈물을 훔치는 흐느낌이 수화기에서 전달되었다. 필자도 숨을 잠시 고른 후, 자살예방(자살의도 측정)을 위한 두 번째 질문을 막 하려는 데 “그렇지만 저는 절대 자살은 하지 않을 거예요. 요즈음 확실히 결심했습니다.”

“왜냐하면 선교지의 그 어려운 사람들도 삶의 의미를 다시 찾고 조그만 도움에도 감사하고 있는데, 비록 제가 이곳에서는 마지막 남은 자존심 때문에 경제활동은 못하겠지만,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서는 지난 17년 동안 성실하게 공무원생활을 한 것처럼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도 있습니다. 단지 저의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기회를 얻은 것에 고마움을 드리고 싶어서 두서없이 전화했습니다.” 비록 종교는 달랐지만, 서로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한 것에 감사를 한 후, 한 시간 동안의 대화를 마쳤다.

현재 우리가 사는 미국의 많은 이웃들이 저마다의 어려움에 혼자 괴로워하고 어떤 이들은 소중한 생명을 포기하고 싶은 혼란을 겪고 있음을 실감한 주말 오후였다. 교회의 수와 신자들의 수를 합한 것보다 인생의 위기와 어려움으로 방황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의 수가 만약 더 많다면 얼마나 주님은 안타까이 여길까 싶다. 믿는 신자들이 정말 관심을 가질 것은 인생의 위기로 고민하고 방황하는 이웃들이 처참한 상황에서도 살아야 하는 진정한 목적을 찾고 싶어하며, 또 자신들의 아픔을 제대로 이해(공감)하여 주기를 원한다는 사실을 K와의 대화를 통해 깊이 깨달았다.

성냥팔이 소녀가 한 겨울에 얼어 죽은 것은 그 소녀를 일으켜 세울 관심 어린 말 한마디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이제 본격적인 추위가 다가오면 어려운 이들의 외로움과 궁핍함은 상대적으로 더 심해질 것이다. 여러 가지 인생의 위기와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고통 받을 이웃들의 마음과 영혼을 훈훈하게 할 소식들이 이번 겨울에 많이 전해진다면 얼마나 좋을까! 작은 소식지의 글을 한편 읽고도 다시 살아갈 결심을 했는데 만약 우리들의 따뜻한 사랑과 관심을 접하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용기를 갖고 새 힘을 얻을까? 우리가 보내는 진실한 사랑과 뜻은 그것이 아무리 작아도 반드시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 너무나 신비롭고 감격스럽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새 삶의 시작은 환경이나 충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영감으로 불타는 한 사람의 작은 영혼에서 이룩된다’는 옛 시인의 문구를 적어 K에게 전해야겠다. 그리고 날씨가 더 추워지기 전에 북녘의 어린이들과 동족들에게도 우리의 사랑이 더 많이 전달되어 그들의 감사의 고백들이 언제가 우리들의 귀에도 들려지기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박상원 목사_ SAM-USA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