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의 대모(代母)로 불리는 주선애 명예교수(86·장신대)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故 황장엽 노동당 전 비서를 전도하려 했던 일화를 전했다.

주선애 교수는 “한 번은 황장엽 전 비서가 ‘주 선생, 나도 아침마다 기도합니다’ 라고 해 그분을 전도하려 애썼던 저는 ‘정말이세요?’ 하고 반색한 적이 있다”며 “그랬더니 ‘주 선생께 이렇게 전화하는 게 기도가 아니겠소’ 라고 했다”고 말했다.

황 선생은 오전 8시 30분이면 매일같이 주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황 선생이 타계한 지난 10일, 그렇게 매일 걸려오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주 교수는 “다음날 오전 8시 30분이 되자, 습관처럼 시계를 쳐다봤다”며 “제가 울고 있더라”고 회고했다.

주 교수는 “황 선생의 주체사상은 인간중심 철학이라 신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었지만, 저는 ‘기적’을 믿었다”며 “그분의 열살 위 누님이 기독교 신자였다”고 밝히기도 했다.

황 선생은 주 교수에게 “주 선생이 믿는 하나님이라면 내가 믿는다”고 다른 사람들에게 말했고, 직접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라고 기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주 교수는 황 선생의 답답했던 한국 생활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경호원 8명이 황 선생을 빙 둘러싸며 따라붙었고, 그분은 늘 갇혀 있거나 경호원들에 둘러싸여 제대로 세상을 본 적이 없었다”며 “북한을 나왔지만, 북한에서 사는 것과 같았다”고 아쉬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