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방학이 되어 학교에서 돌아왔습니다. 그 중 한 아이가 지난 한 해 동안 친해지게 된 친구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귀어 보니 참 좋은 친구인데, 기독교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흠이라는 겁니다. 교회에 같이 갈 것을 권해 보았는데, 그 친구는 “그동안 살면서 기독교인과 교회로부터 좋은 모습을 본 적이 없다”고 딱 잘라 말하더랍니다. 그의 가족 중에 불교를 믿는 사람들이 있고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로 인해 불화가 생겼고, 지금은 서로 연락도 하지 않고 산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과거에 어느 친구로부터 교회에 다니지 않는다는 이유로 일방적인 절교를 당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같은 개인적인 경험에 더하여, 교회들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을 알고 나서, 교회와 기독교를 좋게 볼 수 없게 되었다고 말하더라는 겁니다.

아이는 제게 자못 진지하게 묻습니다. 그럴 경우에 자신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말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네가 그 친구와 얼마나 오랫 동안 지낼지 모르지만, 지금 너에게 주어진 책임은 그 친구가 기독교인에 대해 전혀 다른 경험을 하도록 하는 일인 것 같다. 전도는 하나님이 하시는 것이니, 그 친구를 위해 먼저 기도해라. 그리고 좋은 친구가 되어 주어라. 일부러 좋은 모습 보이려고 애쓰지 말고, 있는 그대로 너의 모습을 보여 주어라. 그렇게 되면, 그 친구가 기독교인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되지 않겠니? 대학을 졸업하고 그 친구를 더 이상 만나지 못한다면, 하나님은 또 다른 누군가를 통해 그 친구를 인도하실 것이다. 혹시, 너와 계속 우정을 나누게 된다면, 그의 마음이 열릴 때를 기다렸다가 네 믿음을 나누면 된다. 서두르지 말고, 먼저 좋은 친구가 되어 주어라. 기도하면서 말이지. 그 친구의 마음을 움직이시는 분은 하나님이시다."

이렇게 대답하면서 제 마음의 한 편은 아렸습니다. 믿는다는 사람들이 그리고 교회들이 왜 이렇게 부정적인 인상과 경험만을 증폭시켜 왔는지, 그리고 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고쳐야 할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나와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가족과 친척을 배척하는 것은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이며, 나와 종교가 다르다고 절교를 선언하는 것은 도대체 누구에게서 배운 것인지요! 예수 그리스도가 유일한 길이요, 유일한 진리이며, 유일한 생명이라고 믿는 사람이라면, 절대 진리와 절대 생명을 믿는 사람이니 더 겸손하고 너그럽고 넉넉한 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런데 왜 기독교인들에게서는 독선적이고 편협하며 쫀쫀하고 째째하며 일방적인 모습이 더 많이 보입니까?

이 문제를 생각하면서,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 보십시다. 우리도 혹시 그런 잘못을 범하여 우리의 이웃들이 복음에 대해 마음의 문을 닫아 걸도록 하지 않았는지, 반성해 보십시다. 그리고 할 수 있는대로 그 사람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십시다. 오늘날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는 사람들의 냉랭해지 마음을 녹이는 일인 듯합니다. 전도는 마음을 녹이는 일이지 마음을 허무는 일이 아닙니다. (2010년 5월 9일)