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미주 여성 목회자 수련회에서 말씀을 증거한 이후, 여성 목회자님들과의 교제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교파를 초월하여 모인 아름다운 모임이었는데, 남성 목사님들의 모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순수함과 겸손함, 간절함이 배어있는 분위기였습니다. 모임 중에 이런 나눔이 있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목사가 되겠는가?“ 이에 대하여 어떤 분이 이렇게 답합니다. ”다시 태어나도 목사는 되겠지만 남자 목사가 되고 싶다.“ 공감이 가는 답변입니다. ”좋은 교회임은 분명한 것 같으나 여자 목사라서 망설여진다.“ 등의 이유를 대며 교회 오기를 주저한다는 이야기들을 수도 없이 들으며 지금까지 목회를 해 왔습니다. 그런 가운데에도 우리 교회가 여기까지 성장했으니 정말 하나님의 크신 은혜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그 점 때문에 여성 목회자들은 저를 강사로 부르거나 상담을 요청합니다. 그럼, 하나님은 왜 여성들을 목사로 부르실까요?

하나님은 무엇보다 목회가 인간적인 조건때문에 축복을 누리는 것이 아니라, 오직 성령의 능력으로만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원하시기에 약한 자들을 세우십니다. 처음 저에게 목회의 소명을 주시던 당시, 뚜렷하게 제 마음 속에 들려주셨던 음성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여자도 이렇게 목회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어라.” 저는 그 메시지까지 들었으면서도 그 후 약 3년간을 버티다가, 전신 마비를 통과하면서 결국 목회자로서의 소명에 승복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여성 목회자 수련회 때 많은 여성 목회자들께서 바로 그 점을 말씀하셨습니다. “이 목사님을 뵈니, 여자도 이렇게 목회를 감당 할 수 있다는 격려가 되어 용기가 생기고 힘이 납니다. ”바로 15년 전 제게 주셨던 소명을 하나님께서는 신실하게 이루어 주신 것입니다.

인생의 모든 일이 마찬가지이지만, 무엇보다도 목회는 하나님께서 하십니다. 지난 12년 목회를 통하여 내린 결론은 목회는 첫째도, 둘째도, 성령의 사역이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능력을 나타낼 도구들을 끊임없이 찾으십니다. “하나님의 눈은 온 땅을 두루 감찰하사 전심으로 자기를 향하는 자를 위하여 능력을 베푸시나니” (대하 16:9b) 하나님의 눈은, 이 세상을 두루 다니시다가 오직 하나님 외에는 소망이 없다고 생각하며 온 맘 다해 부르짖어 기도하고 전심으로 당신을 의지하는 자들을 찾아내시어, 당신의 능력을 부으신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지난 수련회 때 이렇게 눈물로 간증했습니다. “하나님은 내가 건강하다고 생각했을 때, 내게 유능한 남편이 있어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했을 때, 내가 박사학위를 가지고 박사님, 교수님 들으며 살아갈 때, 저를 통해 역사하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내가 건강을 잃어버리고, 남편도 잃어버리고, 모든 직함을 내려놓고, 오직 주님만 의지하며 기도에만 소망을 걸고 부르짖을 때, 저를 통하여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을 진심으로 의지하는 약한 자들을 통하여 일하십니다. 간절히 기도하는 여성 목회자들은 어떤 남성 목회자들 못지않게 능력의 사역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또한 여성 목회자의 교회를 선택하시는 분들의 공통적 특징 중의 하나는 저들이 겸손하며 은혜를 갈망한다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은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베푸시겠다고 거듭 약속하셨습니다. 그리고 은혜를 사모하며 목마른 자를 만족하게 하신다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때문에 겸손하며 은혜를 사모하는 무리들이 모이는 여성 목회에는 하나님의 은혜가 흐를 수밖에 없겠지요. 저는 지난 세월들을 돌아보며 우리 교회 성도님들의 이같은 특징들을 봅니다. 대부분 온유하시고, 겸손하시며, 은혜를 사모하는 데 열심인 성도들이 모인 교회이지요. 자연 이같은 교회에는 은혜와 평강과 기쁨이 넘칩니다. 그래서 저는 언제나 행복한 목사라고 고백합니다. 이처럼 여성 목회는 오히려 더 행복한 목회가 될 수 있습니다. 저를 여성 목회자로 불러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송과 영광을 돌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