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는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표현이 부정적으로 많이 사용됩니다. 주로 미국에서 성장하고 활동하는 1.5세 또는 2세 젊은이들로서 인종적으로 한국인이지만 국적은 미국 시민이거나 영주권자입니다. 영어 같은 외국어가 능숙하고 한국말도 불편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 국적을 가진 한국인들이 한국에서 불법을 저지르거나 한국인들의 상식에 어긋나는 상거래를 할 때 차별하고 비꼬는 뜻을 담아서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표현이 많이 등장하는 분야는 금융이나 투자 분야입니다. 연예, 체육 등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활동하는 분야가 없지 않아도 특별히 금융과 투자 분야에서 더 많이 언급되는 배경이 있습니다. 13년 전 아이엠에프 사태로도 불리는 외환위기가 닥칠 때였습니다. 당시 국가 부도 직전에 몰리면서 전 국민이 국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힘을 모을 때 가장 집중적으로 구조 조정을 이루고 체계 혁신을 서두른 분야가 금융 관련 분야였습니다. 코리아 스탠더드에서 월드 스탠더드로 단기간에 개혁하기 위해서 외국에서 활동하던 한인 교포 전문가들이 금융 쪽으로 영입되기 시작했습니다. 증권회사, 보험회사, 은행, 투자금융회사 등 다양한 국제 금융 기업에서 일하던 한인 전문가들이 대거 영입되면서 한국의 금융 분야가 단기간에 국제적인 기준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부작용과 물의도 많이 생겼습니다. 나중에 대통령이 되는 분을 포함해서 당시 세간에서 알아주는 한국의 큰 사업가들이 미국에서 건너간 새파란 검은 머리 외국인의 투자 기법과 금융 기법에 넘어간 일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 투자 금융 분야에 조금이라도 물을 먹은 사람이라면 상식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금융기법에 큰 사업을 했던 분들이 어이없이 넘어 간 것입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이 모두 부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닙니다. 투자 금융 분야를 중심으로 각 분야에 진출한 많은 코리언 어메리칸 1.5세와 2세들이 한국의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 선진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시끄럽게 보도되는 사건 속에 등장하는 검은 머리 외국인들도 그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을 좋지 못한 목적으로 사용했을 뿐입니다. 부작용을 낳기는 했지만 그들이 가진 경험과 지식이 한국 사회에 큰 충격을 줄만큼 영향력이 있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한국에서 잘 알려진 두 교회의 후임이 최근에 발표되었습니다. 두 후보가 다 검은 머리 외국인들입니다. 어린 시절에 미국에 이민 와서 미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고 목회 현장과 선교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쌓은 분들입니다. 국제적인 선교 환경에서 새로운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을 만큼 좋은 “스펙”을 가진 검은 머리 외국인들입니다. 두 분 다 워싱턴 지역에서 성장한 배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이들을 후임으로 선택한 교회의 선임 목회자들도 한 동안 워싱턴 지역에서 이민 목회를 하셨던 분들입니다.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어느 한 구석에서 물의를 일으키기도 하지만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더 많이 한국 사회에 진출해야 합니다. 앞으로 미국에서 교장, 교육감을 했던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대거 한국 공교육의 현장에 뛰어 들게 될 것입니다. 최첨단 산업과 문화 사업, 심지어 공직에도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더 많이 한국에서 능력을 발휘하게 될 것입니다.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신앙의 영역에서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한국에 진출하는 것을 보면서 앞으로 더 많은 검은 머리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활동할 날을 그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