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땅이 넓다 보니 사막도 있는 것을 본다. 흔히 생각하는 중동 지역의 사막과 같이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잘 안 보이는 사막은 아니고, 산지도 있고 사람 사는 도시도 포함된 사막이다. 바로 모하비(Mojave) 사막으로, 네 개 주(캘리포니아, 네바다, 유타, 아리조나)에 걸쳐 있을 정도로 넓고 넓은 사막이다. 그 넓은 사막 어느 한 곳 바위에 1차 세계대전 당시의 전사자를 기리기 위해 세워져 있던 7피트 가량 높이의 십자가에 대한 기사가 지난 4월 이래 계속 뉴스에 등장한다.

사연인즉 국가 소유의 땅에 특정 종교의 상징물을 둘 수 있느냐고 반대하는 소송이 대법원에까지 올라갔던 것이다. 5:4로, 막상막하의 결정으로 십자가를 계속 둘 수 있다는 합헌 결정이 나면서 뉴스는 시작된다.(04/28/2010 뉴욕타임즈)

그런데 대법원 판결 후 얼마 지나지 않아 5월초, 이번에는 십자가가 사라지는 일이 벌어졌다. 혹자들은 고철을 팔아 돈을 벌려고 했을 것이라는 말도 하지만 그보다는 십자가 설치를 반대하는 사람이 한 행동으로 추측들을 한다.(05/11/2010일자 뉴욕타임즈)

한편, 이번에는 누군가 사라진 십자가를 대신해 새로운 십자가를 설치했다고 또 뉴스에 나왔다. 흥미로운 것은 국유지에 허가 없이 설치하는 이것 또한 불법이라니 참 많은 화제를 낳는다.(05/20/2010일자 뉴욕타임즈)

우리 기독교의 주요 상징 중 하나인 십자가를 국유지에 설치하느냐 마느냐 또 이어지는 뉴스들을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먼저 이런 사안을 법으로 다룰 만큼 이미 미국은 크리스천 영향력이 약해졌구나 싶다. 더욱이 5:4의 아슬아슬한 판결을 볼 때 시간이 흐르면서 이번 판결이 뒤집어지는 날이 오는 건 아닌가 노파심마저 든다.

그런데 저 멀리 사막 땅, 어디인지도 잘 모르고 일반인이 잘 보지도 못하는 그 십자가 말고 오늘 내가 살고 있는 교회의 모습들을 돌아보며 더 큰 기우가 드는 것은 왜일까? 미국 교회들은 교인의 노령화, 젊은 층의 신앙 약화 등으로 점점 텅텅 비어가면서 문 닫는 교회들이 늘고 있다. 이 현상을 내가 살고 있는 시카고 지역에서도 바로 목격하고 다른 지역도 같은 실정임을 듣는다. 한국 이민교회들이 문 닫는 미국 교회를 구입하면서 성전 입당, 헌당에 감사하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심지어 불교나 이슬람권에서 기존의 교회 건물을 사겠다고 할 정도이니 말이다.

저 멀리 사막 한 구석의 십자가 존치 결정에 감사하지만 오늘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의 교회를 살리는 일에도 사명감을 느낀다. 미국 교회의 쇠퇴를 뒤쫓지 않는, 새로운 생명력을 일으키는 교회가 되도록 말이다. 바위 위에 세워진 십자가 곧 반석 위에 주님이 세우신 교회를 위한 사명에 감사하며 충성된 종으로 우리들이 쓰여지기를 소망한다.

“또 내가 네게 이르노니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마태복음 16:18)”

신경섭 목사 847-923-5164 mcc3694@yah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